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아침 동아일보에 게제된 <최정호칼럼> “통일은 안 된다 하더라도”는 한국의 지식인들의 안이한 상황인식과 패배주의와 이기주의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글의 요지는 “평화를 희생한 통일보단 차라리 통일을 희생한 평화가 내겐 낫다”라는 그 자신의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주민의 복지만 해결할 수 있다면 통일보다는 분단이 더 낫다는 식으로 영구분단을 지지하였다. 또한 그는 “‘분단’ 아니면 ‘통일’이라는 흑백 논리의 2항(項)도식에서 벗어나는 유연한 발상이 미래를 열어 줄지 모른다”는 식의 해괴한 말로 글을 맺고 있다. ‘평화’라는 말은 호소력이 있다. 누구나 평화를 지지한다. 이것은 ‘디폴트’ 선택이다.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경우 당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가치다. 그러나 단지 이런 이유만으로 평화를 지지한다면 그것은 충분하지 않다. 생각을 끝까지 해보지 못한 어설픈 결론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생각도 깊이 해보지 않고 평화를 지지한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선전전략을 택한 세력이 바로 친북좌파로 알려진 종북주의자들이다. 이들은 평화를 내세워 사실은 국토의 영구분단을 획책하고 있다. 이들이 국토를 영구분단시키려는 목적과 이유는 단순히 김정일 정권의 체제보장에 있다. 다시 말하면 친북좌파는 김정일 공산군사독재정권의 체제보장을 의해 평화라는 위장선전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라는 구호는 단지 친북좌파만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어정쩡한 태도를 가진 지식인과 보통 사람들이 모두 평화를 내세워 통일을 은근히 반대한다. 그 배경에는 우리가 지금 잘 살고 있으니 공연히 통일을 추진하다가 전쟁이라도 나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생활수준을 지킬 수 없으니 차라리 북한과 갈라져 살자는 것이다. 이들은 통일로 인해 성취 가능한 강력하고 번영을 누릴 통일한국의 미래는 애써 외면하는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 물론 이들은 평화를 내세워 국토의 영구분단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취할 때 갖게 되는 약간의 죄책감을 떨어버리기 위해 북한의 민주화에 대한 희망을 피력한다. 최정호 기자와 같이 이들은 북한 주민도 잘 살 수 있다면 영구분단도 받아들이겠다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한다. 그래서 이들은 북한에 김정일 공상군사독재체제가 존재하는 한 북한이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없으며 따라서 북한 동포가 경제적 번영은 물론 정치적 자유를 누릴 길을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숨긴다. 이들의 이러한 위선적 자세는 전형적인 냉정함이요 책임회피요 이기주의다. 최정호를 비롯한 어정쩡한 이 땅의 지식인들은 전쟁으로 인한 파괴를 평화를 선호하는, 그래서 국토의 영구분단을 옹호하는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 사실은 숨기고 있는 것은 분단으로 인한 ‘파괴’다. 파괴란 단순히 건물이 붕괴되고 철도나 공장이 파괴되는 물리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물리적 파괴는 복구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파괴는 바로 분단으로 인한 정신적 파괴요 한국인의 활동공간의 파괴요 국제사회에서 한민족의 상호대립으로 인한 파괴다. 말하자면 분단으로 인해 우리가 평소에 치르고 있는 비용이 통일노력으로 인한 파괴보다 더 크고 엄중한 것이다. 분단으로 인한 파괴는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간과할 수 있다. 그러나 제정신을 가진 지식인들이라면 이 점을 국민에게 알리고 통일이 분단보다 더 나은 상태라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통일은 한민족의 미래를 여는 단초다. 통일을 포기하고 선진한극을 논할 수 없으며 한민족의 웅비를 상상할 수 없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국론분열과 이로 인한 엄청난 국력의 소모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치르고 있는 분단의 비용이다. 이것은 통일의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파괴의 비용보다 더 크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통일은 최우선과제다. 통일을 성취하지 않고 우리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따라서 통일을 추진하면서 치르게 되는 비용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당장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구분단을 합리화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며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통일이 없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없다. 통일은 선진한국을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평화를 내세워 통일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적의 전략을 옹호하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