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학생운동에 관해 재미있는 증언을 해주는 또 다른 사람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만든 시민운동가로 유명한 목사 서경석이다. 서경석은 증조부가 한국최초의 교회인 소래교회를 세운 한국 최초의 목사일 정도로 기독교적 배경이 뿌리 깊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새문안교회에서 거의 살 정도로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 속에서 자랐다. 그러나 1966년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후 친구들을 따라 사회주의 비밀과외를 받게 되면서 기독교신앙을 버리게 되었다. 그는 [나는 왜 기독교인 인가]라는 간증설교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저는 대학교 2학년 여름에 교회를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사회주의에 심취했었는데 이 과정에서 읽은 변증법적 유물론이 매우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앙을 완전히 포기하고 [나는 유물론자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교회의 존경받는 장로의 손자가 사회주의자임을 선언하자 당시 새문안교회에 소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래도 교회에서는 장로의 손자가 사회주의자가 될 수 없다고 믿고 서경석이 대학 3학년일 때 대학부 회장을 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부 회장 서경석은 회장직을 오히려 부원들을 사회주의로 의식화하는 기회로 삼아 나중에 대학부 담당목사가 대학부원들의 신앙을 점검하자 90%이상이 무신론자임을 고백해 또 다시 교회에 소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1974년 민청학련사건 때 새문안교회 출신6명이 감옥에 갔고 그 후 새문안 교회 대학부 출신으로 감옥에 간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서경석은 대학졸업 후 무신론자였음에도 이른바 '산업선교' 등 기독교 운동에 계속 몸을 담았는데 이는 서경석이 無神論자이면서도 스스로 民衆神學의 입장에서는 기독교인이라고 믿었고 교회가[민주화운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 초 미국으로 유학을 간 서경석은 미국생활을 통해 북한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면서 북한이 樂園이라는 迷妄에서 벗어나고 한국의 경제발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됨에 따라 사회주의 이념을 버리고 민주사회주의자가 되어 귀국했으며, 아울러 감옥생활과 미국유학기간 등을 통해 보수적 신앙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서경석은 1989년 1월 귀국 후 느낀 당시 운동권의 실상을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89년 1월, 귀국 후에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원장서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원은 당시 운동권을 이론적으로 지원하던 곳이었습니다. 나는 당시의 기독교운동이 김일성 '주체사상論'으로 무장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침묵을 지켰지만 나중에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서경석 목사가 "개량주위자다" 라고 하며 운동권후배들이 나를 내쫒는 데모를 했습니다]

1980년대 초반의 학생운동과 관련해서 손학규와 서경석의 거의 17~18년 후배쯤 되는 서울대 정치학과 83학번인 <월간조선>기자 황성준은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1980년대 초반 서울대 학생운동의 핵심체는 '패밀리'라고 불리던 지하 理念서클이었다. [패밀리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패밀리]의 기원은 1971년 위수령으로 학내 이념서클이 금지되면서 시작된다. 학내 이념서클을 강제해산하자, 이 서클들이 地下化한 것이다. Apple(사회과학연구회), Gate(대학문화연구회), AKa(흥사단 아카데미 출신), 국경, 농법(농업법학연구회), 경법(경제법학연구회), 후경(후진경제연구회) 등이 서울대의 대표적 패밀리였다. 이같이 일반인이 무슨 뜻인지 알아보기 힘든 명칭을 사용한 것은 공안당국으로부터 보안을 유지하고, 은어를 사용함으로써 내부성원사이에 비밀결사체적 신비감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1960년대 후반 손학규가 만들었던 후진국문제연구회가 1980년대 초반까지 [후경]이란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대학가의 사회주의 흐름이 어떻게 서울대에만 있었겠는가?

이러한 대학가의 사회주의 흐름을 단지 自生的인 것으로만 본다면 金家집단의 집요한 [對南지하당 수립공작]의 노력과 성과를 무시하는 것이 된다. 김일성은 4.19당시 赤化統一의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을 학생소요를 民衆革命으로 발전시킬 革命力量이 남한 내에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하였다. 그리하여 김일성은 남한 내에 노동당의 지휘를 받는 지하당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맹렬한 對南공작을 벌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 공안당국에 적발된 것이 1964년의 인민혁명당(인혁당)사건,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사건, 1968년 통일혁명당(통혁당)사건, 1974년의 인혁당再建委 사건, 1979년 남민전 사건, 1992년 남한조선노동당(일명 중부지역당)사건 등이다.

*지난 10년 동안 좌파정권은 이 사건들은 모두 거짓이었다고 과거 사법부의 집행 판결을 뒤집고 보상회복 시켜주었다.

이와 같이 면면히 이어져온 대학가의 사회주의흐름과 김가집단의 집요한 대남공작이 1980년 최악의 권위주의정권, 광주폭동 시의 유혈사태 등과 맞물려 1980년대 학생운동을 공산주의운동, 그것도 김일성을 추종하는 공산주의 운동으로 만든 것이다. 1987년 공산주의 학생운동권 세력은 전두환 정권을 압박하여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올렸지만 그 후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고 다시 1990년대 초에는 동구사회주의권이 무너지면서 일대 위기를 맞는다. 당시 많은 공산주의 운동권세력들이 이른바 [운동]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1980년대의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후일談 문학까지도 생겨날 정도로 그 세가 위축되었다. 1993년 당시 우익성향의 김영삼정권이 등장하자 공산주의 운동권세력은 더욱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위축된 가운데서도 공산주의 학생 운동권은 1993년 전대협에서 한총련으로 이름을 바꿔 계속 대학가를 지배하였고, 1980년대 당시 위장취업을 통해 만들어진 이른바 [민주노조]를 중심으로 노동계에서 세력을 확대하면서 대한민국의 기층조직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대한민국 사람들은 차츰 [대한민국국민]을 뒤로 제쳐두고 '풀뿌리' '인민' '민중'이란 어휘를 베스트셀러책속에서 낄낄거리며 받아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