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북한을 방문 중인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만나 김정일은 “우리는 조-미(미-북) 회담 결과를 보고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며 “다자회담에는 6자회담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친북좌파정권과 다른 점이다.

언론은 김정일이 6자회담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발전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후퇴다. 김정일은 6자회담에 참가하여 합의에 도달하고 핵폐기 절차를 밟던 도중 미국의 정권교체를 틈타 미북 양자회담을 이끌어 내기 위해 또 다시 도박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김정일이 6자회담의 틀을 깨고 독자적으로 행동하게 된 것은 그 자체가 6자회담의 실패다. 그러니 김정일이 지금에 와서 조건부로 6자회담에 참가할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진전이 아니라 후퇴인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6자회담 당사국뿐만 아니라 세계는 김정일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 김정일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체제보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먼저 핵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김정일은 지금 의지(意志)의 대결은 벌이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힘이 더 쎈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이 이렇게 외골수로 나가는 것은 그가 동굴의 시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파놓은 동굴에 갇혀서 그 동굴을 통해 세계를 보고 있다. 그것은 오로지 힘으로 미국을 협박하여 체제보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선군정치니 강성대국이니 하면서 모든 자원을 군사적 목적으로 집중하면서 핵으로 미국을 굴복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국가의 모든 자원을 핵무기에 투입할만큼 여유가 없는 나라가 아니다. 따라서 김정일이 이 게임에서 이길 확률은 별로 높지 않다. 그럼에도 김정일이 핵대결에 목숨을 거는 것은 그 길만이 살 길이라는 스스로 설정한 원칙 때문이다.

김정일이 가진 이 외골수적 동굴의 시야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그에게 충격을 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이나 한국 등 세계는 김정일을 대화로 설득하려고 노력하였다. 사태의 진전이 없어도 대화만 고집하다보니 김정일의 세계관이 고정된 것이다. 마치 철없이 구는 아이를 말로만 달래려고 하는 부모가 성공하지 못하듯이 김정일의 버릇이 나쁘게 들었다. 철없는 아이를 한 차례 혹독하게 매질을 가함으로써 교훈을 준다면 그 아이는 말을 잘 듣게 될 것이다. 김정일도 한번은 힘으로 교훈을 가르쳐야 한다. 한 대 맞아 보지 않은 아이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한 대 맞아 본 아이는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그로 인해 그의 시야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김정일에게 충격요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한적 정밀 폭격을 가할 필요가 있다. 사전에 북한에 교훈을 가르치기 위해 제한된 범위에서 제한된 수단으로 정밀 폭격을 가한다는 것을 명확히 선언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필요할 경우 무력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김정일의 시야가 넓어지고 세계를 보는 눈이 바뀔 것이다. 자신이 세계에서 최고의 지도자가 아니며 북한이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만큼 군사적으로 강하지도 않다는 것을 실감케 하여야 한다. 물론 김정일이 새로운 세계관을 그래도 갖지 못한다면 그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나 김정일 제거를 새로운 전략적 목표로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사실 한 개인의 성격이나 세계관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일시 겉으로는 변한 것 같아도 종국에는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정일이 동굴의 시야에서 벗어나 보다 합리적인 세계관을 가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한번 충격을 가함으로서 그 기회를 주고 그래도 변하지 않는다면 부득불 김정일을 제거하여야 한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만약에 사람이 영원히 생명을 유지한다면 역사는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 권력자가 종신 권력을 쥐고 있다면 그 기간에는 발전이 없다. 오직 사람을 교체하여야만 발전이 있다. 이제 북한에서 김씨 일가를 제거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김씨 일가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북한 동포를 생각하면 벌써 오래 전에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제거되었어야 한다. 더 이상 김정일의 간만 키워주는 대화에 매달리지 말고 김정일에게 따끔한 교훈을 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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