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군주, 이상한 대통령

임진왜란의 발발로 조선 팔도가 왜군의 리본도와 조총으로 피바다가 되는 시점에 조선의 군주는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전란의 와중에서도 소인배적인 삶이라도 이어갈까하는 궁리로 백성들을 버리고 의주까지 몽진을 하였다.

왜군이 계속 북상하자 이제는 아예 나라를 버리고 명나라로 망명할 생각을 굳히는 참으로 못한 군주노릇을 자처하다가 임란이 종료된 후 그 당시 백성들의 마음속에서는 어른대접을 받을 수 없는 군주가 된 것이다.

열악한 조건에서 의병(義兵)을 모아서 왜군과 맞섰던 김덕령 의병장을 잘못된 역모사건에서 죽음에 이르게 한 그이 소심함과 오판은 조선시대의 군주정치의 단점만 부각시키는 역사적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다.

사색당쟁(死色黨爭)의 크나 큰 폐해와 함께 분석을 한다 해도 기본적인 군주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 당시 백성들의 영웅이었던 이순신장군은 또 얼마나 큰 고초를 치렀던가?

자신의 무능과 잘못을 탓하기에 앞서서 온 몸으로 나라를 위해서 목숨까지 버리면서 싸운 충신들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마지막까지 광해군을 증오했던 선조의 태도는 조선왕조 군주체제하에서 군주의 잘못된 행태를 연구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필자는 그래서 선조를 아주 무능한 군주라고 칭하고 싶다.

나라가 망하는 와중에서 권력투쟁을 일삼는 신하들 사이에서 균형추 노릇도 못한 것이다.

오늘 필자는 또 하나의 이상한 기사를 접했다.

한나라당의 진영 의원실에서 국감자료로 공개한 대북지원 전모는 국민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단서를 갖고 있다.

우리가 중도좌파노선으로 분류하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지난 10년간 대북지원 총액은 공식적으로 8조 3,806억원이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북한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위험한 생존게임을 벌이고 우리 대한민국을 압박하는 가장 중요한 군사상의 자산인 ‘핵 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우리의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警告)대신에 대폭적인 대북지원이란 카드로써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방관하는 대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특정연도를 살펴보면 북한이 ‘핵 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2차 핵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3년에 오히려 1조 5,632억원을 지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북한정권이 공식적으로 핵 보유를 선언한 2005년에는 1조 4,794억원의 대북지원을 하였다는 기록이다.

김영삼 정부는 총 2,266억원, 김대중 정부는 총 2조 7,028억원, 노무현 정부는 총 5조 6,777억원,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올 해 8월까지 2,113억원이라는 공식 기록이 공개된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지원된 금액까지 모두 합한다면 얼마나 많은 금액이 더 더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도 매우 큰 것이다.

물론 우리가 우리 동포들에게 지원하는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체제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태를 버젓하게 연출하는 과정에서도 대북지원이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상적인 국가의 정책행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존권까지도 위협하는 북한의 핵 개발이 공식적으로 천명되고 증명되는 시점에도 이 나라의 대통령은 오히려 더 많은 대북지원을 핵 문제를 억제하는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검증 장치 없이 북한에 갈 수 있도록 용인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국민 누가 보아도 참으로 이상한 통치행위가 아닌가?

혹자는 북한의 그러한 막가파식 행동을 절제시키는 도구로 과감한 대북지원을 통한 대화를 전략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논리야 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스운 변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북한에 대한 견제와 북 핵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안이한 수준이었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지금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북한이 아주 편안하게 핵을 개발하는 것을 용인하는 역사적 대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이러한 중대한 국정의 실패를 감리감독하는 일에 실패한 국회의 모든 세력들은 국민과 역사 앞에 크나큰 사죄를 해야 마땅한 것이다.

책임 있는 지도자의 반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엄청난 실책을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이러한 엄청난 역사적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하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2008.9.30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