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닭장에 침입하여 닭 한 마리를 잡아먹는 과정에 600여마리의 닭이 압사하였다는 뉴스가 있었다. 지금 아프간의 인질사태에 대한 정부, 언론, 그리고 국민의 반응이나 대응은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압사한 닭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수리부엉이가 닭장에 들어왔다면 최악의 경우 한 마리가 희생되면 다른 닭의 목숨은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닭들이 자신의 목숨만 건지겠다고 서로 한 쪽 구석으로 몰려들게 되어 결국 모두 죽는 결과를 가져왔다.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가? 아프간 인질 사태에 대응하는 한국민의 자세가 이 닭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인질사태에 휘말린 당사자들 및 그 가족에 대해 누구나 동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의 무엇과 바꾸더라도 목숨만은 건지고 싶을 것이다. 그 심정은 우리 모두 이해한다. 그러나 세상은 이 사건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또 이 사건만이 중요한 사건도 아니다. 여러 다양한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겨랄 마땅한 방법이 존재하는지의 여부조차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이 사태를 지나치게 개인적 차원에서 조명하고 마치 이 사건이 지구의 종말의 의미하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아프간에 간 당사자들, 그리고 그들을 조직하고 아프간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한 교회 측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정해야 한다. 정부에서 그들에게 아프간으로 가라고 한 적도 없으며 또 꼭 가야할 이유도 없었다. 단지 그 교회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그들이 그 곳으로 간만큼 자신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른 사태에 대한 책임은 그들이 져야 한다.

이들은 정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아프간행을 강행하였다.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도 그 곳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들의 이런 의식의 배경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법질서 경시 풍조와 위험에 대한 무감각 등이 자리잡고 있다. 질서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경찰에 대해 복면을 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무법행동이 용인되는가 하면 설사 그들이 경찰에 잡혀도 적당히 빠져나올 수 있다는 무모한 행동이 습관화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이 활황이면 아파트까지 팔아서 주식으로 몰려들거나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는 등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무모한 행동들이 일상화되어 있고 습관화 되어 있다. 이런 무모한 생활습관, 안일한 옹고집적 개인 위주의 생활태도가 이번 사건의 배경이라고 본다. 따라서 아프간이 위험한 지역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지만 이들은 마치 소풍가는 기분으로 봉사단을 조직하고 또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교회의 행태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가 교회의 본분에서 벗어나 넘쳐나는 헌금의 처리방법의 하나로 이러한 무모한 해외 선교 또는 봉사 활동을 조직하거나 또는 각 교회간의 경쟁이 지나쳐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교회가 군사독재체제를 강화하는데 이용되는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무모한 지원 경쟁을 벌이는 것 또한 한국 교회의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되었건 사건은 이미 발생하였으니 이들의 개별적 책임만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만이 마치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대한민국은 이미 국제사회와 깊이 얽혀있어 이번 사건 하나만 해결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한국인들이 세계 도처에서 맞게 될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목표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근본책임은 탈레반에게 있다는 점도 이해하여야 한다. 그리고 탈레반에 대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것도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인질이 희생되는 것은 전적으로 탈레반이 책임져야 할 문제이지 이것을 한국 정부가, 또는 미국이나 아프간 정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현재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로 친북반미단체이지만, 이번 사건의 책임이 마치 미국에 있는 듯이 시위를 하고 또 문제해결을 미국에 주문하거나 의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들 중 친북반미단체는 이번 사건을 반미운동의 계기로 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으나 이는 천부당만부당하다. 이들은 마치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인해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으나 이것은 근본적으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다. 인질사태조차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친북반미반역단체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예에 속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강정구가 마치 미국의 협상불가원칙 때문에 인질교환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적 이용의 예다. 강정구류의 친북반미주의자들의 태도는 사악함의 극치다.

또한 한국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통해 인질을 석방토록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인질범과 협상에 임하는 것 자체가 인질범에 굴복한 것이며 이용당하는 것이다. 인질범과는 일체의 협상이 없으며 인질을 이용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천명하고 끝까지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아울러 모든 책임은 탈레반에게 있으며 끝까지 탈레반이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사건 해결을 하는 과정에 한국 정부가 피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정부가 이번 사태해결에 급급하여 탈레반과 타협하는 것이다. 특히 탈레반에게 돈을 준다든가 또는 다른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등 탈레반에게 굴복하는 것은 앞으로 세계 각지를 여행하여야 하는 한국인들의 위험만 증가시킬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특히 대선후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나 사실은 가족을 위로하는 것 외에 별도의 언급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사실 현 인질 사건을 해결할 마땅한 수단이 없음을 솔직히 우리 무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노무현 정권이 무능하고 또 무원칙하다고 하더라도 이럴 경우엔 정부를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이것은 이념문제도 아니고 이적행위도 아지 않는가. 오히려 정부가 무모하게 조급한 사건 해결에 매달리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인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또 한국인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설사 이 과정에서 희생이 따르더라도 더 큰 희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확고한 원칙을 이번 기회에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만 노무현 정권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어 이번 사건 해결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정부가 최선을 다 할 것을 요구하고 또 그렇게 하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다만 정치적 목적에 집착하여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 없도록 감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 해결과 관련하여 군사작전도 검토되고 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군사작전을 통하여 인질을 무사히 구출하고 인질범을 응징하는 것이다. 한국군에는 잘 훈련된 특전부대도 있고 또 대테러전력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군은 미군과의 합동훈련으로 미국과 합동작전을 수행할 능력도 있다. 아프간 정부와 협조하여 한미아프간 삼국의 합동작전으로 인질을 구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이 과정에 설사 희생이 발생한다고 하여도 그것은 감수할 가치가 있다. 전 세계에 한국인을 건드리면 철저한 보복이 있을 것이란 것을 천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이슬람권의 원칙을 이번 기회에 강조할 필요도 있다. 탈레반이 인질을 잡고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일은 현대 문명사회에서, 특히 대한민국 국민이 관련되는 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은 납치하면 철저한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공포가 있어야 한국인이 안전해진다.

이런 인질 사건은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범죄자가 살인을 하는 것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그 행위에 대해 법적 심판을 통해 사회정의를 살리는 수밖에 없다. 이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다만 이런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반드시 기본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허둥대듯이 우왕좌왕하지 말고 냉철한 판단과 정확한 행동으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치 공포에 질려 허둥대다가 몰살하게 된 닭장의 닭처럼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동은 적극 피해야 한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겪고 저런 일도 겪에 마련이다. 그 때마다 허둥되어서는 달성할 것이 없다. 현실을 직면하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행동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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