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지명자의 국회 청문회와 인준을 둘러싸고 여야간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 이 논쟁을 지켜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한국에 총리가 될 만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이리도 없어 이러저러한 인격적 하자에 대해 공격하고 방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참으로 불행한 국민이라는 자괴감을 지울 수가 없다. 적어도 한 국가의 국무총리가 될 사람이라면 인격적으로 모범이 되어야 하고 논쟁의 대상이 병역기피니 세금탈루니 위장전입이니 소득세 신고 누락이니 하는 파렴치범 수준의 것은 아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국무총리가 될 사람이라면, 다른 공직자도 마찬가지지만, 국가적 문제에 대한 견해의 차이나 가치관의 차이 또는 정책적 차이 등이 주로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함에도 한국에서 이런 가치관이나 정책의 차이가 문제가 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로지 개인적 부조리, 예를 들어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병역비리, 학자출신의 경우 논문 표절이나 중복 게재 등 인격적 기준에 미달하는 그런 것들이 대부분 논쟁거리가 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인사기준이 업무수행능력보다는 지연(地緣)이나 학연(學緣)이 더 크게 작용하는 한국적 문화에도 큰 원인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통령을 제외한 각 부 장관이나 국무총리가 고유업무분야의 수장이라기 보다는 대통령의 인맥의 구색을 맞추는 하나의 액세서리 정도로 인식되는 풍토가 더 큰 이유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장관이나 국무총리가 파격적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국무총리 지명자의 경우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이외 뚜렷이 공공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다. 국무총리라면 정치적 경력이 필수적이며 그것도 정치적 경력자 중에서도 소위 거물급에 해당하는 사람이라야 격에 맞는다. 그런데 교수직에 종사한 것 외에 별 다른 공공업무를 수행한 경력도 없고 특히 정치적 업무에 종사한 적이 없는 백면서생을 하루아침에 국무총리로 지명하는 것은 그만큼 국무총리의 역할이 사소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더구나 국무총리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을 사람이 어떤 이유로서든 군복무 경력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한국이 적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특히 적화통일을 노리는 북한의 대남공작에 따라 북한에 충성하는 친북좌파가 상당한 세력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될 사람이 군대도 갔다 오지 않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도대체 기본이 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군대도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이 국가관이 뚜렷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그저 적당히 중도의 길을 따른다는 미명아래 적과 협력도 하지 않지만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정도의 각오도 없다. 그러나 공직을 맡을 사람의 경우, 특히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장관, 또는 국회의원이 될 사람은 적어도 군대는 갔다 와야 하지 않는가? 뿐만 아니라 위장전입이니 세금탈루니 하는 파렴치한 인격적 하자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양심이 살아있다면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은 일체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그것이 공직자의 최소한의 자격기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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