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송나라 양공(襄公)이 초나라와 싸울 때 벌어졌던 쓸데없는 관용은 고사성어 송양지인(宋襄之仁)을 만들어낸 유명한 이야기다. 양공은 강을 반쯤 건너오는 적을 공격하면 이길 수 있다는 부하의 직언에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며 거절했다. 적이 강을 다 건너와 진을 치기 전에 공격하자고 하자 그것 또한 정당한 공격이 아니라며 듣지 않았고 결국 싸움에서 대패해 그 상처로 양공은 죽고 말았다. 군대에서의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은 군인들을 위태롭게 만들고 임금이 어리석으면 국민과 나라전체가 위험해진다. 1997년 이후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에 이르는 소위 좌파정부의 대외정책은 송양지인의 어리석음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방국 미국에 대해서는 할 말을 다하면서도 이웃나라 중국에서 수십만의 탈북자가 북한으로 끌려가도 그들을 살려달라고 말 한마디 한 적이 없다. 북한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문턱에서 중국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끌려가도 중국 법을 운운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수십만의 정치범을 가둬놓고 인민들을 학대하는 김정일 정권에 대한 관대함은 송나라 양공을 능가한다. EU국가들이 북한의 인권참상을 보다 못해 유엔인권위에 북한 문제를 상정했을 때도 한국정부는 3차례에 거쳐 기권과 불참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 동족의 인권에 대해서도 김정일 정권의 눈치보기는 눈물겨울 정도다. 소위 햇볕정책으로 국민세금 8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김정일 정권으로 수혈되면서 그것이 인민경제나 생활에 돌려지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 권력유지와 인민군대에 모두 쓰인다고 탈북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해도 한국정부와 좌파들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격이다. 다 무너져서 빈껍데기만 남아서 툭 건드리면 망하게 됐던 김정일 정권은 1990년대 후반 외부의 지원으로 기사회생했고, 인민군대의 현대화를 적극 추진해 재래식 전력은 물론 미사일과 핵무기로 첨단무장화를 완료했다. 최근 입국하는 고위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군은 사정거리 300Km의 중거리 미사일만 1000여기를 보유했고, 3.8선에서 사정거리 40km 장사정포의 성능을 능가하는 사정거리 60km의 방사포가 재배치됐다고 한다. 이제 김정일은 “선군정치(先軍政治) 덕분에 남한의 안전이 보장되고 있다”며 망발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선군으로 남한의 안전이 지켜지고 있으니 대북(對北)지원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중단하거나 상호주의 하자는 자들은 모두 반통일, 반민주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다. 요즘 북한을 방문하는 한국관광객들의 행태를 보면 불쌍해서 못 봐줄 지경이다. 주객이 전도 돼 돈 내고 북한을 방문해도 하지 말라는 것이 너무 많다. 북한군인들과 관리자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짓눌려 숨도 못 쉬고 있다. 북한의 눈치만 살피고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한국정부의 무책임이 이런 결과를 빚어낸 것이다. 김정일 집단은 자나깨나 적화통일 야욕을 성취하기 위해 150만의 인민군대와 막강한 군사력으로 남한을 넘보고 있는데 한국정부는 동맹국인 미국을 멀리하고 연합군 체계를 스스로 허물려고 한다. 탈레반에 피랍된 무고한 한국민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 역시 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탈레반과 같은 집단은 김정일 정권과 마찬가지로 사람 죽이는 것을 파리 잡듯 하고 상식이라는 것은 도무지 통하지 않는 ‘미친집단’이라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탈레반 집권시절 아프칸의 상황은 북한 다음으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런 미친 집단을 다스리는 방법은 관용이 아닌 응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국군의 임무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나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 국민이 떼로 납치됐다면 협상과 무력구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자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납치ㆍ 테러사건에 대해서 무자비한 응징으로 대응해왔다. 러시아 특수부대의 테러범 응징은 항상 지나치다고 말할 정도로 과격했다. 인명피해는 발생했지만 결국 다음에 벌어질 피해를 줄이는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만약 국군 특수부대를 급파해 탈레반 지역에 주둔시켜서 협상추이를 지켜봤더라도 이들이 함부로 우리 국민을 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외교적 방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상대라면 그것이 최선이겠지만 이미 두 명의 무고한 국민이 살해 당했고 나머지 사람들의 목숨도 경각에 이른 상황에서 느긋한 외교적 방법만을 고려하는 것은 지나친 관대함으로 모든 것을 잃은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짓이다. 강철환, 북한민주화위원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