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발병 원인이 테러지원국 해제가 연기되는데 따른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일리가 있다. 김정일은 겉으로는 반미대결정책을 극단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누구보다 강력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정일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은 그가 택한 수단이 정도가 아니란 것이다. 정도가 아닌 길을 택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순리다. 김정일에 충성하는 한국의 친북좌파들이 반미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하고 있지만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는 김정일의 애타는 대미수교 노력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정일은 겉으로는 미국을 철천지 원수처럼 비난하고 있지만 사실은 미국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표리부동의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의 이 절실한 목표인 대미수교를 지원하기 위해 김대중도 노무현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해치면서까지 노력했다. 이 이유만으로도 김대중과 노무현은 반역자 대열에 놓을 수밖에 없다. 김대중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두둔하면서 다른 한편 미국에 대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중지하고 북한과 수교하기를 권한 사람이다. 노무현 역시 북한의 체제불안이 핵무기를 개발하게 만들었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체제보장을 하도록 요구하였단 인물이다. 이들의 교묘한 북한 편들기로 인해 한미동맹은 공동의 적을 잃게 되었고 그 존재 이유마저 불분명하게 되었다. 친북좌파반역세력은 이와 같이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 반미노선을 밀고 나갔고 그것은 반역행위였던 것이다. 결국 김정일은 미국을 짝사랑한 나머지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웃지 못할 전략을 세우고 추진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꽃을 선사하는 길을 택한 것이 아니라 주먹을 휘두르며 협박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과 같다. 꽃을 선사한다면 언젠가는 그 진심이 전달되겠지만 주먹을 휘두르면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의도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일은 미국으로부터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는 것을 현 난국의 최후의 탈출구로 생각하고 거기에 필생의 도박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정일은 진심으로 핵폐기를 추진하지 않았다. 적당히 미국과 한국 그리고 6자회담 참가국을 속여서 철저한 핵검증을 피하면서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기를 원했던 것 같다. 미국이 이에 응할 리가 없다. 결국 김정일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지는 꼴이 되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김정일이 리비아의 카다피를 따를 것을 권유했다. 어차피 항복할 수밖에 없다고 결심하였다면 철저하게 항복자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옳다. 항복하였다고 선언하고서도 마치 항복하지 않은 것처럼 거짓 술수를 쓴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진실은 상대방이 믿도록 만들기가 쉽지만 거짓은 상대방을 믿게 할 수가 없다. 김정일은 남자답지 못하게 이중플레이를 하다가 제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애당초 김정일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었다. 90년대의 고난의 시대를 군을 앞세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선군정치를 내세웠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자신의 권력을 영원히 지켜줄 수 있는 최선의 통치제도인양 선군정치를 정당화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애당초 기대하기 불가능한 목표였다. 군대는 전쟁에 대비한 조직이지 평소 사회를 관리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비유하면 전쟁터에 쓸 큰 칼을 가지고 부엌일에 쓰면서 그로 인해 음식만들기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한 것과 같다. 보다 근본적인 잘못은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와의 경쟁에 이길 수 없는 이념이며 더구나 공산주의에 내재된 독재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와 개혁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변화와 개혁 없이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러나 김정일은 변화와 개혁에 실패했다. 오직 군대를 앞세운 독재정치만이 자신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은 점점 더 현실로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이 정말로 미국의 도움을 받아 북한의 체제개혁을 이룩하고 경제문제도 해결하며 그 결과로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생각했다면 그는 선군정치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개혁개방과 핵포기를 선택했어야 한다. 그 반대의 길을 걸으면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할 것으로 기대했다면 이것은 중대한 전략적 실수다. 한국도 핵폐기를 통한 개혁개방은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북한을 민주화하고 궁극적으로 자유통일을 성취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이제 어쩌면 김정일은 영원히 이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대결정책을 추구하는 동안 그의 건강은 망가졌고 아마 다시 정상적인 건강을 회복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바라기는 김정일의 후계자가 누가 되든지 정도를 따르는 대전략의 변화를 추진하라는 것이다. 핵무기는 폐기하는 것이 정도다. 핵무기는 사용할 수도 없는 무기이며 핵무기를 먹고 살 수도 없다. 오히려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동참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군대를 앞세운 독재를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을 민주화하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정도다. 이런 대전략의 변화가 있을 경우 북한도 국제사회의 성실한 한 회원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며 현재 직면하고 있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도 중의 정도는 북한을 대한민국에 바치는 것이다. 김정일이나 북한의 차기 지도자는 신라 경순황의 지혜를 본받아 대한민국에 북한을 바치는 용단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