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야 야단법석인가?

때로는 역사도 후퇴하는 법이다.

미국의 북한과의 불완전하고 미봉적인인 합의 결과를 놓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한 미국의 조치는 지각이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조금 심하게 과장하면, 일본의 한반도침략을 용인하고 한일합방을 두둔한 ‘카스라-테프트밀약’을 연상시키는 대한민국 외교의 커다란 실책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필자도 그 동안의 북한 김정일 공산정권의 본질, 속성, 과거의 행태, 그리고 그들의 전술을 감안하여 미국의 약점을 이용한 다급한 미국의 접근에서 결국은 북한의 핵 외교가 공갈방식으로 승리할 것이란 진단을 수 십 차례 내놓고 관계당국과 관련 기관들의 대책을 촉구했지만, 필자가 제도권 내에서 소리를 내지 못해서인지 주요 언론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단지 나라 걱정하는 인사들과 이런 우려스런 사태를 같이 걱정하다가 결국은 이러한 북 핵 폐기 일정에서 중대한 역사의 후퇴를 경험한 것이다.

언론들의 북 핵 사태에 대한 논평이나 뉴스를 들으니, 그 행간의 뜻을 제대로 일고 전달하지 못하고 그 위험성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이나 논평이 없이 곳곳에 뇌관을 묻어둔 듣기 좋은 문구만 나열하는 아주 불완전한 언론의 보도행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서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깊이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정권의 구미에 맞게 잘못 길 들여 진 지난 10년 동안의 대한민국의 잘못된 관성이 지금도 우리가 무슨 실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지각을 충분하게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돌발적이고 불완전한 원칙의 후퇴 및 졸속 협상에 지금이라도 6자회담 참가 거부 등의 강수를 두어서 북한의 잘못과 미국의 조급한 외교노선에 대한 흐름을 강력하게 저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 번 협상은 형식적인 미국이 보여준 우리정부와의 조율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아주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결국에 미국은 우리 국민들의 안보이익을 무시하고 핵 물질 유출만 막으면 북 핵의 보유여부는 개의치 않을 것이란 시중의 의심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중인 것이다.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고철덩어리로 전락한 과거의 구닥다리 전리품 같은 영변의 핵 시설을 검증하고 합의하는 일에 모든 협상의 명운을 걸고 시간을 낭비하다가 결국은 ‘우라늄농축문제와 핵 확산 문제’에 대해서는 분리신고형태로 가닥을 잡고 북한에게 ‘한 없는 시간끌기 전술과 지연전술’을 펼치는 구실만 더 키워주는 협상을 한 것이다.

그러면 미국 정부는 영변이외의 추가 10군데의 핵 시설과 그 밖의 미신고 핵관련 시설 그리고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 무기 폐기에 대한 협상을 언제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말이 좋아서 단계적 협상이고 검증이지, 그 갈 길이 참으로 험난하고 예측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 죽은 6자회담의 동력(dynamics)을 살리기 위해서 너무나 큰 협상의 단초를 양보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매우 위태롭게 만든 협상이 된 것이다.

철저한 검증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모든 과정을 북한의 태도여하에 따라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협상결과를 갖고서 앞으로 미국을 우리더러 계속 믿으라는 말을 한다면 이 것이야 말로 우리 나라 국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외교적 처신이 될 것이다.

일본이 단지 자국의 납북자들을 놓고 목소리를 내는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우리정부의 모습이 아닌가?

필자와 같은 학자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미국의 협상태도를 묵인한 현 정부도 이러한 책임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한미공조의 신뢰감이 어떻게 다시 조성되어 갈지 지켜볼 일이다.

북 핵의 폐기는 그만두고 검증문제에서도 북한의 무리한 손에 끌려다니는 결과를 우리가 미국과의 우방이란 이유로 이렇게 수용해야만 하는 것인가?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전폭적인 교체와 더불어서 국회에서의 철저한 협상과정에 대한 청문회가 국민의 이름으로 이루여 저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북한당국은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테러행위들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돈은 달라고 하면서 아직까지 공식적인 사과도 없는 국가인 것이다.

최근의 금강산 관광객 총살사건, 그리고 1987년의 대한항공폭파사건에 대한 비협조적이고 안하무인격인 북한의 태도는 그들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원칙과 원리를 중시하는 미국의 보편적인 민주주의의 커다란 후퇴인 것이다.

북 핵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도 북한의 동의하에만 할 수 있도록 미국이 양보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아주 큰 외교적 실책이 될 것이다.

지금 북한이 형식적으로 ‘핵 불능화 일정을 재개한다’는 국제 언론의 계속적인 보도도 이제는 지겨운 북한의 상습적인 전술을 보는 그 이상도 아니게 필자의 귀에 들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임기 말의 부시정부가 조급해서 추진한 조그만 외교적 성과는 북 핵 일지에서 커다란 후퇴로 기록이 될 것이다.

시간이 그 것을 말해 줄 것이다.

2008.10.14일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