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권력말기임에도 여전히 친(親)북한정권 성향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지난 21일 UN총회 제3위원회에서 압도적으로 채택된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 에서 국민과 국제사회의 여망을 저버리고 ‘기권’을 선택했으니 말이다.

기권의 명분은 “남북관계의 특수상황을 감안해서”라고 한다. 여기서 ‘특수상황’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지난 10월초 평양 정상회담 이후 이상(異狀) 열기를 보이는 남북정권 간의 ‘야합’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남북은 정상회담 이후 채택된 ‘10ㆍ4 남북선언’ 제2항에서 “남과 북은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않으며”라고 규정했다. 이는 바로 남북정권이 ‘민족’과 ‘반(反)외세’를 기조로 하여, 보편적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외면한 채 일종의 좌파합작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노 정부가 10월초 평양회담을 계기로 종래의 친북․좌파적 대북정책에서 훨씬 더 나아간 위험한 남북 좌파합작을 획책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겠다. 10ㆍ4 선언에 포함되어 있는 ‘우리민족끼리’ 기조의 ‘反자유민주ㆍ反국가ㆍ反헌법적’ 내용과 최근 열린 총리회담에서 합의된 엄청난 金공산독재 살리기 지원 규모를 검토할 때, 이같이 판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남북 균형발전’이란 허구적 논리가 이러한 행위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 여기에는 NLL(북방한계선) 무력화로 이어질 것이 너무도 명백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같은 조항이 담겨있어, 국가안보상의 위험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UN결의 기권행위를 “특수상황 때문”으로 호도한 것은 남북합작의 그물에 이미 깊이 얽혀 들어간 노 정권의 입장에서 북한의 비위를 거스르는 어떠한 행동도 할 여지가 없음을 말해준다. 이미 이 정권에게 ‘내정간섭이란 국제법적으로 보편적 인권에 종속되는 하위 개념’이라는 점을 설파하는 일 조차 구차한 일이 돼 버린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평양 만수대의사당을 방문,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주권의 전당”이라 친필 서명한 것은 이번 UN결의 기권 행위와 본질적으로 일맥상통하는 행위다. 곧 전체주의적 독재와 학대받는 북한 주민의 양자적 선악 관계를 정반대로 왜곡함으로써, 가해자인 북한정권을 돕는 대신, 학대받는 북한 주민의 고통과 참상을 또 다시 유린한 셈이다. 노 대통령의 친(親)김정일정권 찬양은 金정권의 북한주민 인권유린에 사실상 공조한 것이고, 이로써 북한주민 인권유린의 ‘공범’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국제사회에서 세계 10위 경제권에 올라선, 촉망 받는 자유민주 국가다. 그러기에 UN인권이사회 이사국의 자리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지난 잃어버린 10년간의 국가정체성ㆍ정통성 위기를 극복하고, 한미동맹을 복원하여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며, 자유시장경제와 작은 정부 원칙을 살려낼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이번 UN의 대북인권결의에서 한국정부가 기권함으로써, 한국의 국가적 품격과 국제적 위상은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 국제사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내에서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시대착오적 ‘민족 우선’ 세력들의 동태와 이것이 향후 한국정치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이 갖는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 대표단이 노 정부의 이번 기권 행위에 대해 “민족은 민족이니까…”라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하니, 이는 이번 행사에서 남북이 ‘反인권 민족공조 합창’을 불렀다는 반증이고, 이에 따라 金대중ㆍ盧무현 정권 10년 동안 북한 인권유린의 참상을 외면한 역사적 죄과(罪過)가 한 페이지 더 늘어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문화포럼, 200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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