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父 李承晩

이승만은 1945년 8월 14일 밤 11시(미국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그의 집에서 일본의 항복소식을 전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그의 독립운동을 후원했던 지지자들이 달려왔다. 이승만은 이들과 光復의 기쁨을 나누면서도 [소련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다. 미국이 일을 지혜롭게 처리하지 못하면 한반도에서 민족주의자와 공산당 간에 피를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한표욱, 이승만과 한미 외교)

[李承晩의 일생은 美 국무부와의 싸움의 연속]

평생 염원하던 광복을 맞은 李承晩은 귀국을 서둘렀다. 李承晩은 美 국무부에 여권을 신청했다. 1945년 9월5일 美 국무부는 여권을 발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취소했다. 李承晩이 [駐美 한국 고등판무관(駐美 외교위원부 위원장)]자격으로 여권을 신청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梁東安교수는 [당시 美 국무부 관리들 가운데는 앨저히스 특별정치국장과 존 카터 빈센트 極東 정치국장을 비롯한 많은 親共 인사들이 있었다. 極東문제를 담당하는 관리들 가운데 親共主義者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은 단호한 反共反蘇입장을 가지고 있는 李承晩에 대해 非우호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李承晩대통령의 養子인 이인수 前 명지대 교수는 [어머니(프란체스카 여사)는 “李承晩박사의 일생은 美 국무부와의 싸움의 連續이었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美 국무부는 1930년대 까지는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한국 독립을 위한 李承晩의 호소를 외면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후에는 히스, 빈센트 등 美 國務府內 親共분자들이 李承晩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승인 요구를 외면했다. 이들은 광복 후에는 소련과의 관계를 고려해 李承晩을 따돌렸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後 李承晩은 極東문제에서 일본을 우선순위를 두고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비판적인 美 국무부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다.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 李承晩의 초라한 歸國>

결국 李承晩은 일본이 항복을 선언한지 50일이 지난 10월 4일에야 孑孑單身귀국길에 올랐다. 그가 일본 동경에 도착한 것은 10월 12일이었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걸린 것은 李承晩이 민간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타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東京에서는 연합군 총사령관 맥아더 元帥가 그를 환대해 주었다. 맥아더 원수는 마침 동경에 나와 있던 駐韓美軍 사령관 존 하지 중장에게 “[돌아온 民族의 英雄]으로 환대하라”고 권유했다. 맥아더는 李承晩에게 자신의 전용기를 제공했다.

10월 16일 李承晩은 김포 비행장에 도착했다. 33년만의 還國이었다. 초라한 귀국이었다. 수행원도, 出迎客도 없었다. [남조선에 있어 유일한 정부](1945년 9월 20일, 하지 장군의 성명)임을 천명하고 있던 美 군정당국이 그의 귀국을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李承晩은 조선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김일성과 그 일행이 소련군함 편으로 북한에 入城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美 군정 당국은 10월 17일 李承晩의 기자회견을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李承晩은 [大同團結]을 주문했다.

*[우리는 하루 빨리 뭉치고 대동단결하여 우리의 자주독립을 얻어야한다.(中略)우리가 당면한 문제 중 가장 긴급한 문제는 완전독립이 아닌가. 그러자면 하루 빨리 뭉쳐야 할 줄 안다. 한데 뭉치어서 우리 땅을 우리 국가를 찾아 놓고 全 人民의 총선거를 단행하여 새 국가를 세우지 않으면 안 될 줄 안다]

그의 귀국사실이 알려지자 송진우, 김성수, 장덕수, 조병옥, 등 右翼陣營 인사들은 물론 여운형, 허 헌, 이강국, 안재홍, 등 중도 및 좌익진영 인사들이 그를 예방했다. 1945년 9월 6일 박헌영 등 左翼들이 주도해 만든 조선인민공화국은 환영성명을 냈다.

*[조선인민공화국 주석으로서의 추대는 조선인민의 總意이며, 이러한 의미에 있어서 해방조선은 조선독립조선으로서의 위대한 지도자에게 충심으로 감사와 만강의 화영을 바치는 것이다](1945년 10월 18일 자유신문)

李承晩도 이러한 좌익의 환영에 대해 [나는 공산당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주의에 대하여서도 찬성하므로 우리나라의 경제대책을 세울 때 공산주의를 채용할 점이 많이 있습니다.](1945년 10월 21일 라디오 방송)라고 화답했다.

李承晩은 日帝시대에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공산주의를 철저히 배격했고, 日帝敗亡을 前後한 시기에 美 국무부 등에 한반도에 대한 소련의 야망을 끊임없이 경고했었다. 그런 그가 공산주의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다.

이때의 상황을 李承晩은 그의 미국인 동지 로버트T. 올리버에게 보낸 편지(10월21일자)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나의 도착이 발표된 이래 온 국민은 야단법석인 것 같소. 수 백 명이 호텔 현관에 몰려와서 나와 만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소, 하지 장군과 나는 준비가 되기까지는 나의 도착을 발표하지 말자고 합의를 보았었으나, 다음날 아침 장군이 찾아와서 미국 신문기자들이 사실을 알고 기자회견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였소. 그래서 우리는 덕수궁으로 달려가 하자장군과 아널드장군((군정장관)이 나를 에스코트하여 기자회견에 들어가게 되었고, 장군이 나를 소개하였소. 그리하여 나는 영어와 한국말을 번갈아 쓰면서 이야기를 하였소. 그때부터 지금까지 군중은 바깥 문전에 모여 있고 나는 1분간의 휴식도 얻지 못 하였소. 어제 오후에는 그들에게 [어서 돌아가 각기 자기 일을 해야 한다]고 소리지르지 않을 수 없었소>

*이 무렵 李承晩은 자신의 감회를 이렇게 읊었다.

<歸國後 有感>

三十離鄕七十歸  歐西美北夢依依

在家今日還如客 到處逢迎舊面稀

<서른에 고향을 떠나 일흔에 돌아오니,

미국 유럽의 일들 꿈속에 여전하다.

집에 있는 지금에도 마치 손님과 같고,

곳곳의 만나고 맞이하는 옛 얼굴 드물다.>

귀국 직후 李承晩의 話頭는[대동단결]이었다. 그는 1945년 10월 23일 조선호텔에서 65개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 200여 명이 회동한 자리에서 [한 덩어리로 愛國精神을 뭉쳐 우리의 원하는 바를 세계에 보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大同團結] 주장하며 獨促 결성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 나름대로 자기세력을 구축해 가고 있던 左. 右翼세력은 李承晩이 [대동단결]을 호소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도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한국민주당 등 우익진영은 대동단결과 臨政奉戴를 주장했고, 좌익진영은 대동단결에 앞서 親日派를 청산할 것을 주장했다. 이날 참가 단체들은[조선獨立促成중앙협의회]를 만들기로 하고, 李承晩을 의장으로 추대했다.

10월 26일에는 인민당을 이끌던 呂運亨이 獨促중협 참여에 동의했다. 그러나 조선공산당 당수 朴憲永은 1945년 10월 30일 기자회견에서 [덮어놓고 한데 뭉칠 수는 없는 것이다]친일파를 근절시킨 다음 옥석을 완전하게 가리어 놓고 순전한 애국자 進步的民主主義 요소만을 한데 뭉치어 통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자유신문.1945년 10월 31일).

李承晩은 10월 31일 박헌영을 자신의 거처인 돈암장으로 불러 4시간 동안 설득했다. 공산당만 독촉중협에 불참하는 상황을 우려한 박헌영은 마지못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1월2일 독촉중협 제1차 회의가 열렸다. 이틀 후 독촉 중협은 4대 연합국에 보내는 메시지([연합국에 보내는 우리의 결의문])를 채택했다.

<우리 조선을 마치 兩斷된 몸과 같이 양단한 것은 우리가 자초한바가 아니요, 貴列國이 강행한 것을 이에 宣明치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양단된 몸으로써 어찌 생존하여 적당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카이로 선언에 발표한 모든 조건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우리 全민족적 생활을 통일로써 조직하는 기회가 許與되기를 이에 단연코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는 단연코 공동신탁제를 거부하며, 기타 여하한 종류를 막론하고 완전한 독립 이외의 모든 정책을 단연 반대하는 바이다>李承晩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 교수는 이 메시지를 [우리의 建國綱領]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공동신탁제 거부]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이때는 한반도에 대한 4大國 신탁통치를 결정한 모스크바 3相회담이 있기 前이었다. 이는 美 국무부의 빈센트 정치국장이 1945년 10월 20일 외교정책 협의회에서 [한국에서 공동신탁통치를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국내에서는 좌.우 할 것 없이 반대했다. 공산당 기관지 해방일보는 [3000만 민중과 5000년 역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모욕한 언사]라고 반발했다.(10월 31일)

하지 사령관과 아널드 군정장관은 기자회견등을 통해 [빈센트 국장의 발언은  사견에 불과하며, 한국인들이 결속하여 독립할만한 힘을 키우면 당장 독립을 승인할 것]이라며 한국인들을 진정시켰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신탁통치문제는 그해 연말 다시 불거져 나와 정국을 뜨겁게 달군다.

*<國父 李承晩 左翼과 결별>

李承晩과 左翼의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좌익은 독촉중협의 중앙집행위원회를 장악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1945년 11월 6일 전국 청년 대표자 회의라는 것을 열어 李承晩에게 ‘인민공화국 주석취임’을 요구했다. 그들은 李承晩이 이를 거부할 경우 [李博士를 지도자로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민족통일전선 분열의 최고책임자로 규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李承晩은 다음날 라디오 연설에서 [내가 고국에 돌아와 보니 인민공화국이 조직되어 있고 나를 주석으로 선정하였다하니, 나를 이만치 생각해 준 것은 감사하나 나는 그것을 정식으로나 비공식으로나 수락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重慶 임시정부의 한 사람입니다.]라고 밝혔다.

12월 19일 방송연설에서 李承晩은 共産黨과의 訣別을 분명하게 선언했다.

[...한국은 ...공산당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세계 각국에 선언합니다. 이왕에도 재삼 말한 바와 같이 우리가 공산주의를 배척한 것이 아니요, 共産黨 極左派들의 파괴주의를 원치 않는 것입니다. ...불행히 양의무리에 이리가 섞여서 공산명목을 빙자하고 국경을 없이하여 나라와 同族을 팔아다가 私益과 영광을 위하여 浮言僞設로 인민을 속이며 ,...소위 공화국이라는 명칭을 조작하여 국민전체에 분열상태를 타인에게 선전하기에 이르다가 지금은 민중이 차차 깨어나서 공산당에 대한 반동이 일어나매 간계를 써서 각처에서 선전하기를 저들이 共産主義者가 아니요 民主主義者라 하여 민심을 현혹시키니 이 극렬분자들의 목적은 우리 독립국을 없이해서 남의노예로 만들고 저의 私慾을 채우려는 것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입니다....시종 고치지 않고 파괴를 주장하는 자는 비록 親父兄이나 親子姪이라도 원수로 대해야 할 것입니다]

*共産黨은 11월 23일 獨促中協 탈퇴를 선언했다. 呂運亨의 인민당도 그 뒤를 따랐다.

*<臨政의 귀국>

11월 23일 귀국한 임시정부는 李承晩이 이끄는 獨促中協에 대해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金九는 [獨促中協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말할 수 없다. 모르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니까]라고 대답했다. 臨政내 좌익인사였던 성주식은 [臨政의 기본노선은 左右翼이 서로 손잡는 것]이라고 말했고, 장건상은 [좌익을 무시하고 통일운운은 不可能事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安在鴻 등 獨促中協내 中道派는 臨政이 귀국하자 獨促中協에서 이탈해 臨政쪽으로 傾斜됐다.

당초 左右翼과 中道派를 망라한 統一戰線體로 출발했던 獨促中協은 결국 韓國民主黨 등 李承晩  지지세력의 결사체로 위축되고 말았다. 당시 反託운동에 앞장섰던 李哲承 헌정회 회장은 [獨促中協이 있었기에 국내에 정치적 기반이 없던 李承晩박사가 美 軍政의 견제와 좌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록 [개인자격]으로 귀국하기는 했지만, 重慶임시정부는 그래도 단신으로 쓸쓸하게 귀국한 李承晩에 비하면 [凱旋]한 편이었다. 蔣介石 총통은 귀국길에 오르는 臨政요인들을 위해 환송연을 베풀어 주었고, 김구에게 30만 달러의 전별금을 주었다. 상해까지 임정요인들을 실어 나를 비행기 두 대도 제공했다. 장개석은 귀국한 臨政과 중국정부간 연락을 위해 중국인 무전사 세 명을 딸려 보냈다.

하지 중장은 臨政의 귀국을 환영했다. 梁東安 교수는 [광복 후 左翼勢力이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국내 右翼勢力은 鮮明한 抗日운동을 전개하지 못한 탓으로 대중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美 국무부가 다른 한 명의 유력한 민족지도자인 李承晩을 거의 기피인물처럼 취급하고 있는 조건에서 미군이 남한 군정실시의 안정된 파트너로 삼을 수 있는 代案은 金九와 臨時政府뿐이었다]고 했다.

하지 중장은 자신의 비서를 중국으로 보내 臨政要人들의 귀국문제를 상의했다. 걸림돌은[臨政요인들이 정부자격으로 귀국하느냐, 개인자격으로 귀국하느냐]였다. 臨政은 정부자격으로 귀국하길 원했지만, 이미 [남조선에 있어 唯一한 정부]를 표방하고 있던 美 군정이 이를 용인할 리 없었다.

*결국 金九는 11월 19일자로 *임정요인들이 어디까지나 개인자격으로 귀국한다.

*臨政이 정부행세를 하지 않는다.*美 군정의 秩序確立에 협조한다. 는 내용의 각서를 駐中미군 책임자인 웨드마이어 장군에게 제출했다. 金九 등 임정요인 1陣은 1945년 11월 23일 하지 장군이 보낸 수송기 편으로 귀국했다. 臨政과 美 군정의 蜜月은 오래가지 않았다. 1945년 12월2일 臨政 2진이 귀국한 후 임정요인들은 하지 사령관과 아널드 군정장관을 만나 행정권 이양을 요청했다. 美 군정측은 [臨政이 국제적 승인을 얻지 못했으므로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臨政과 한민당의 갈등>

臨政은 이어 12월 6일 김구의 숙소인 경교장에서 귀국 후 첫 번째 국무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李承晩이 임정 주미 外交委員部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가 국내에서 열린 臨政國務會議에 참석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李承晩과 한민당은 臨政의 귀국을 환영했지만, 臨政은 그들이 주축이 된 獨促中協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梁東安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臨政구성원들은 1920년대에 있었던 李承晩과 임시정부간의 갈등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李承晩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한민당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소극적 민족운동인 언론활동이나 교육사업 또는 경제활동을 전개하면서 상대적으로 편안한 생활을 영위했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臨政은 중국에서 좌우합작정신에 의해 임시정부를 構成維持해 왔기 때문에 左右합작에 대해 낭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그 후의 정치상황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유발하고, 右翼陣營의 내분, 특히 국내 우익세력과 임정의 우익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야기하여 전체 우익진영의 力量弱化를 초래하는 중대요인이 되었다.]

당시 한국 민주당계열로 청년운동을 했던 이철승 헌정회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민주당을 이끌었던 金性洙. 宋鎭禹. 張德秀 선생 등 국내파 민족지도자들은 일제시대에 민족과 同苦同樂하면서 民族精氣를 지킨 분들이다. 風餐露宿하면서 抗日鬪爭을 한 해외파들도 훌륭하지만, 기약 없는 해방을 기다리면서 동아일보. 보성전문. 경성방직 등을 만들어 실력을 배양했던 분들도 그에 못지않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전국을 들끓게한 信託統治 소식

1945년 12월26일 소련 모스크바에서 美.英.蘇 3개국 외무장광 회담이 폐막됐다. 이 3개국 외무장관들은 공동성명에서 조선에 대한 최고 5년간의 신탁통치를 발표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에 관계없이 다시 外勢의 통치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조선 전역이 들끓었다. 李哲承 헌정회장의 회고다 [12월28일 오후 2시쯤이었다. 자주 나갔던 명동의 [북두칠성]이라는 다방에 들렀다. 그때 느닷없이 모스크바 3상회담의결과를 알리는 [자유신문]號外가 다방 안에 뿌려졌다. 나는 그때 신탁통치가 뭔지 잘 몰랐다. 다만[그렇게 되면 우리가 염원했던 즉시 독립국가가 못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큰일이었다. 거리가 온통 靑天霹靂같은 悲報로 들끓었다. [우리 국민도 모르는 사이에 美.蘇에 의해서 우리 국토가 두 동강이 난 것만으로도 千秋의 恨인데 이렇게 되면 또 네 동강이 나는 것은 아닌가. 託治가 실현되면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었다가 亡國으로 치달았던 舊韓末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李哲承은 이튿날 종로2가 보신각 옆 한청빌딩에서 70여 명의 보성전문 학우들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 모인 학생들은 [전국학생들과 손을 잡고 목숨을 걸고 완전독립을 획득하기 위한 성스러운 학도병이 될 것]을 결의하고, 反託전국 학생총연맹을 결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反託보성학회 준비위원장 李哲承 명의로 신탁통치 결사반대 성명을 발표했다.李哲承의 회고다. [경교장으로 달려가 신탁통치반대국민총동원위원회 구성에 참여했다. 金九주석을 비롯해 嚴恒. 趙素昻. 申翼熙선생 등이 [援軍]이 왔다며 환영해 주었다] 임시정부는 [4대국 원수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託治는 민족자결의 원칙과 제2차 世界大戰 중 누차 선언한 귀국의 宿約에 위배되며, 유엔헌장의 託治條例가 한국에는 부적합하다]고 역설했다.

臨時政府의 美 군정 접수 시도

美 군정청에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들은 총사직을 선언했고, 심지어 요식업소. 극장. 댄스홀 종사자들까지 신탁통치반대 휴업을 결의했다. 이 와중에 1945년 12월 31일 신익희 내무부장은 美 군정청 소속 한국인  공무원과 경찰들에게 [임시정부명령에 복종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美 군정청은 이를 美 군정의 통치권을 부인하는 臨政의 구테타로 간주했다. 1946년 1월1일 하지 사령관은 金九를 불러[ [정부행세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귀국서약을 어긴 것]이라고 따졌다.

당시 美 군정청 경무부장이던 趙炳玉은 후일 회고록에서 이렇게 술회했다.[신탁통치반대 투쟁의 일환으로 美 군정청의 한국인 직원들이 총사직을 결의한 것을 기화로 臨政은 내무부 포고1,2호를 발표하여 美 군정 경무부와 수도경찰청을 접수하려는 등 美 군정을 접수하고 미군을 축출하려했다. 이러한 臨政의 움직임에 접한 美 군정 사령관 하지는 김구를 비롯한 臨政요인들을 체포하여 중국으로 추방하려했었다] 결국 金九를 대신해 嚴恒燮이 방송을 통해 민중들에게는 총파업중지, 美 군정청 공무원들에게는 직장복귀를 권고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臨政과 美 군정간의 우호관계는 이것으로 파탄이 났다.

左翼단체도 일제히 反託 성명을 발표했다. 조선공산당 서울시 위원회는 [신탁통치설은 과연 3相회의에서 결정되고, 오늘날 드디어 현실화 되고 말았다. 참으로 우리민족의 치욕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선 인민공화국 중아위원회,反파쇼공동투쟁위원회 등이 託治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에 조선공산당 중앙은 공식적으로 반탁성명을 내지 않았다. 이는 당시 동아일보 등에서 [미국은 한국의 독립을 원했지만 소련이 신탁통치를 고집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보도는 誤報였다. 당초 신탁통치를 제안한 것은 번즈 美국무장관이었고, 소련은 그 제안을 수정했다)

조선공산당 당수 朴憲永은1945년 12월28일 밤에 38선을 넘어 평양으로 갔다. 그곳에서 소련 군정당국 및 金日成과 만나 소련의 지침을 구했다. 소련 민정사령관 로마넨코 小將은 朴憲永에게 [미국이 신탁통치를 주장해 할 수 없이 절충안으로 5년간 [後見制]를 실시하기로 했다. [후견제]는 신탁통치와는 다르다]면서 신탁통치 찬성을 지시했다. 이듬해 1월2일 조선공산당과 人共 중앙위원회는 信託統治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李承晩, 李哲承에게 돈 주면서 [아껴쓰게]

李哲承 헌정회장은 이승만을 처음 만난 때를 1946년 1월 초로 기억하고 있다. [1946년 1월7일 서울 운동장에서 열린 反託학생대회 후 돈암장으로 李承晩 박사를 찾아 뵙고 보고를 드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李박사는 얼굴을 실룩거리면서 [젊은 학생들이 이렇게 나서주니 백만 원군을 만난 것 같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젊은이들이다]라고 격려해 주셨다.

 

*처음 뵈었을 때 [鶴과 같은 분],[神聖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日帝시대부터 李박사는 舊韓末 國權守護와 근대화를 위해 투쟁하기 시작해서 일제36년 동안 독립운동을 벌였던 神話的인 존재, 國父的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李哲承 헌정회장은 1946년 3.1절을 며칠 앞두고 돈암장을 찾아갔다. 右翼차원에서의 3.1절 행사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비서인 任永信(초대 상공부장관) 여사가 [우리 哲承군 왔어]하며 李박사님께 안내해 주었다. 李박사는 혼잣말처럼[우리 민족의 꽃봉오리들인 자네들만 믿네]하면서 내 등을 어루만져주셨다. [3.1절 웅변대회를 개최하겠다]고 하자 [좋은 일]이라면서 尹致暎 비서실장을 불러 봉투를 하나 주셨다. 

 

 李박사는 [아껴 쓰게! 나는 뜻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자네들을 충분히 도울 수 없네. 倭政때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없어 큰일을 마음대로 못하고 고초가 많았어]라고 하셨다.

李박사의 돈 씀씀이는 인색하다고 할 정도였다. 언제나[아껴 쓰게!]라고 말씀하셨고,[꼭 장부에 기재하고 영수증을 보관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1부 끝  *감사합니다.  역사 再조명에 참여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