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이 지구상에서 언론의 자유를 최대로 보장하는 미국에 언론인의 양심적 자유를 지켜줄 또 하나의 자유언론 보호법을 제정할 움직임이 그 첫걸음을 시작했다.

미국은 워싱턴 D.C를 비롯 32개 州에서 검찰이나 수사기관이 언론인에게 ‘취재원’이나 <믿을만한 소식통> 소스원을 강요해 밝혀내지 못하도록 州法이 제정돼 있다.

그러나 연방법에서는 법률에 의해 법원이 명령하면 기자가 취재원을 공개해야 하며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로 고문하거나 강요하지는 못한다.

또 언론인이 검사나 수사기관 또는 재판부의 명령에 대해서 끝까지 공개하지 않을 경우 형벌이 더 중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이유로 기자들은 취재원과 정보제공자 <믿을만한 소식통>은 절대 밝히지 않는다. 그럴 경우 검사나 수사기관은 재판부에 공개하도록 공개명령 신청을 요청, 판결을 받아낸다.

재판부의 취재원 공개 명령에 끝까지 응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법정 모욕죄’를 적용, 기자를 구속한다. 이는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다고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공개하라는 재판부의 명령에 불복종한 때문에 ‘법정 모욕죄’로 처벌받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기자들은 법정모욕죄 처벌을 내심 바란다. 이유는 그것이 기자의 제1 신조인 취재원 보호와 언론인의 양심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재판부는 아주 상징적으로 3일~1주일 또는 30일 정도 구속을 명령한
다. 그러나 만약 기자가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취재 소스를 밝히면 그 기자는 언론계에서 매장 당하는 것은 물론 다시 언론계에 돌아가더라도 취재원들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취재원 공개를 거부해 최장기 85일 동안 구속 수감을 당한 케이스가2006년 발생한 뉴욕타임스 주디스 밀러(女) 기자 사건이다.

주디 밀러 기자는 딕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인 리비로부터 미 CIA 요원인 발레리 플라임의 신분을 전해 듣고 이를 기사로 썼다. 그로 인해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이 노출, 그는 CIA를 떠나야 했으며 부시 정권에서 중동대사를 지내던 그녀의 남편도 떠나야 했다.

미국의 CIA 관련법은 자신이 CIA 요원임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하도록 돼 있으며 누구든지 고의로 신분을 노출시키면 형사 범죄에 해당한다.

그래서 주디 밀러 사건은 특별검사까지 임명돼 조사를 벌이는 등 커다란 정치적 사건으로 확대됐다. 특별검사와 재판부는 주디 기자에게 <믿을만한 정부 소식통>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그 시기 비슷한 기사를 쓴 타임지 기자는 소스를 밝혀 풀려났으나 주디는 감옥을 택했다. 법원은 처음 120일간 구속 판결을 하면서 그녀가 취재원을 공개할 경우 석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도 주디는 감옥을 선택했다. 85일 동안을 수감돼 있던 그녀가 풀려난 후 미국 기자협회, 언론인 단체들은 의회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이나 수사기관이 언론인들에게 취재원으로 밝히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는 법을 제정하라는 요구였다.

이에 따라 하원은 법안 심의에 들어갔으며 지난 1일 하원 법사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이 법안은 하원 본회의에 상정 통과되면 곧 상원으로 넘기게 된다.

상원에서 통과되면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 서명을 받아 연방 법률로써 효력을 발생한다.

미 하원의 ‘취재원 공개강요 금지법안’ 법사위원회 통과를 보면서 2주 전 한국 검찰이 월간 신동아 잡지의 ‘최태민 수사보고서’ 입수 보도와 관련 사전 영장을 발부받아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일이 떠 올랐다.

지금까지 한국 언론들은 입으로만 언론자유를 부르짖었지 사실 언론을 탄압하고 있는 나쁜 법률 폐기에는 무관심했다.

한국에는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법이 하나 존재있다. 이름하여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이라는 법률로 특히 이 법이 형사범죄로 돼 있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에서는 신문이나 방송 TV 잡지의 기사로 명예훼손을 당했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이때 법률은 모두 민사소송이다. 따라서 민사소송의 손해배상은 상당히 엄하고 액수가 높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형사범죄로 돼 있는 까닭에 권력자나 재벌들의 비위를 건드리거나 부정부패와 관련한 기사를 쓰면 먼저 구속부터 시키고 본다. 기자들을 구속시켜 놓고 재판하는 것이다.

그러니 용기없는 기자들은 법이 무서워서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펜대를 꺽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제 한국 언론인들도 寸志에만 한눈 팔지 말고 우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형사 법률 조항을 없애는데 노력해야 한다.

칼럼자는 오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의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형사 법률을 폐기하는 후보를 적극 지지할 것임을 거듭 밝힌다.

ㅁ 손충무 –국제저널리스트.www.usinsideworld.com 편집인 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