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에 가면, 지금으로부터 59년 전에, 이름도 모를 극동의 한반도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을 받은 ‘코리아’ 라는 나라를 구하고자 꽃다운 젊음을 고귀하게 희생한 참전 16개국의 전사자 명단이 벽면에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전사자들은 하도 많아 뉴멕시코 주를 시작으로 해서 각 주별로 전사자 명단이 새겨져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얼마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  용산 전쟁기념관 벽면에 붙어 있는 6·25 참전 전사자 명단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전쟁 기간 중에 미국은 연인원 485만명의 병력을 보내왔는데 이 중 54,246명이 전사했으며 468,659명이 부상당했다. 미국 다음으로는 영국이 62,000명을 보내와 1,078명이 전사하고 2,674명이 부상당했다. UN군 참전 16개국 전체적으로는 57,933명이 전사하고 481,155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 영국 이외에 병력을 보내온 나라는 그리스, 남아공, 네덜란드, 뉴질랜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티오피아, 캐나다, 콜롬비아, 태국, 터키, 프랑스, 필리핀, 호주 등 16개국이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인도 등 4개국은 의료지원을 하였다.

6·25는 3년 1개월 동안 지속되었으며 그 참상의 결과는 UN군 이외에 국군과 남측 민간인도 80여만의 희생을 치루고 북측도 민간인 200만명의 사상 및 군인 52만명의 사상자 기록을 남겼다.

필자는 인천 자유공원에서 맥아더장군 동상철거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2005년 7월에 당시 양키군(미군)추방 투쟁공동위원회 의장이었던 강희남 목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1983년 문익환 목사와 민통련을 창립했으며 1995년에는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에 취임하여 2005년부터는 명예의장으로 활동하였고 주지하는 대로 노무현 자살 이후에 예상치 못하게 정국이 심히 요동치는 것을 보고 어떤 가능성을 마음에 그려 본 것 같다(결과적으로 잘못 그린 것이 되었지만). 그리고 노무현 국민장을 정말 감명 깊게 바라보며, 자신의 자살 날짜를 6월 6일 현충일에 맞추어 6·10 항쟁의 날에 장례가 치루어지게 함으로 폭발적인 제2의 6월 항쟁의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유언을 통하여 이를 강력하게 선동한 것 같이 보인다.

강희남 목사는 맥아더 장군을 점령군의 괴수로 지목하고 필자에게 2005.7.17. 분명하게 이렇게 말했다(왼편의 사진은 당시 강희남 목사가 필자와 인터뷰하는 모습으로 여기에서의 그의 말은 다 녹취가 되어 있음).

“실질적으로 군사작전권이 양키들의 손에 있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주권이 양키들의 손에 있다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실질적으로 독립국가가 아니다. 양키들의 식민지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60년 동안 이렇게 지내온 이 역사를 청산하여야 된다. 그래서 우리는 양키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자 하는 뜻으로 이 일을 시작하는데,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저것(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을 통해서 반 양키운동의 첫걸음을, 첫 단추를 꿰는 것이다."

"이 일이 만약에 성공을 하면 여기서 힘을 얻어서 우리 운동권 전체가 합세해서 양키 몰아내는 일에 총 협력을 다해서, 이제 관념적으로가 아니고 구체적 행동으로 양키들을 몰아내자고 하는 새로운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지금까지의 운동은 어폐가 될지 모르지만 하나의 관념화된 그러한 운동이고 이렇게 싸움으로 시작해서 참으로 이제는 참으로 격렬한 실천적인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날 이렇게 일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양키들의 노예로 살아왔지만 우리의 후손들은 양키들의 노예로 살지 않고 똑똑한 독립국가의 국민으로 사는 백성들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 우리의 뜻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차라리 괜찮다. 이제 우리의 자손들에게까지 이러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은 우리들에게 죄가 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수이지만 이러한 일을 시작하지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소수로 시작했지만 이 적은 수가 장차 힘을 얻을 것으로 믿는다.

역사라고 하는 것은 항상 이런 것이다. 작고 약한 것으로부터 큰 것을 이루는 것이다. 북경하늘의 나비 한 마리의 날개 짓이 대서양에 가면 폭풍을 일으킨다는 말과 같다.”

“한국전쟁은 북침이다 하는 것을 이야기 해왔다. 한국전쟁이 북침이라고 하는 것은 학자들의 대다수가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원체 오랜 교육으로 한국전쟁은 남침이라고 해 왔기 때문에 이것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하면서 연설도 그렇게 하고 이렇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우리 운동에 따른 일이라 생각을 해왔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접수하여 적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미국이 세계제패를 위한 병참기지로 활용하려고 강제로 점령한 완전한 식민지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남한을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완전히 예속한 미제를 추방하고 조선을 한 나라로 통일하여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하고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 이러한 내용은 북한 최고의 상위법인 노동당 규약전문에 명시되어 있다.

북한은 대남혁명전략의 하나로 소위 김일성 주체사상을 대한민국에 전염시키는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바,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운동권 학생들의 일파로 그 세력을 떨치게 되는데 이를 주사파(主思派)라고 부른다. 주사파는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이념과 행동지침으로 북한의 남한 혁명노선인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따르고 민족해방을 강조한다.

골수 386운동권 출신이었고 한때 주사파 교육자였던 강길모 회장(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은 90년대에 전향을 하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386세대가 권력 핵심에 등장하면서 주사파는 물론 이들의 생각에 거부감이 없는 동조 세력, 권력의 흐름에 묻어가려는 포퓰리즘 세력이 결합해 간첩이 암약하기 좋은 정치·사회·문화적 토양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물론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한 말이다. 강길모 회장에게 한때 교육을 받고 김일성에게 충성 맹세한 운동권 출신들이 청와대를 장악하고 노무현 정권의 실세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사파 핵심 그룹이 그들의 사상적 외연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김대중 노무현을 잇는 10년 좌파정부의 뿌리는 깊고 완고하여 정부가 바뀐 지금도 그 위력을 여러 분야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짐작이 간다.

그런데 지난 6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왜냐면 북한은 3대를 이어 적화통일을 그 유지로 받들며 호시탐탐 그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을 통하여 온갖 협박을 일삼는 등 아직도 그 야욕을 버리지 않는 분단의 현실 속에 있기 때문에 좌파 청산이 무엇보다도 절박한 문제가 아니던가?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사회가 건강하려면 중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소위 ‘중도통합론’과 같은 피상적이고 낭만적인 기조로는 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할 수 없고 오히려 자가당착적인 함정이 되어 자칫 이명박 정부를 스스로 함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청와대관계자들의 용어라 말하는 ‘MB다움의 회복’이란 그가 주창하는 ‘중도 실용주의’로서 이념의 옷을 벗고, 철학에서 실용주의(Pragmatism)가 말하듯, 결과만을 중시하면서, 종국적으로 뜻하는 현금가치(Cash Value)를 추구함으로 좌·우를 모두 자신의 쪽으로 편입시키려는 극히 상업적인 전략(장삿꾼 같은 잇속만 챙기는 꾀)으로 이것은 분단 조국의 현실에서는 가당치도 않는 발상이다. 북한은 이제 실질적인 핵보유국이다. 3차 핵실험도, IBCM발사도 목전에 와 있다. 그리고 이제는 핵으로 직접 우리 대한민국을 공격하겠다는 태도까지 보인다. 이 지경이라면 남북의 군사대결이 끝난 것 같지 않나? 그런데 이렇게 조국이 위태위태한 유사시에 대통령은 이념의 옷을 벗어 던지고 색깔 없는 ‘중도’의 옷을 입겠다며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가소롭기 그지없는 말이다.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의거하여, 취임 시에 국민들 앞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 하겠다”는 선서를 한다. 대통령은 유사시에 목숨을 걸고 국민들을 지켜야 한다. 공무원들 모두는 국민의 머슴들인데 대통령은 국민들의 상머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죽기 살기로 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려면 오히려 회색빛 색깔 ‘중도’의 옷을 벗어던지고 이념이 또렷한 분명한 색깔의 옷을 입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헌법 제1조 제1항이 말하듯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될 것이며 그러한 또렷한 정체성을 가질 때 나라가 굳건한 안보 위에 설 수 있고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사회적 통합도 가능할 것이다.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하다가는 잡혀 먹히기에 십상이다. 상대는 얼마나 주도면밀한가? 빈틈이라고는 한 치도 안 보이질 않는가? 작년의 그 지긋 지긋한 촛불 데모와 노무현 국민장을 보라. 현실적인 법과 권력과 힘을 장악하고 있는 보이는 정부가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다른 정부(?)에 비하여 오히려 나약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등 참으로 어시시한 느낌을 받지 않았나?

아직도 정치․언론·시민단체·법조계 등등 전 분야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그 사상에 동조하는 무리들이 외연적 확대를 해 나가고 있는데, 이것은 이미 대한민국이 사상적으로 적화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저번 국민장 장례기간동안 우리는 똑똑히 보지 않았나?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완전 압도하고 있었다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현상이 벌어진 나라가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란 것을.

제정 러시아는 1917년 볼쉐비키혁명으로 성난 민중에 의하여 국가가 전복당하였는데 당시 제정 러시아 전체 인구 가운데 공산당 사상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불과 7%였다고도 전한다. 그렇다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과연 김일성 주체사상에 매료되어 그에 함몰된 사람과 적어도 그 사상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전체인구 가운데 몇 %나 될까? 우리가 만일 제정 러시아였다면 오래 전 벌써 적화통일 되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만큼 지금 우리나라에는 빨갱이와 그에 동조하는 무리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6·25전쟁은 남한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북한이 일으켜 남침을 감행한 것이라고 구소련의 비밀문서가 공개되어 그 진실이 백일하에 들어났음에도, 아직도 우리 대한민국이 북침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무리들이 주변에 많은 것이다.

2002년 갤럽조사에서 6·25가 남침이라고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31%에 불과 했으니 지금은 그 %가 더 낮아졌을 것이다. 2004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육사의 신입생도 34%가 우리의 주적(主敵)이 미국이라고 대답했다고 하여 당시 사회적 큰 이슈로 대두된 적이 있었다.

이제 세대교체가 되면서 안보 의식은 더욱 더 희박해 질 것이고 남북을 아우르는 감성을 자극하는 언어와 구호들이 난무하며, 생각 없이 그러한 말들에 철저하게 희롱 당할 것만 같다.

어떻게 지킨 조국인데 빨갱이들에게 송두리째 바치려 하나?

안 된다.

국민들도 제발 정신 차리고,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도 회색빛 색깔의 중도 실용주의의 얄팍한 옷을 벗어 버리고 어서 이념의 옷을 입어라.

제발, 정신차려라!!!

정말,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