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공공제도는 복잡하고 급격히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만일 정책결정자가 관료제라는 한 가지 수단 밖에 갖고 있지 않다면 그 같은 유연성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공무원들을 재배치하거나, 보다 효율적인 비정부조직으로 이동시킬 수 없다면, 또 업무실적이 나쁜 공무원을 해고시킬 수 없다면, 공공제도가 유연성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관료적 정부는 공무원제도의 규정과 근속제도로 인해서 이러한 일을 쉽게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관료제는 독접공급자인 공무원들의 포로인 셈이다. 관료제 이외의 다른 모든 방식들이 [대안적인 서비스 제공]이라고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해 준다. 기업이라면 그같은 비효율성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정책결정자가 정책을 변화시키려고 결심하는 순간부터 독점공급자는 골칫거리가 된다. 경찰국이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범죄를 소탕하려고 할 때 경찰관들이 지역사회를 조직화하는 기술이 부족해도 그 기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국이 수혜대상자들을 교육시키고 취업시키는 일에 착수할 때 공무원들은 상담경력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시정관리인이 시공무원들을 제쳐두고 민간조직으로 하여금 필요한 서비스를 시도하면 공무원노조는 고소하거나 파업하거나 시위를 벌인다.

그래서 기업가적 정부는 정책결정과 서비스 제공을 분리시키는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오래전에 드럭커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성공적인 조직은 "최고 경영진이 정책결정과 방향설정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고 경영과 관리를 분리시킨다. 드럭커에 의하면 관리는 각각의 사명과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의 행동과 자율성의 영역을 가진 별개의 스탭진에게 맡겨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영자가 실무작업에 신경을 쓰게 되어서 기본적인 방향설정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기 힘들게 된다.

방향을 설정하는 일에는 모든 사안과 가능성을 검토하고 자원사용에 대한 경쟁적 요구를 균형 있게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노 젓는 일에는 한 사명에 열심히 집중하여서 이를 잘 수행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방향을 설정하는 조직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노 젓는 조직은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자신의 방법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기업가적 정부는 점차 노 젓기와 방향설정을 분리시킨다. 이를 통해"정부는 기본적으로 기술을 갖춘 구매자로서 행동하면서 정부의 정책목표를 달성시키는 방향으로 생산자들을 유도해 나간다."고 테드 콜더리는 설명한다. 그가 주장한 시민 연합과 공무원제도 혁신은 미네소타에서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발상을 이끌어 내었다. 정부기관은 많은 경우에 서비스 제공자로 남아있지만 서비스 공급을 놓고 민간과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서비스 생산자는 정책결정조직과는 별개이며 [정부 자체 공급은 가능한 대안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정책결정자들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 같은 지출로 많은 성과를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서비스 제공자 사이에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고, 상황변화에 대응하도록 최대한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공무원은 수행하는 업무의 질이 떨어져도 해고되지 않지만, 외부 계약자의 경우는 더 이상 일을 맡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질적 성과에 대한 절대적 책임을 강조하게 된다.

 매사추세츠의 행정 및 재무장관을 지낸 프랑크 케프는 이렇게 요약한다. "민간업자와의 계약은 비용이 덜 들고 보다 효율적이며, 제대로 일을 하도록 하고 융통성이 있으며 탄력적이다...계약은 매년 갱신되므로 그 내용을 변경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각종 특권과 기득권을 고집하는 공무원들에게는 그 같은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방향을 조종하는 조직은 문제집단을 다루는데 있어서 특별한 능력을 갖춘 전문화된 서비스 제공자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을 극복한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 상습 음주자 문제를 맡도록 할 수 있으며, 전과자들이 소년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수 있다. 40년 전만해도 이 같은 일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스톤 글로브지]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정부가 일하는 방식의 상당 부분은 주정부가 거대한 제도를 움직이고 스스로 직접적인 용역을 제공했던 시절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것들이다. 1950년대에는 마약에 중독된 유아, 에이즈 전염병, 경악할 수준의 아동학대 등의 문제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수많은 가정파괴로 인해 오늘날 만6천명의 아동들이 주정부의 보호하에 소규모 지역사회단위의 주거시설에 수용되어 있다.

재량권을 가진 방향조정적 조직은 각종 실험을 시도해 볼 수 있고 성공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자연은 자연적 선택과정을 통해 실험한다. 즉 진화과정은 적응하는 種에게 생존이라는 보상을 준다. 민간부문에서는 이러한 경쟁원리가 작동한다. 성공적인 새로운 사고는 고객을 끌어 모으지만 실패한 기업은 사라져 버린다. 여러 다양한 서비스제공자를 활용함으로써 공공부문 역시 동일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다수의 외부공급자를 필요로 하며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학습체계를 필요로 한다."고 방향조정적 조직인 인디애나 경제발전위원회의 회장을 역임한 브라이언 부즈워츠가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깨달은 바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재량권을 가진 방향조정적 조직은 문제의 근원을 파헤침으로써 보다 포괄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이들 조직은 약물복용, 범죄, 학교교육 등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함에 있어서 다양한 기관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정책결정과정에 모든 관련당사자를 참여시키며 주요 참여자들이 문제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반면에, 방향설정과 업무수행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조직은 비교적 제한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전략은 문제가 아니라 사업영역에 의해 결정된다.

1986년의 한 백악관 보고서에서는 59건의 [주요 공공보조사업]과 314건의 [기타 저소득층 지원사업] 및 11개의 [저소득층 융자사업]이 수록되어 있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인구 50만 명 정도의 군에 거주하는 저소득 가구가 가능한 모든 보조사업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18개의 독립된 기관에 신청을 해야 한다. 백악관의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각 사업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직자의 의도를 반영하면서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고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볼 때 목적, 규정, 기관, 효과들이 복잡하게 뒤엉켜져 있다.

성공적인 빈곤대책은 총체적 접근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리즈베스쇼어가 [악순환의탈피](Within Our Rrach :Breaking the Cycle of Disadvantage)라는 책에서 쓰고 있듯이, 이러한 대책을 위해서는 보통은 같이 일을 하지 않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다른 기관 출신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러한 총체적 접근을 개발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은 '방향타 잡기'를 '노 젓기'와 분리해서 정책결정자들이 포괄적인 전략을 세우고, 외부계약자들에게 그 정책의 실행을 맡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