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머님은 움푹 꺼진 내 코 잔등을 만지시며 “너는 코가 뾰족하게 나오면 멋있겠다.”라고 늘 외우곤 하셨다. 하지만 어머님의 바람대로 내 코 잔등은 튀어 나올 줄 모르고 나의 잘 생긴 얼굴에 먹칠을 하듯 움푹 들어가 있었다.

16살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먹을 것 찾아 조선팔도를 돌아 다녔다. 하지만 내가 주워 먹을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많은 꽃제비들의 차지가 되었던 것이다.  

먹을 것 찾아 삼만 리, 중국 개산툰에 위치한 어느 작은 마을에 오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개산툰의 작은 마을은 먹을 것이 많은 동네였고, 나는 마음 좋고 착한 조선족 청년을 알게 되어 그의 집에서 머물면서 일손을 거들어 주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니 나는 자연히 탈북자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중국 애들과 함께 놀기를 원했다. 나는 혼자이기에 많이 외로웠던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두만강에서 놀다 돌아오는 길에 내 나이 또래 중국 애들을 만났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마도 그들이 나를 쉽게 받아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가가자 그들은 나에게 달려오는 것이다. 나는 그들과 함께 놀고 싶고, 그들도 나와 함께 놀고 싶을 것이라 나는 착각 했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몽둥이였다.

내게로 달려온 그들은 다짜고짜 때렸다. 나를 끌고 숲속으로 들어가 사정없이 몽둥이로 때렸다. 나는 “왜? 때리는가”고 그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말했다. “조선에서 왔으니깐 때리는 거야. 딴 이유는 없어, 너가 죽으면 산에 가서 묻어 버리면 돼. 너 같은 건 누구도 찾는 사람이 없고, 우리도 살인자가 되지 않아”  

이유 없는 대답이었다. 나는 그들의 이유 없는 조건에 맞고 또 맞았다. 그들은 사정없이 때렸다. 몽둥이로 머리를 까고, 얼굴을 가격했다. 아마도 코 잔등만 몇 번 맞은 것 같다.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입술 여러 곳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울고 있는 나를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그들에게 비쳐진 나는 <집 나와 떠돌아다니는 주인 없는 한 마리 개>였을 뿐이다. 그들은 개 패듯 나를 마구 때렸다.

나는 그대로 있다가는 맞아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숲속에서 뛰쳐나와 길가로 뛰었다. 그들은 따라와서 나를 제압하고 또다시 때렸다. 나는 아픔에 몸부림치며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고함을 지른다고 때렸다. 그렇게 맞기를 30분, 마침 말을 끌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외쳤다. “살려주세요.” 마부는 나를 불쌍히 여겨 그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 새끼들아 뭐하는 거야? 왜 때리는 거야. 저리 가지 못해” 그들은 마부의 고함에 도망쳐 버리고 마부는 나를 이끌고 집으로 안내해 약을 발라 주었다.

당시 17살, 그들에게 맞은 나의 코 잔등은 지금도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다. 나는 튀어 나온 코 잔등을 만질 때마다, 나를 때린 그들에게 감사한다. 어머님의 소원인 코 잔등을 세워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때로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다.

나는 나의 조국인 조선이라는 나라가 밉다. 조선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맞았기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밉다.

나는 배고픔을 안겨준 김정일 장군님이 밉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다. 당신이 있기에 나는 아무런 이유 없이 외국에서 맞았다. 당신이 있었기에 코 잔등이 세워져 있어 고맙지만, 당신이 있었기에 억울하게 맞은 것이 지금도 마음속에 아픔으로 남아 있다.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