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한국인 인질사태, 세계 언론들도 갈팡질팡

(손충무의 뉴스초점)

아프카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들에 의해 납치 감금당한 한국인 인질 구출과 석방 교섭에 세계의 시선이 아프칸 수도 카블로 쏠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매스컴들의 보도가 혼선을 빚고 있다. 외국 정보기관들과 언론들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노무현 정부와 한국 언론들도 덩달아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국제 뉴스 전문채널 CNN-TV는 26일 오후 (워싱턴시간) “아프칸 무장세력들이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아프칸 정부와 한국 정부가 수용하지 않으면 인질 전원을 처형할 것을 통고했다” 고 아프카니스탄 발로 보도했다.

CNN은 카리 유시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과 인터뷰를 갖고 아마디는 “우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억류되어 있는 인질 전원을 새벽부터 처형할 가능성이 높다” 고 말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보다 앞서 AP통신은 카블에 있는 서방 외교관과 정보기관의 말을 인용 “탈레반이 여자 6명과 남자 2명을 석방, 미군기지로 보냈다” 고 보도했으나 또다른 매체들은 “미군기지로 싣고 가던 트럭이 다른 곳의 연락을 받고 출발지로 되돌아갔다” 고 보도하는 등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NHK 방송은 아프칸 현지 소식통을 인용, “인질 8명이 석방에 합의, 인도 장소로 가다가 아프칸 정부가 탈레반 무장세력의 요구에 불해 되돌아 갔다” 고 전했다.

한편 미국·유럽 언론들은 피살된 배형규 목사에 대해 “피살 당한 배씨가 자신이 인솔자이며 목사라는 신분 사실을 밝혔기 때문에 처형당했을 것” 으로 추측했다.

이들 언론들은 “아프칸 이슬람들은 기독교나 예수를 믿으라고 하면 증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나머지 인질들도 기독교 문제를 이야기 하지 말아야 한다” 고 말했다.

로이터·AFP·일본 통신들은 아프칸 카블의 현지 소식통을 인용 “탈레반 무장세력들이 사살한 후 갖다 버린 배형규 목사의 시신에는 여러 발의 총탄 자국과 시퍼런 멍 자국이 남아있어 고문 또는 구타 당한 것” 으로 현지 경찰이 말을 인용, 보도했다.

중동의 알자지라 방송은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한국 정부와 타협을 하겠다고 했으나 아프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 같다” 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탈레반이 한국 정부와 다이렉트로 협상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의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27일 “한국 노무현 정권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고 전했다.

이 신문은 독자적인 정보망을 통해 입수한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탈레반 대변인은 수감된 탈레반 병사들을 석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질 가운데 남자 한명을 살해했다” 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또 “아프칸 정부는 체포된 탈레반 병사의 석방은 일종의 금기사항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참으로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고 전했다.

반면 일본 아사히신문(朝日) 은 27일 “아프칸 정부가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탈레반이 요구하는 인질 몸값을 일부 지불했기 때문에 인질 몇몇은 석방될 수도 있는 희망이 보인다” 고 분석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5일 밤에 일부 몸값이 지불됐다”고 밝히며 자세한 내용을 전했다.

“아프칸 정부는 몸값을 25일 오후에 전달할 예정으로 현장에 갔으나 함께 동행한 아프칸 경찰과 후면에 치안부대의 모습이 보이자 탈레반이 태도를 돌변, 숨는 바람에 전달되지 못하다가 재차 협상을 벌여 25일밤 일부가 전달됐다” 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칸 정부가 몸값 전달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의 입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다. 이미 부시 대통령은 카블 미국 대사관을 통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칸 대통령과 긴밀한 연락 관계를 지시한 바 있다.

또 미 국무성을 통해 “탈레반은 선량한 의료봉사 대원들을 조속히 석방시켜야 하며 그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적대 행위를 한 적이 없다” 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카블에 주둔 중인 유엔 관리들을 통해 인질 석방에 도움을 주도록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아프칸에 몇 년간 근무했던 전직 한 미국 외교관은 “탈레반들이 협상 시간을 계속 연장시키는 것은 그들이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술이다” 면서 “앞으로 1-2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며 “무장단체가 몸값을 요구하면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계속 요구할 것” 으로 내다봤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프칸 정부의 태도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과연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 3월 탈레반이 이탈리아 기자를 인질로 잡고 석방 조건으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요구, 이를 들어주고 이탈리아 기자를 구출한 바 있으나 그후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당시 하미드 대통령은 “오직 이번 단 한번 뿐” 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불법 무장세력이 민간인 등을 인질로 잡고 탈레반 수감자와 맞바꾸자고 요구, 매번 관철될 경우 이는 계속적인 굴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ㅁ 손충무-국제저널리스트.www.usinsideworld.com 편집인 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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