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북한인권법’을 만들어 북한 인권을 위한 예산을 집행하고 있으며 한국의 주요 NGO 들은 한국 정부가 아닌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북한인권문제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북한주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대한민국의 정치세력 가운데 누구하나 김정일 정권을 종식시키고 북한의 민주화를 이뤄내겠다는 큰 뜻을 품은 정치인을 찾아볼 수 없다.

식량난으로 북한에서 300백만 명이 굶어죽었다는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 아주 가볍게 인식되고 있다. 수십만이 가족을 해체 당한 채 아우슈비츠 같은 수용소에서 무참하게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라크 인권문제보다 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국가권력에 대한 반인륜범죄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아주 작은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역사적 범죄에 해당되며 대한민국이 북한을 통일할 주체세력이라는 명분을 상실하게 만든다.

2000년 귀환한 납북어부 이재근씨는 당시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도착한 후 한국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듣고 좌절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이재근씨에게 세금 낸 적 있냐며 망발을 했다가 납북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 탈북자는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돼 끌려가 다시 북한에 송환됐는데 당시 한국 대사관 측은 중국 땅에서 벌어진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저런 구실을 붙이면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인권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오직 김정일 정권과의 대화와 교류를 위해, 김정일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막대한 국민세금을 對北지원이란 명복으로 북한에 쏟아 부으면서 김정일이 싫어하는 탈북자 문제나 북한인권 문제는 무조건 깔아뭉개왔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정일을 살리고 2300백만의 우리 형제를 고통 속에 몰아넣은 최악의 민족반역 정책으로 이미 그 결과가 나와있다.

지난 8일 22명의 황해도 주민들이 고무보트에 타고 한국에 왔다가 하루도 있지 않고 북한으로 돌려보낸 사건은 이런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국정원은 보도 자료를 내고 22명의 북한주민들이 모두 북한으로 가기를 희망했기 때문에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북한으로 돌려보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는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의문투성이로 가득차 있으며 정부가 정확한 해명을 하지 않을 경우 조사관들을 포함해 이번 사건 관련자들은 엄중한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7일 출발해 꼬박 하루를 바다에서 보냈다면 그들의 몸은 동사직전에 놓인 최악의 상황이다.

생사를 판가름하는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따뜻한 방에 옮겨지면 온몸이 녹아 웬만한 체력을 가지지 않고서는 버틸 수도 없는 것이 상식이다.

한국 정보기관의 조사관들이 최소한의 인간성을 가지고 상식에 충실하다면 생사를 넘다든 북한주민들의 건강부터 우선 살펴봤어야 한다.

그 다음에 마음이 진정되면 모든 사람들을 분리시켜서 한 사람씩 차례로 본인의 의사와 선택을 신중하게 물어봐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자면 최소 1주일에서 한 달 정도는 걸려야 한다.

이미 황해도 지역에서 배를 타고 온 탈북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정보기관의 조사관들은 따뜻한 동포의 정은 고사하고 공포분위기에서 마치 죄인취급하면서 북한주민들을 닦달한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라면 공포사회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온 북한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순진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남한에서 자신들을 받지 않고 돌려보낸다고 착각한다면 북한에 가서 살기 위해 가겠다고 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미 황해도 지역에서는 한국에서 마구 돌려보내진 주민들을 강연자로 내세워 여기저기서 남한비방 강연을 시켜왔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한국정부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입장이다.

또한 황해도 지역은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이들을 제대로 조사한다면 북한내부의 중요한 상황들도 알 수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은 사실들이 드러났지만 가족단위로 설 명절에 목숨 걸고 바다를 나온다는 것은 단순한 조개잡이가 아닌 탈북이 목적이었다는 것쯤은 북한에서 살아본 탈북자들이면 다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북한으로 돌려보낸 수많은 사건 가운데 일부라고 생각한다.

국민들 몰래 처삼촌 묘 벌초하듯 대충 처리하고 북한으로 돌려보낸 사건은 이번 말고도 수없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헌법상 우리 영토이고 우리국민으로 규정돼 있는 북한은 실제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북한 땅을 나온 사람들은 엄연하게 대한민국 국민에 준하는 법적 혜택을 주어야 한다.

남북한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하고 그 통일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

김정일에게 더 이상 우리 동포들을 맡겨놓고 방치할 시간 적 여유가 우리에게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북한인권법을 하루속히 제정해 정당 정파를 떠나서 북한주민의 인권을 위한 북한인권법이 제정돼 법적으로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