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2일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결의안 1874호를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한바 있다. 이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2차 핵실험을 5월 25일에 강행한데 대한 조치였다.

안전보장이사회는 제1874호를 근거로 회원국 등에 북한 핵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거나 핵확산 금융거래 및 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 대량살상무기) 관련 거래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 인사나 북한 기업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고 구체적인 그 제재 대상자를 지정해 우리정부에도 공식 통보해 왔다.

이 결의안에 따르면 북한에 의한 무기수출의 전면금지와 금수(禁輸)물자를 실은 의혹이 있는 선박에 대하여 화물(貨物)검사 등의 조치가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그리하여 지난번 금수물자를 선적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을 출발하여 싱가포르를 향해 중국 앞바다를 항해 중인 강남호를 추적, 끝내는 북으로 다시 회항토록 만든바가 있다.

물론 이 같은 실효성을 가지는 UN의 대북제재결의안에 대해 북한 당국은 외무성을 통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우라늄농축작업착수, 추출플루토늄의 무기화, 봉쇄를 시도 할 경우 전쟁으로 간주하고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는 3개 부문의 대응조치를 선언했었다. 저들의 말이 진실이라면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 날 수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저들은 서해 5도의 생명선인 NLL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출범한 버락 오바마(Obama) 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부시정부와는 다르게 대화를 우선시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우리로서는 천만다행이다. 오늘(8월 18일)자 조선일보 A3면의 기사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은 15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 일관성을 갖지 못했던 조지 W 부시(Bush) 행정부를 비판하며 이런 입장을 더욱 분명히 했다. 그는 손바닥으로 소파의 팔걸이를 내려치며 "(북한을 대할 때)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 (북한과의) 싸움터를 떠나지 말라. (부시 행정부가 뒤로 물러났던) 결과를 보라. 북한은 플루토늄 재처리를 시작했었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조선일보 기사는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번 현정은과 김정일 간의 합의를 북한이 이달 초부터 구사하고 있는 '대화전술'의 하나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김정운 후계 체제' 토대를 닦는 한편, 미국이 주축이 된 유엔 제재를 피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남북한 간의 교류가 우선시되면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의 이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덧붙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번에 김정일이 미국의 두 여기자를 사면하였는데, 몸값(Ransom Money)을 주었는지 그리고 그 어떤 것을 흥정대상으로 했는지 지금도 모른다. 김정일이 아마 그의 ‘통큰’ 모습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보여 줌으로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는 김정일 자신의 건재와 이미지 개선을 시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금으로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두 여기자 만을 빼내오는데 성공하였다는 사실 이외에 달라진 것이 나타나질 않는다. 다만 현대의 현정은이 북한 방문으로 합의한 5개 합의사항을 환영한다고 하지만, 북한의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미국이 향후 어떤 행보를 취할지가 궁금하다.

그런데 이번 현정은의 방북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수반하고 있다.

1. 현재 UN의 대북제재결의안 1874호가 발효 중에 있는데 국가도 아닌 일개 기업이 국가적 차원에서나 합의할 사항을 합의하였다. 결과적으로 현정은과 김정일이 합의한 내용을 남북간 당사자간에 사후에 추인하고 구체적 사항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면 남북간의 대화의 물꼬를 트는 전환점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국사(國事)에는 그 일을 담당할 부처와 공무원이 있고 그 내용이 있고 순서가 있는 법이다. 민간부문에서 다 할 수 있다면 국민의 혈세인 세금을 걷어 그 많은 공무원들을 세워 월급 줄 필요가 없다. 사전에 주무부처와의 내용협의가 있었어야 한다. 이러한 같은 경우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그렇다.

2. 뿐만 아니라 이번 사안은 UN에서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는 적어도 사전 조율이 있었어야 한다. 우리 한반도 문제는 우리 단독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6자 회담도 있는 것이 아닌가?

3. 과연 무엇이 국가를 위한 것인가? 금강산 피격사건으로 관광의 문이 막혀 한 기업에 엄청난 재정적자를 안겨주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북이 수없는 미사일을 날리고 2차 핵실험을 하고 곧 3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는 중대사 앞에서도 과연 한 기업의 문제를 국가의 문제에 앞서서 우선할 수 있는가? 그래서 미국와 한국 관계부처와의 사전 조율, 협의가 선행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정은은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이나 된다는 말인가?

4. 현정은은 17일 오후 2시30분 도라산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입국하면서 만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마치 개선하는 장군처럼. 그러나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입북을 하면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살인적인 미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방북시 김정일과 함께 가진 만찬에서 “아리랑 공연 입장권이 있으니 함께 보자”고 제안받았지만 “음식이 매우 훌륭하다” 하며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리는 방식으로 김정일의 제안을 거절한 것, 미국에 두 여기자를 데리고 그들의 조국인 미국 땅에 도착하여 비행기 트렙을 내려 올 때도,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며 자신은 5분 늦게 내려옴으로, 두 여기자들이 충분하게 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었다는 사실들이 현정은과 너무 대비되는 것은 따라 갈 수 없는 그 그릇됨의 차이일 것이다.

5. 전혀 적의가 없는, 군인도 아닌 민간인 박왕자씨를 정조준하여 살인한 북한, 경위도를 나타내는 GPS 수리를 맡긴 채 조업을 하러 갔다가 그후 외해에서 조업 중 항로착오로 NLL을 월선하게 된 어선 연안호의 선원을 납북하고서도 바로 선원들을 보내주지도 않는 북한, 그리고 무고한 개성공단의 유씨를 장기간 억류하다가 현정은의 방북에 맞추어 마치 선심 쓰듯 석방시켜주는 북한, 또한 멀게는 6·25 남침 전쟁발발, KAL기 폭파, 아웅산 테러 참사 등등등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다 준 것에 관하여 이제껏 유감표명이나 단 한마디 사과 없는 북한의 김정일이 현정은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야기 하라” 해서 5가지의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말하는데, 이 또한 속내를 들어내놓지 않는 저들의 고도의 위장전술이다.

물론 김정일 집단은, 현대보다 더 고마운 상대는 남한에 없을 것이다. 작고한 김대중과 함께. 그래서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자 한 말이었을까? 그래서 현정은은 만면에 웃음을 잃지 않았나?

그렇다면 왜 5번씩이나 체류연장을 하면서 7박 8일을 애타게 기다리게 했나?

주말에 오라는 것을 주초에 가서 그랬다고 현정은은 변명하는데, 이것은 말도 안 된다. 5번씩이나 연장을 하면서 그저 감읍(感泣)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정성으로 보건데 김정일의 호출 날짜를 함부로 변경하며 일개 남한 기업대표가 제 마음대로 북에 간다? 웃기는 소리다.

현정은의 모습은,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린 게 아니고 그저 무릎 꿇고 읍소(泣訴)하며 구걸하는 참담한 모습으로 비쳤다. 마치 그래서 남한산성에서 항전하다가 45일만에 항복한 인조가 후금(後金)을 향해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하는 수모를 겪은 것과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든다.

어찌하여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 되었나?

6. 북한에 대하여 수많은 현금과 물자가 지원되는 동안 북은 미사일을 쏘아대고 2차에 걸친 핵실험을 하는 등 대량살상무기를 확충해 갔다. 그사이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통하여 350여만명의 아까운 생명이 굶어죽었고, 김일성 시신을 모시기 위해 9억달러나 들여 금수산기념궁전을 지었다.

7. 거듭 강조한다. 과연 이러한 김정일 집단은 믿을만한 대화의 상대인가?

선진국들은 상대방과의 대화를 전개함에 있어 천부불가양(天賦不可讓)의 인권에 대한 문제를 선결의 문제로 내세운다.

미 국무부는 오바마 출범이래 전세계 180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8년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연례적으로 발표하는 이 인권보고서는 중국을 최악의 인권침해국가로 지목하고 북한의 인권실태가 역시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 정권은 거의 모든 부분에 걸쳐 주민들의 삶을 통제하고 있으며 초법적인 살해 행위와 실종, 일방적인 구금 사례 등의 보고가 증가하고 북한의 감옥 환경은 고문과 여성 수감자들에 대한 강제적인 낙태 등으로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고 본국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은 극단적인 처벌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천부불가양의 권리인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상대는 대화의 상대가 될 자격이 없다.

이러한 신념은 국가 간의 그 어떤 문제보다 앞서는 인류보편적인 문제임을 이번 일을 통해서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