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은 황강 댐 무단방류와 인명피해에 대하여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말하면서(더 큰 피해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유감 표시와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시하자 우리 정부는 남북한 관계복원을 위해 걸림돌 하나를 제거한 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그래서 남북한 관계계선의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핵문제는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책이란 것이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북한정권의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전폭적으로 할 것이라는 소위 ‘그랜드 바겐’이 그 핵심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시설을 모두 폐기하기로 이미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약속한 바 있고 북한에게 그 약속의 대가로 한국은 수십 억 달러를 들여 경수로 공사를 진행하였으며 미국은 중유를 제공한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시설을 폐기하기는커녕 그 기간 동안 핵개발을 계속해 옴으로 약속을 그만 깨뜨리고 말았다.

그러한 신의(信義)없는 북한을 상대로 이명박 정부는 ‘바겐’ 즉 상업적인 거래, 매매, 흥정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상업적인 거래, 매매, 흥정에는 따라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신의다. 그런데 “과연 북한은 신의를 가지고 있는 집단인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여건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국가를 포함한 한 집단의 신의의 척도는 인권에 있다. 그런데 지난번 미국의 인권연구소인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한 2009년도 세계 193개국 자유도 랭킹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점수가 86점으로서 일본(88), 이스라엘(84)과 같은 등급이고 프랑스, 영국, 호주 등보다는 한 등급이 낮지만 '자유국가'로 분류되었다.

반면 최악의 인권억압국가는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와 북한으로 점수는 각각 겨우 2점씩 이었다. 북한의 점수는 체첸(7), 티벳(4), 짐바브웨(12), 우즈벡(3), 리비아(8), 아프가니스탄(32), 수단(14), 미얀마(5)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면에서는 북한이 세계에서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을 상대로 핵문제해결을 위한 방책으로 ‘그랜드 바겐’을 말하고 있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접근방식인지 이명박 정부에게 묻고 싶다.

■ 북한은 김정일 정권유지를 위하여 어느 경우든지 절대 핵포기를 안한다.

북한은 핵카드를 최대로 활용하며 소뼈 국물 우려내듯이 재탕 삼탕 등 수없는 홀림으로 우리 정부와 관련국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할 것이다.

이번 황강댐 무단방류건도 북한이 유감 표명과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며 남북간의 걸림돌 하나가 제거되었다고 만면에 희색이 넘친다. 기가 막히는 현실이다. 북한은 유사시에 수공(水攻)작전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를 이번 기회에 시험해 본 것임에 분명하다. 북한은 필요 이상으로 한꺼번에 물을 우리 쪽으로 내려 보냈다. 즉 황강댐의 수위가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수문을 열어 초당 7400톤의 물을 2시간 동안이나 예성강 쪽이 아닌 임진강 쪽으로만 방류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보기 좋게 당한 남한 당국은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유야무야(有耶無耶) 유감과 조의 표시를 하는 북한 당국에 그저 고맙기만 한 모양이다.

핵문제를 비롯 현재의 남북간의 현안의 문제는 김대중 정부를 비롯하여 유한한 임기를 가진 한국 정부의 지도자들이 급하게 경쟁하듯 임기동안 업적 쌓기에 열을 올리다보니 생긴 후유증들이다. 이명박 정부의 소위 ‘그랜드 바겐’이라는 것도 그렇다.

실용주의 노선을 주창하는 이명박 정부는, 이념으로 철저하게 무장되어 있는 북한의 핵문제도, 이념없는 회색적 칼라를 보이는 실용주의적인 경제적 접근방법을 통하여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북한의 핵 문제도 상업적 의미인 ‘그랜드 바겐’이란 어휘를 사용하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어 국민소득이 3천 달러가 되도록 해 주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나 북한은 이를 철저히 배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의 북한 선전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6·15공동선언 역행하는 반통일 매국책동 단호히 짓부시자!” 라는 구호와 함께 ‘비핵개방 3000’이라는 글귀가 그림 안에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수산기념궁전에는 사진에서처럼 유리관을 씌운 채로 김일성 시신이 썩지 않게 보존되고 있다(◀, 사진출처/ 2007.7.9.자 중앙일보). 잘 아는바 대로 북한에서는 많은 인민들이 9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말까지 제일 많이 굶어죽었는데, 인민들이 굶어죽는 그 시기인 1995-1997년 사이에, 9억 달러를 들여, 김일성 한 인간의 시신을 참배케 하기 위해, 금수산기념궁전을 지었다. 금수산기념궁전(350만㎡)은 여의도 면적(848만㎡)의 반절 정도나 된다. 규모가 실로 방대하다. 당시, 단 1억 달러라도 옥수수를 사다가 북한 주민들에게 먹였으면 굶어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과학적 숫자가 있다며 한 탈북자가 증언한 바도 있다.

350만 가까운 자신의 백성들이 기근으로 죽어가도 끄떡하지 아니하고 사후(死後)의 김일성을 우상화하기 위해서 금수산기념궁전을 짓는데는 9억 달러나 허비한 것은 김정일 집단의 존재근거가 바로 김일성수령절대주의 사상에 있기 때문이다.

연 100만명이 방문하고 김정일은 새해 일정을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고위급들도 마찬가지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 금수산기념궁전을 다녀가면 개운해 진다”고 말할 정도로 금수산기년궁전은 한 종교의 성지처럼 되어버렸다.

김일성을 신앙하는 주체교가 와해되면 북한의 존재기반은 무너진다. 그런데 주체교는 전체 인민이 신봉하는 유사종교적 행태로 정확하게 말하면 이것은 종교의 너울을 쓴 사이비인 것이다.

사이비 종교에는 반드시 광신적인 행태가 나타나기 마련인데, 북한 인민들은 하루를 김일성 부자의 사진에 절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모든 삶의 중심이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데 있고 그래서 심지어 불난 집에서 사람을 구하기보다 김일성 초상화를 들고 나오는 것이 칭찬이 되고 미담이 되는 곳이 바로 북한이다.

어떻게 보면 사이비 종교에 미친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 북한이다. 그 미친 사람들과 우리 이명박정부는 ‘그랜드 바겐’을 통하여 북한의 핵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단연코 말한다. 김일성수령절대주의 사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어떤 핵문제의 해법도 유효한 것이 되지 못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핵문제에 앞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북한의 인권문제이고 그에 따른 김일성수령절대주의 사상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말 우리로서는 풀기 어려운 숙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어려운 숙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바겐’을 성사시키기 위한 신의(信義)가 있을 수 없고 그 신의가 보이지 않는 한 북핵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즉 핵문제 해법을 위해 제시한 ‘그랜드 바겐’은 후차적인 문제이고 먼저 폭압에 시달리는 북한 인민의 인권신장과 유사종교의 행태를 보이는 김일성수령절대주의 사상을 버리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는 말이다.

차제에,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가장 적절하고 유효한 해법이 영 다른데 있음을 이명박 정부는 직시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