스티븐 보즈워스 美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6자회담 재개’와 ‘9·19공동성명 이행’에 이해를 함께 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도 다음날 미국과의 ‘공동인식’을 인정하면서 “(쌍방 간)차이점들을 좁히기 위한 계속 협력”을 다짐했다. 외면상으로 미북 양측은 한 목소리를 내면서 화해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으려는 자세다.

북한은 미국과의 화해 국면을 원하면서도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언급없이 회담 전 표명했던 ‘先평화협정’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 미국은 6자협상 유인을 위해 북한과 접촉면을 이어가면서도, ‘제재 지속’을 분명히 천명하고 있다. 이 점에서 미북 양측은 상대 속셈을 내다보면서도 협상 창구는 유지하는 묘한 구도를 연출해내고 있다. 그러나 北비핵화를 위한 가시적 성과는 자꾸 뒤로 미뤄지는 불투명한 ‘안개 정세’의 연속이다.

이번 보즈워스-강석주 만남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진일보한 것”이란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나, 2008년말 북한의 일방적인 ‘시료채취’ 거부로 6자회담이 결렬된 사실과 이후 2차 핵실험에 이르는 과정을 반추해 볼때, 결국 북한의 핵무장 의지가 변함없음을 재확인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북한이 몇 달 동안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열망한 것은 제재국면을 모면하고 시간벌기를 노린 것이다. 특히 보즈워스의 방북 전까지 회담의제를 ‘핵’에서 ‘평화’로 변경하려 시도한 데서 그 의도가 드러난다. ‘先평화협정’ 주장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줄 알면서 핵논의를 회피하려는 협상전술이었다. 북한은 NLL도발을 평화체제에 연결시키기까지 했다. 11·10 대청해전을 거론하며, “(남북 간)무장충돌이 평화보장체계 수립의 절박성을 입증해준다”고 주장했다.

보즈워스의 방북 후, 협상재개를 위한 미북 간 지리한 탐색전이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북핵을 저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에, ‘속수무책’ 상태에 있는 셈이다. 이럴 때 한미양국과 국제사회가 취할 길은 강력한 경제·금융제재 시행뿐이다. 제재를 통한 ‘돈줄 죄기’야말로 북한의 핵야망을 확실히 막지는 못해도 유예는 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북핵 상황은 절박하다. 전문가들이 북핵을 막기 위한 최후 방안으로서 ‘체제교체(regime change)’를 거론한 배경이다. 이제 한미양국은 다시 북한 비핵화를 향한 먼 도정을 계속해야 한다. 특히 (i)악행에 보상하지 않으며 (ii)통미봉남을 경계하고 (iii)제재·협상의 투 트랙 접근을 지속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견지할 때다.

지금 북한 내부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 ‘유일수령독재’는 안팎에서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특히 내부로부터의 도전이 거세다. 며칠 전 전격 시행된 ‘화폐개혁’은 풀뿌리처럼 번지는 자생적 ‘시장확대’에 대한 ‘폭정(暴政)’의 마지막 탄압일 수도 있다. 비록 화폐개혁에서 북한당국이 성공을 거둔다 해도, 그 후유증과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정일 자신의 병세악화와 후계구도 불투명, 악화일로의 경제상황은 北체제위기를 해결 불능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美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대로 북한정권에게 핵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시장을 통한 北주민들의 자율적 富의 형성이다.

한반도 정세는 분명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는 이제 ‘6자회담 플러스(+)’로의 보다 광범한 정책대안 모색을 필요로 한다. 제재의 일관된 시행과 함께 북한체제 존립 여부와 결부된, 근본적인 접근으로의 전환이다. 이는 곧 한미동맹 강화에 기초한 한·중 및 한·미·중 전략대화 추진과 더불어, ‘포스트 金’을 준비·추진하는 그랜드 디자인 속에서 북핵문제 해결이 모색됨을 의미한다.

http://khhong.com/article/view.php?id=khinc_News&no=7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