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세력]이 김정일 추종세력이라는 것은 자칭 진보세력이란 명칭 속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김정일 추종세력들은 대중들 앞에서는 스스로를 진보세력 혹은 양심세력으로 칭하고, 자기들끼리는 민족민주세력, 변혁세력, 혹은 민중세력, 자주세력, 통일세력이라 稱한다.

여기서 진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보라는 말이 어감이 좋아서 그들이 그냥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진보라는 말은 인류역사는 원시공산사회, 노예제사회, 봉건사회, 자본주의의 사회를 거쳐 공산주의사회로 발전, 진보한다는 공산주의의 역사적 唯物論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말이다.

민족 민주라는 말은 북한의 대남 공산화전략인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의 약칭이다. 變革이란 말은 김정일 추종세력 혁명 대신에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공산화가 사회주의 혁명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容共, 連北정부를 세우는 인민민주의 혁명을 거친다는 점에서 바꿀 變자와 바꿀 革자를 써서 變革으로 표현한 것이다. 對南공산화에 있어서는 혁명이란 용어보다도 오히려 변혁이란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이다.

1998년 김대중 좌익정권 등장을 전후해서부터 흔히 우리 사회의 이념적 구도를 설명할 때 보수언론조차도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마치 민주사회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가 자연스럽게 이념적 대칭개념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이러한 이분법을 외국, 특히 미국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해서 [미국내 보수와 진보간의 논쟁]등으로 기사제목을 뽑는 경우기 흔하다. 미국의 공화당 사람들은 보수고 민주당 사람들은 진보라는 식이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같은 민주당 사람들에게 진보주의자(progressive)라고 하면 그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내에서 진보주의자라는 말에는 사회주의자 내지 급진주의자라는 뉘앙스가 들어 있어서 민주당 사람들이 자신이 진보주의자라고 불리면 질색을 할 것이다. 민주당 사람들은 언론에서 흔히 자유주의자(Liberal)라고 불린다.

미국언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이념적 구분은 보수주의(Conservati-vism)와자유주의(Liberalism)라는 구분법이다. 보수주의는 미국의 역사적 신앙적 전통을 중시하면서 작은 정부, 큰 시장, 개인의 선택권, 국가안보를 중요시 한다. 반면에 자유주의는 이념적 평들을 중요시 하면서 큰 정부와 사회정의, 소수자보호, 국제적 협력을 중요시 한다. 하지만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 모두 어떠한 형태든 독재에 반대하는 철저한 자유민주주의라는 틀 밖의 사람들을 가리킨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

이에 비해 보수언론을 포함한 우리 언론은 이념적 구분법으로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함으로 해서 진보주의자임을 자처하는 김정일 추종세력들에게 다음과 같은 도움을 주고 있다.

첫째, 마치 보수는 구태의연하고 진보는 뭔가 개혁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둘째,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대결은 어느 민주국가에나 당연히 존재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이 결과 대한민국에서는 세습독재자 김정일을 추종하는 시대착오적 수구독재세력들이 어이없게도 시대를 앞서가는 [진보세력]행세를 하고 있다. 그들은 이념적으로 공산주의자이며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빨갱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듭 강조하는바 [진보세력]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그 뒤에 숨은 김가집단 추종자들일 뿐이다.

언필칭 대한민국의 [진보세력]에겐 대한민국과 태극기가 없다. 1980년대 이른바 군부독재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고 할 때도 그들의 시위와 행사현장에는 태극기도 애국가도 없었다. [진보세력]은 무슨 행사가 있으면 국민의례대신에 이른바 민중의례를 한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대신에 [민족민주열사]에 대한 묵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이다. 또한 태극기 대신에 單一旗(한반도기)를 쓴다. 여기에 전국 공무원노조(전공노)소속 공무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전공노 마산시 지부의 홈페이지는 민중의례에 관련해서 [노동자들은 왜 愛國歌 대신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나]라고 스스로 질문한 후 다음과 같이 설면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해방이후 이 나라가, 이 나라 권력이 그 성격상 애국할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애국심이 없어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사회성격을 애국할 수 있는 성격으로 變革시킨 뒤에 애국가를 불러야지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 노동자들은 모든 의전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세력과 명확히 구분 짓기 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그렇다. [진보세력]에겐 이 나라 대한민국은 애국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변혁되어야 하고 대한민국이 변혁된 이후에야 진정한 애국의 대상이 된다. [진보세력]에 속한지 이제 얼마 되지도 않은 공무원들이 이정도인데 그야말로 수십 년을 [운동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에게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打倒의 대상 그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출생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부모, 형제관계, 출생지, 국적 또한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대한민국체제에서 대한민국사람으로 성장하면서 그 속에서 국가관, 세계관을 갖게 되며 자연스럽게 조국을 사랑하는 애국심과 애착심을 갖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밥을 먹고 성장한 사람들이 자신의 바탕이 되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면서 새로운 變革을 꾀하고 그 것이 이뤄진 후에나 愛國歌를 부르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자기부정행위인 것이다. 마치 자신의 부모와 혈연을 부정하고 새로운 혈연을 가상으로 그리고 그에 따른 虛像을 실현하겠다고 한다면 한마디로 反逆과 悖倫의 정신병적 요소라고 판단된다. 그런 때는 도래할 수도 없으려니와 그런 자들에게 애국가는 그 가사가 또한 역겨울 것이다. 그들에게는 애국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太極旗도 그들의 國旗일 수는 없다.

참으로 지난 15년 세월에 못 볼 것 많이 보았다. 그 세월은 분명 대한민국은 껍질만 남은 脫胎된 상태였다.

교실에서는 월요일마다 애국조회를 하는데 교사는 학생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를 부르는 동안 창가에 걸쳐 기대서 오히려 끝날 때를 기다리는 지경이었고, 그 애국가한번 제대로 연주하는 교사도 보기 힘들었다. 국기에 대한맹세도 독재 잔재라고 거품 물고 치워버렸다.(멀티비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애국가, 혼자 울리고 아이들은 제멋대로 장난질치고 그렇게 꺼져버리는 화면속의 애국가였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천대받고 있었다.

2002년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온통 붉은 거죽으로 還生하고 태극기는 벌거벗은 청춘들의 사타구니까지 감싸고 온갖 수난고초를 겪은 후엔 거리에 젖은 낙엽처럼 나뒹굴었고 “국기에 대한 존엄성”이란 말을 했다간 얻어맞을 지경이었다.

“이젠, 빨갱이 소리 못할 걸, 빨갱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을걸..” 내놓고 으름장이었다.

참 대단했다. 그 서슬 시퍼런 젊은 힘들이 광화문 네거리를 메우고 끝내는 촛불잔치까지 내달았었다.

조국의 해상(NLL)을 지키려다가 대한민국의 젊은 英雄들이 피를 흘리며 숨져갔어도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고였다’고 덮어놓고, 아직 덜 풀린 신명 뒤풀이로 촛불잔치에 세상이 온톤 뒤집혔다. 그 때 그 젊은이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 뒤로도 쭈~욱 살맞 나는 세상이었소?”

*2007년 지금 당장에도 “살맞 나는 세상”을 만들어 준다는데, 또 한번 가 보시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