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업가적 정치지도자들은 가정과 이웃, 학교, 자원봉사단체 조직, 그리고 사업체가 건강해야 지역사회가 건강하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러한 조직들을 건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1990년의 선거유세에서 플로리다의 로톤차일즈 주지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주정부의 핵심목표는 지역사회를 도와서 시민 하부구조를 강화시키는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역사회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기업가적 정치지도자들이 세금과 서비스의 사슬이라는 통념을 탈피하게 됨에 따라 로톤 차일즈나 조지 래티머 같은 정치지도자들은 '노 젓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길 때 비로소 '방향타 잡는 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한 조직이 노 젓는 일에만 노력을 기울일 때에는 방향을 잡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피터 드렉커는 그의 1968년 책인 [불연속성의 시대](The Age Discontinuity)에서 그러한 현상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통치하는 일과 대규모의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하면 정책결정능력이 마비된다. 정책결정기구가 실제의 일을 하게 되면 그 일은 어설프게 수행된다. 이들 기구는 수행에 역점을 두지 않으며 적절한 준비도 부족하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수행에는 관심이 없다. 그 이유는,

(그들의 철밥통이 변동 없이 드들에게 보장적 삶을 부여할 것을 믿고 있기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책이 어느방향으로 결정되든 그 집단의 기본권에는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결정에 관한 근본적 수행에 관심이 없다.)

*일을 적게 하는 정부는 약한 정부가 아닌가, 혹은 공공부문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예산과 공무원의 숫자를 힘과 동일시하는 전통적 자유주의자라면 그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강한 정부는 세인트폴처럼 방향조정은 정확하게 하되 노 젓는 일을 적게 하는 정부임에 틀림없다. 결국 배의 방향을 잡는 정부가 노 젓는 정부보다 자신의 진로를 훨씬 더 잘 통제할 수 있다.

방향잡기에 주력하는 정부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역사회, 州, 국가를 조직화하고 더 많은 정책결정을 내리며, 보다 많은 사회경제적 제도들을 움직이게 한다. 이들 중 일부는 더 많은 규제를 가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공무원을 채용하기 보다는, 다른 기관이 지역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도록 만든다.

대조적으로 서비스의 공급에만 사로잡힌 정부는 방향설정기능을 상실하는 때가 종종 있다. 세금과 지출이라는 쳇바퀴를 맴도는 공직자들은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지만, 결국 똑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으며, 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

교육위원회가 계약조건을 흥정하고 해고를 방지하기위해 동분서주하다 보면 학교교육의 질이 경시된다. 運送局이 버스운영에만 매달리고 보조금을 요청하는데 정신이 팔리면 자동차시대 이전의 운송모형으로서 공무원에 의해 운영되었던 중앙집중식 체제가 다시금 등장하게 된다. 연방정부 지도자는 계속 치솟는 메디케어(저소득자, 신체장애자를 위한 의료보호제도)와 메디케이드(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의료보호제도)의 비용에만 집착하여 의료보호체계의 전반적인 개혁을 무시하게 된다.

미국 정부가 의료비 총액의 40%나 지불하면서도 의료시장을 의사, 병원, 건강유지기관 등에게만 맡겨버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의회는 저축 대부기관에 5천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해 주고 있으면서도 금융시장을 조절하고 건전하게 만드는 역할을 은행, 보험회사 투자회사에게 맡겨버린다. 즉 정부는 노 젓기에 몰두하여 방향설정하는 일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를 과연 강한 정부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날 지구촌 경제의 등장과 더불어 방향타를 잡는 정부의 능력이 특히 중요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제경쟁이 미국산업에 미치고 있는 영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붕괴나 자동차공장에서의 대규모 해직사태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러나 국제경쟁이 정부에 주는 충격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면 해답이 분명해 진다.

기업이 오늘날과 같은 무한경쟁의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지식을 가진 노동자, 가장 획기적인 연구개발, 가장 싼 자본, 최상의 인프라라는 최상의 투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교육자 훈련자, 연구지원자, 규제자, 규제제정자, 인프라 운영자로서의 정부역할은 30년전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하게 되었다. 1960년에는 제너럴 모터스의 노동자 중 20%가 文盲者라는 사실이 별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포드나 클라이슬러의 노동자 중 20%도 역시 글을 읽지 못했다. 그러나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본의 모든 노동자들이 글을 읽을 줄 알게 되었을 때,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재계와 정부지도자들은 교육의 개선과 직업훈련체계의 고도화, 그리고 의료보장비용의 통제 없이는 미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되리라는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제도와 시장을 재편해야할 뿐만 아니라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인 교사, 교장, 노조, 의사, 병원 등에 대한 개혁을 단행하여야 한다. 미국은 자동차나 항공과 같은 독점산업이 경쟁을 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겪었던 충격과 동일한 것을 경험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변화를 향한 엄청난 압력이 발생하였으며 지도자들은 현상유지를 원하는 특정집단의 이익보다 일반대중의 이익을 추구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부분적으로는 국제경쟁으로 평균생활수준이 저하된 탓도 있지만, 유권자들이 더 많은 세금납부를 거부하고 있다는 새로운 압력이 정부행태의 새로운 변화를 초래했다. 정부가 일을 수행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재원이 갑자기 줄어들었다. 그러나 사회를 이끌어가고 '다양한 이익집단'으로 하여금 공동의 목표와 전략을 받아들이게끔 하는 통치에 대한 요구는 더욱 늘어났다.

이러한 것이 바로 비젼을 가진 지도자들이 서비스의 제공보다는 변화를 촉진시키고, 변화를 용이하게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작은 정부이지만 强하게 통치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