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은 (함경남도 고원군)이다. 고원군은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시기 굶어죽은 사람들이 제일 많은 지방의 한곳이다. 고원은 탄광기업소들이 많이 밀집 되여 있는 곳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자 배급이 제일먼저 끊겼고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단란했던 우리가족도 사랑하는 부모님들이 굶어서 돌아가시고 귀중한 나의 남편은 먹지 못해 시름시름 앓다가 한 살도 되지 않는 딸을 나에게 남기고 2000년9월 간복수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외동딸이라 형제도 없고 친척도 없었다. 홀로 텅 빈방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자니 돈도 없고 하루하루 사는게 힘들어 나는 부모님들이 굶어죽으면서도 팔지 않고 물려주었던 집을 강냉이(8kg)에 팔았다.

달랑 옥수수8kg이 든 자루를 들고 집에서 나올 때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이제는 갈 곳도 없었고 나를 따뜻이 반겨줄 사람도 없었다. 나는 고향을 떠나 중국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나는 어린 딸을 업고 부모님과 남편이 묻혀있는 뒷산에 올라 묘소에 집을 팔아 산 술 한잔을 부어드리고 작별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산을 내려오면서 곧바로 중국을 향해 떠났다.

그때가 2002년 2월이었는데 내 나이 26살이었다. 나는 세살배기 딸을 업고 두만강을 건너 탈북 해 중국 흑룡강성 할빈시에 들어왔다. 그러나 어렵게 할빈까지 왔지만 넓고 넓은 할빈에서 중국말 한마디 모르던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날 나는 어린 딸을 업고 거리를 돌고 돌았다. 할빈의 매서운 칼바람과 추위는 사정없이 나의 볼을 스쳐지나갔다. 얼마나 걷고 걸었던지? 조그마한 희망의 불빛도 없는 막막한 이 길을 걸으며 두볼로 자꾸자꾸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밤이 깊어 나는 겨우 조선글로 된 간판을 발견하고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그러나 그곳은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였다. 그들은 나를 보고 알 수없는 중국말을 하면서 마치 희귀한 동물이라도 본 것처럼 이것저것 물었다. 나는 손짓, 몸짓으로 그들과 의사소통을 했다.

식당주인은 식당에서 일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아는 사람도 없고 갈 데도 없는 나로서는 감지덕지한 일이였다. 나는 그날로 식당에 취직했다.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중국아줌마들이 마음이 좋아 나에게 중국말을 한마디,한마디 배워주었으며 내가 일하는 시간이면 우리 딸애를 자기 집에 맡겨놓고 돌봐주었다. 이렇게 한해 한해 세월은 흘러 2005년 새해를 맞이하였다. 우리 딸애가 5살이 되던 이해! 뜻밖에도 내 딸에게 상상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어느 날. 밖에서 눈을 가지고 놀다가 지나가던 차에 치워 다리를 다치게 되었는데 피도 많이 흐르고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됐다.

그러나 돈이 없는 나로서는 수술비와 입원비를 낼만한 힘이 없었다. 하나밖에 믿을데가 없었던 내 딸을 영원히 잃을 수도 있었다. 나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고 아찔해졌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이세상에 하나님이 진정 계신다면 내 사랑하는 딸을 죽음에서 구원해주없소서!!! 하나님! 하나님!” 저도 모르게 두손모아 하늘에 대고 빌고 또 빌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나는 딸 옆에서 밤을 지샜다.

다음날, 나는 내가 일하는 식당 로반(사장)을 찾아갔다. 식당을 책임진 로반(사장)은 52살난 남자였는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홀아비였다. 나는 나의 애타는 마음을 하소연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간절히 부탁하였다. 그러자 로반은 나에게 석달 안에 돈을 돌려줄 수 있다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쓰고 빌려줄 수 있다는 것이였다.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 오직 딸애의 애처로운 모습과 고통스러워하는 눈빛이 안겨와 저도 모르게 “약속대로 해요” 하고 대답하고 “계약서"에 서명하였다. 이것이 후에 가서 나에게 불행한 운명이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로반은 “얼마를 요구하는가?”묻더니 “3000원이 필요하다는”나의 말에 아무 말도 없이 스스럼없이 내놓는 것이였다, “고마워요, 고마워요,”인사 한마디 남겨놓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제는 딸애를 살려냈구나!”하는 기쁨으로 어떻게 딸애 곁에까지 왔는지 모른다.

그후, 하나님은 우리 딸애를 그 무서운 죽음에서 구원해주었다. 그러나 딸애는 살려냈으나(중국돈)3000원을 갚을 길이 없었다. 3달이 지나도 돈을 돌려줄 수 없었던 나는 정말 안타까웠다. 한달에 월급이 중국돈(400원)밖에 되지 않는 나로서는 이 3000원이라는 돈을 석달안에 물어줄 상상도 할수 없는 것이였다. 로반은 나에게 매일매일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반은 나를 조용히 찾더니 “계약서”를 내놓으며 “3000원을 내놓겠느냐? 아니면 나와 결혼하겠느냐?”물어보며 이 두 가지 계약 중에 한가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공안에 고발하여 북한으로 북송시키겠다는 것 이였다.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3000원 때문에!” “나라없는 백성은 짐승보다도 못하다”는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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