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자살에 따른 국민장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집단적 광기 그 자체였다. 민주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다양한 개인의 삶과 선택을 철저히 무시한 집단적 히스테리 그 자체였으며 일반 국민의 양심적 선택이나 일상적 생활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심각한 사생활의 침해과 개인권리를 침해하는 전체주의적 감정적 강요와 일방적 주입이었다. 북한의 공산군사독재체제에서나 볼 수 있는 집단 히스테리의 표출이었으며 안정된 민주사회의 차분한 조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무현이 자살한 그 날 아침부터 공식적으로 국민장이 끝나는 5월 29일 자정에 이르는 7일 간 한국 사회는 사이비 교단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일방적 감정적 반응의 강요와 일방적 업적의 평가와 천편일률적 강요된 감정의 표출 이외에 세련된 추모나 평가나 장례의 진행은 없었다.

모든 공영방송과 모든 언론매체가 총동원되어 7일간 전 국민을 향해 일방적으로 감정을 강요하고 자살자를 미화하였다. 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단체가 나서 자살자를 미화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심지어 자살을 죄악시하는 천주교 미사조차 이것이 종교집회인지 정치집회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편향적인 편가르기와 적개심 부추기로 진행되었다. 어떻게 보아도 어딘가에 중앙사령탑이 있어 방송과 신문 그리고 인터넷 및 종교 단체 등을 통제하는 듯한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방적 진행이었다.

비유하자면 옆집에 사람이 죽었다고 하여 7일 간 밤낮으로 도로를 점령하고 큰 스피커로 진혼곡을 틀어 놓아 이웃이 도저히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일방적 강요와 같다. 아무리 사람이 죽었어도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7일 간 장례식을 치른다고 하여도 있는 듯 없는 듯 진행하여 참여할 사람은 참여하고 참여하지 않을 사람은 없는 듯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국민장은 마치 모든 국민이 오직 한 쪽 방향으로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강요해도 좋다는 면허장이나 강제집행 명령이나 되는 것처럼 방송, 신문 등 모든 대중매체가 일방적 감정적 반응과 행동을 강요하였다. 이런 일은 전체주의 사회에나 있을 법한 강제적 억압이다. 공권력에 의한 억압이 아니라 특정세력에 의한 강제다. 특정 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된 집단적 광기다. 국민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고 정상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여 마치 국민을 집단적 최면에 걸리게 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마치 쥐떼를 몰 듯 몰고 간 집단적 광기 그 자체였다.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적 성향이 얼마나 강한지, 특정세력이 어느 정도 횡포를 부릴 수 있는지, 우리 사회의 모든 언론기관이 얼마나 취약하며 얼마나 집단적 광기 연출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지, 국민이 얼마나 취약하며 언론이 연출하는데로 잘 따르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이런 이성이 마비된 전체주의적 집단적 광기는 상상하기도 끔찍한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다. 공산주의자들이 행하는 인민재판이 바로 이런 집단적 광기를 이용한 것이다. 이전 사북탄광 사태에서 벌어진 집단적 린치가 바로 이런 집단적 광기를 반영한 것이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바로 집단적 광기의 대표적 사례다. 나치스 독일도 집단광기의 산물이었다. 각목과 죽창과 살인과 방화 등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해지고 양심 있는 지식인들이 입을 다물어야 하며 심지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야 하는 지옥이 바로 집단적 광기가 횡횡하는 사회다.

이번 노무현 자살에 따른 국민장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적 통제에 얼마나 취약하며 어느 특정 세력이 국민을 일방적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어느 곳에서도 성숙한 판단과 반응 그리고 선택을 허용하는 분위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일방적 강요가 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무서운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실감케 하였다. 이 집단적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우리 사회가 성숙한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깊은 반성과 각오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