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의 시대에, 대학의 학문과 언론의 정보가 정치를 비롯한 사회의 역역들(social spheres)에 시의적절하게 적용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실용성과 이해타산이 발달된 오늘날 현장에서 쓸모가 없는 인문과학이나 자연과학은 무용지물이다. 현실세계에 소용이 없는 지식이나 정보는 탁상공론으로 폐기되기 쉽다. 그러므로 학문과 정보가 현실정치에 빨리 반영되어서, 국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의 한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교수들의 직위가 자신들의 전문영역을 넘어서서 정치권력을 취하는 불공평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순간에 교수직은 정치분야에서 사회적 병폐의 핵심변수로 전락한다. 자칫 협소한 자신의 관심과 지식을 망각하고 세상의 복합성을 재단할 수 있다는 착각을 교수들이 가지면서, '배운 무식장이(learned ignoramus)'의 폐해를 사회에 저지를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학계는 현실사회에 대한 감각이나 기여가 약한 탁상공론의 집단으로 비난받아 오기도 했다. 이런 한국의 학계가 가진 몽상성, 자만성, 허풍성이 정치영역으로 전이(transfer)되면서, 한국정치가 현실성, 겸손함, 실리성을 상실한 집단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5여년 동안 한국의 대학사회는 시대의 추세에 역행하여 너무 좌경화되었다. 대학의 교수들(특히 북한관련 학자들)이 각종 토론회나 세미나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보면, 그 학자들은 일반 시민들보다 시대착오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며, 그들이 하는 대북정책에 대한 조언은 얼마나 몽상할까 하고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친북성향의 학자들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의사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북한 전체주의 체제를 비호하는 몽상한 넋두리를 쏟아놓을 때가 많다. 한국의 학자들이 정치에 함부로 참여하여 한국정치를 몽상가들의 몽환파티장으로 만들게 할까 두렵다. 오늘날 한국의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에서 포괄적인 인성과 세계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 지난 10년 간 고등학교 공교육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필수적으로 가르치지 않게 만들고, 대학에서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이 몰락하게 만든 교육정책과 사회풍토는 한국인들을 정신적 측면에서 '뿌리가 뽑힌 떠돌이'로 만들었다. 철학을 비롯한 당장 돈이 되지 않은 인문사회과학의 순수학문들이 심하게 쇠퇴하여, 대학에서 많이 공부할수록 인간과 사회와 우주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할 경우가 많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냉혈적 개인주의자들을 양산되는 것이 오늘날 잘못된 실용주의 교육이다. 자신의 삶과 자신의 공동체를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반응하고 개선할 수 있는 포괄적 세계관 혹은 이념이 사라진 부속품으로서의 인간들을 교육기관들이 길러내고 있다. 전공, 성별, 취향에 따라서 갈기갈기 찢어진 세계관을 가진 인간들을 만들어 내니까 사회는 저절로 연대감이 없인 군중들로 가득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개인주의와 실용주의가 심하게 번성한 미국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의 병폐였다. 당장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얄팍하고 파편적인 지식이나 정보만 추구하다 보니까,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정보를 가진 두툼한 인간들이 희귀종이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포괄적인 인식, 논리, 판단의 기초를 제공하는 철학분야가 크게 대학에서 주목받는다고 한다. 파편화되고 전문화된 개인들(the compartmentalized and specialized individual)이 가진 부품적인 인간성이 창조성과 적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철학과 같은 폭넓은 두뇌훈련을 하여 두뇌근력이 강한 인간들을 미국사회에서 선호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학들에서 철학과가 늘어나고 철학과 지망생들이 폭증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포괄적 지식과 정보를 가진 통괄자(generalist)가 협소한 지식과 정보에 빠진 전문가(specialist)만큼 사회적 경쟁령이 높다는 미국사회의 판단이나 추세로 보인다. 아무튼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대학의 교수들이 포괄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정치판에 많이 진입하려고 기웃거린다. 한국의 대학교수들은 부당하게 과대평가되어서 사회적 우대와 특혜를 지나치게 받고 있다. 한국의 교수들이 받는 과도한 우대를 하버드 대학의 교수에게 이야기 해줬더니, 정년을 앞둔 하버드 대학의 교수가 자기도 한국대학으로 옮겨야 겠다고 농담할 정도로 한국의 대학교수들은 과대평가와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서구사회에 비해 지나친 특권의식을 가진 한국의 대학교수들이 사회전반에 끼치는 폐해는 적지 않다. 특히 자신의 전공에 치열하지 않고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학자들은 권력을 향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한국 문사(文士)들의 전형적 폐해이다. 평생 전문분야를 파고들어도 학생들을 가르치기 힘든 전문지식의 시대에 정치권을 머물다가 학교에서 가르치고, 학교에서 가르치다가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얼치기 간생(間生)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건강한 사회참여를 하는 바람직한 학자들도 적지는 않지만... 한문과 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학문의 실리성이 중시되어야 하지만, 학자도 정치꾼도 아닌 어지중간한 간생(間生)이들이 학생들에게 전문지식을 전하는 대학의 수업은 문제가 많다. 정치참여는 권력에 대한 강한 중독성을 학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현실에 대한 참여와 초월을 변증법적으로 조화시켜야 하는 학자들이 현실정치가 가진 권력중독증을 앓기 시작하면, 일손이 떠서 건달이 된 일꾼처럼, 자신의 전문영역의 학문에 불충실한 '정치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대충 건성으로 가르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정치교수'의 이런 건달화의 병폐를 대학의 교수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서울대학의 소장파 교수 80여명이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교수들은 확실하게 학교를 떠날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고 한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충실하지 못하고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정치교수들의 건달행세를 막아보겠다는 교수사회의 자구노력으로 비쳐진다. 요즘 대학이 너무 많은 한국사회에서 아무나 대학에 강의를 조금 하면서 '겸임교수'라는 명칭을 달고 다니기 좋아하고, 또 아무 교수나 정치권을 기웃거리기 좋아하는 잘못된 '영역파괴' 혹은 '직위인플레'가 심화되어서 사회적 병폐로까지 되어가고 있다. 명예와 지위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교수와 정치인이 동시에 되고 싶어하는 과도한 욕망이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병폐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학자도 더물고 제대로 된 정치인도 드문 어지중간한 영역파괴가 한국사회의 상층부에 발생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학문을 하는 정치인, 정치를 하는 학자는 어떠면 가장 이상적인 철인통치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학문과 현실을 잘 조화시키려는 교수들의 노력을 원칙적으로는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다. 교수들도 현실정치나 사회현실에 충실하게 참여하는 것이 학문세계과 사회전반에 유익하다. 하지만, 정치권력을 위하여 교수직을 부속품처럼 이용하거나 역으로 학자직을 위하여 정치권력을 징식품처럼 이용하여 교육과 정치 모두에 해를 끼치는 이중적 폐악은 척결되어야 한다. 학자가 현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로서의 학자보다 훨씬 더 많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침을 충실히 하면서 학교 밖의 일반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그런 실용적 학자는 정치권력에 기웃거리는 그런 간생이적 학자와는 매우 다른 자질과 책임을 요구한다. 교수들의 정치권을 비롯하여 사회의 현실영역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학교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전공에 맞는 사회의 현실영역에 공헌하라는 학계와 국민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정치는 권력욕에 찌든 불성실한 건달들이나 간생이들이 벌이는 이전투구의 영역이 아니어야 한다. [조영환 편집인 http://allin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