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와 북한식 사회주의

미륵의 세상이 환생한 노동자의 천국인가?

어제 저녁부터 전 세계의 언론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을 놓고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세계인의 관심을 이렇게 받으면서 권좌를 유지하는 김정일 가계의 존재에 대한 세인의 주목이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김정일 위원장의 거취에 전 세계의 언론이 이목(耳目)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북한정권 수립 60주년인 9일 공식석상에 참석을 하지 않았다는 단순한 이유는 많은 추측기사를 지금도 양산해 내고 있다.

그의 거취는 항상 건강이상설로 연결이 되어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을 수시로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신권 통치 같은 전제왕조체제에 대한 세인들의 평가를 들을 때마다 후삼국시대의 자칭 현세의 미륵이라 칭했던 궁예를 생각한다.

혼란한 후삼국의 새로운 강자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통일신라의 몰락한 왕손 궁예는 미륵의 세계를 모토로 굶주림과 삶의 고통에 던져진 일반백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주문하다, 그 스스로 미륵을 자처하는 왕국을 건설하고 경상북부, 강원과 경기도 그리고 평안도 일원을 다스리는 후삼국의 선두주자 태봉을 건국하는 것이다.

초심(初心)에는 진정으로 역사와 백성을 위한 정치의 희생물이 되겠다는 각오로 수 많은 민초(民草)들의 마음을 얻고 부패한 통일신라의 대안세력으로 등극하지만, 독단과 권좌에 스스로 취해서 민심과 멀어진 권력을 종극에는 그가 가장 신뢰하는 신하의 손에 죽는 비운의 궁예가 된 것이다.

북한이 1948년 소비에트의 지원으로 노동자의 낙원을 표방하면서 새로운 권력자 김일성을 중심으로 정치학이론에도 없는 주체와 전제주의를 빛은 왕국을 건설하여 오늘까지 오지만, 결과는 노동자의 낙원과는 정 반대의 굶주리고 탄압받는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사례로 우리들에게 각인(刻印)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역시 그런 것이라고 한다면 굳이 할 말이 없겠지만, 굶주리는 북한의 동포들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한가롭게 북한의 처절한 삶의 조건에 대한 감상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화려한 구호 밑에 도사린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역사를 후삼국의 태봉이라는 나라와 지금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증(stroke)’으로 건강이 안좋다는 첩보가 접수된 순간부터 통일부도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했다는 소식을 접한 필자는 아직도 한반도에 드리운 어두운 안보의 그림자를 생생하게 우리의 역사 속에 투입시켜보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한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긴장을 하고 이를 주시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 바로 이러한 모습이 왜 우리가 정치를 경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고 국가안보의 치밀함에 대한 계산을 소흘하게 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또한 좋은 양질의 정치인들이 많이 양산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한반도에 이렇게 불한한 동거체제가 계속 될 것인가라는 판단이다.

지금으로선 아무런 예측가능한 시나리오가 없는 혼미의 한반도정국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지도층의 책무는 더더욱 막중한 것이고, 개개인 국민들도 실천적 나라사랑에 대한 의무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후삼국의 궁예가 이야기한 미륵의 세상은 철저한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선진통일조국을 만든 것에서 찾아야 할 현실의 선진복지국가인 것이다.

(2008.9.10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