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忍苦)의 세월

요즈음 국내외의 언론들은 온 통 메달을 딴 올림픽 스타들에 대한 방송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국민들도 정치에서 찾을 수 없는 대리만족을 2주 동안이라도 이렇게 스포츠에서 만끽하는 장점도 있는 것이다.

어찌 스포츠의 단순함과 정치행위의 중층성 그리고 복잡성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난 81일 동안 원구성도 제대로 못한 대한민국의 정치수준을 보는 국민들은 잘 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기본이라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러한 비교를 해 보았을 것이다.

북경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들의 화려한 부활이야 더할 나위 없이 축하를 해 줘야 하지만, 메달 권 밖에서 마음 아파하는 선수들을 생각하면서 세상의 위치를 생각해 본다.

오늘 한 일간지는 불운의 체조선수 양태영에 대한 기사를 크게 실었다.

28세의 체조선수가 기량에 비해서 경기장에서 계속 불운을 만나는 안타까운 사연을 적고 있다.

양태영 선수의 개인적인 아픔을 생각해 보니 많은 연민의 정을 느낀다.

잘하려고 인고의 세월을 보내 온 그 이기에 뜻대로 되지 않은 경기결과를 보면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털어내는 성숙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특정한 목적을 세우고 거기에 도달하려는 열정과 노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예상치 않은 많은 난관(難關)을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하는 인내심과 강인함이 있어야 그 어려움과 고난을 뚫고 고대하는 목적지로 언젠가는 도달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해도 특정 환경의 구조적인 제한요건, 그리고 특정한 시점에서의 돌발적인 사건 등으로 한 순간에 그 아픈 바람이 다 부서질 수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운동시합이야 기량이 최우선이지만 그 외의 사회적 경쟁은 보이지 않는 요인들의 아주 강하게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필자도 국제정치학자로 학계에서 강의를 하다가 중앙부처 공직에 들어서서 전문가의 길을 가는 도중에 개인적인 결단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은 지가 벌써 8년째이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바로 세운 뜻을 접지는 않았기에 지난 8년 세월의 의미가 너무나 크다.

이러한 삶은 반드시 가까운 사람들의 희생을 전제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건데 양태영 선수 못지않은 인고의 세월을 필자스스로 보내고 있다.

뜻을 세우고 공공의 영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 보겠다는 마음은 많은 준비와 시행착오(試行錯誤) 그리고 좌절을 겪는 과정에서도 많이 영글어 가는 것이다.

정치행위가 시간차를 많이 두고 서서히 익혀가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역학구조를 당연시하지만, 운동선수들의 시간차와 허용된 공간은 너무나 짧고 너무나 적은 것이다.

필자가 양태영 선수의 아픔과 좌절을 이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기다림과 숙성의 세월의 무게가 너무나 크다는 짧은 필자의 깨달음이 있어서 가능할 것이다.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 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