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다. 정형근 의원의 발언을 찾아보면서 확인하고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그를 보수파 거물로 알고 있던 나는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鄭의원은 좌익들에게 가장 많이 시달려 온 인물 중 하나이다.

2004년 12월 조선로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양홍관「성기(性器)고문」논란, 2005년 2월17일 40대 유부녀와의 호텔방 출입 장면 YTN보도, 최근 대한의사협회 로비의혹 등 확인돼지 않은 각종 루머와 주장만으로 좌익의 총공세를 받아왔다. 부산 지역구에선 정형근 화형식까지 행해졌다 한다.

안쓰럽게 싸워오던「정형근」이 언제부터인가 좌익들 입맛에 맞는 「전향적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김정일에게 전력(戰力)을 공급하되, 국회 동의도 필요 없고, 군사 전용(轉用)도 상관없다고 했다.  

盧정권이 북한의 대화거부로 비료지원을 중단하자, 오히려 식량과 비료를 조건없이 주라며 盧정권을 규탄하고 나섰다. DJ방북, 정상회담, 평화협정까지 호응했다.  

2. 

2005년 5월12일 홈페이지에 올려진 鄭의원의 글을 보자.

『지금 노무현 정권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을 상대로 느닷없이 당국자 간 회담 재개를 요구하며 비료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정부의 이러한 조건부 대북 비료지원 방침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거름은 제때에 주어야한다. 즉각 북한에 비료를 보내야 한다...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했던 예년 수준의 비료와 식량을 즉각 북한에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식량·비료지원은 인도적(人道的)인 것이니 무조건(無條件) 지원하라는 주장이었다.

金正日은 99년 4월22일 로동신문에서 스스로 밝혔듯, 돈이 있어도 식량과 비료를 사들이는 대신 무기를 사들였고, 모자라는 식량과 비료는 외부지원으로 충당해왔다. 그나마 북한지원 물자의 50~70% 이상은 軍부대로 흘러가고 있으며, 나머지 물자 역시 철저한 계급차별로 인해 북한의 적대(敵對)·동요(動搖)계층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친북세력은 북한 수령 독재를 유지·강화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對北식량·비료 지원에 대해,「모니터링」등 어떠한 조건도 달지 말고 무조건 지원하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북한을 수십 년 들여다 봐 왔다는 鄭의원 마저 이런 거짓 논리에 공명하고 나선 것이다. 

3.

2005년 7월13일 KBS라디오 「박에스더입니다」에서는 盧정권의 對北전력공급 제안에 대해 이렇게 지지의사를 보냈다.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저지시킬 수 있다면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이번 제안을 金正日 위원장이 받아들여서 북핵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보수세력이 제기하는 「군사적 목적에 전용될 우려」에 대해) 한반도가 핵 위험지대로 빠지게 되면 아무리 많은 자원과 재산이 있다 해도 소용이 없다. 다소 군사적 전용이 있다 해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다소 희생(犧牲)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한나라당 지도부가 국회동의절차를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 지금까지 남북협상이라는 게 아주 전격적으로 서로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국민 전체의 검증이나 논의를 거치지 않고 하는 것이 상례였다. 충분히 관계자들의 검토와 검증을 거쳤다고 생각한다』

이 발언의 핵심은 세 가지다. ①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라, ②국회동의도 필요 없다, ③군사적 전용이 되도 상관없다.

당시 언급된 200만Kw 대북송전을 위해서는 송전시설 건설에 약 1조6천억 원이 소요되고, 10년간 전력요금이 최대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북한은 선군정치, 강성대국을 지향한다. 모든 국력과 국부와 정보는 군사력(軍事力)으로 활용된다. 전력 역시 북한에게 군사력이다. 멈춰진 군수공장(軍需工場)을 돌리고, 무기창고(武器倉庫)를 밝히고, 탱크를 달리고 비행기를 날게 할 것이다. 

鄭의원은 군사상 주적(主敵)에게 10조에 달하는 군수물자를 퍼붓는데 국회동의도 필요 없다는 주장을 폈다!

4.

2006년 7월6일 CBS라디오「시사자키 오늘과내일」에서는  DJ방북에 대해 『남북 간의 긴장(緊張)을 중재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필요한데, 문제는 북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결정하거나 북한에 필요한 여러 도움을 주거나 지원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대좌해봤자 별로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 자꾸 거부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 전 대통령의 순회대사라든가 특수한 미션을 주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해야만 힘이 실리고 북한이 대화를 할 텐데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盧정권이 전직 대통령인 DJ에게 힘을 실어줘 DJ방북을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DJ방북으로 만들어진 것이 6·15선언이라는 적화(赤化)문서였다. DJ再방북이 한반도 평화를 증진할 것이라는 주장은 초등학생도 믿지 않는 좌익의 철지난 선동이다. DJ가 만들어 낼 합의와 얻어 낼 약속이란 대한민국에 또 다른 독약(毒藥)일 뿐이다.

그런데 공안통이라던 鄭의원이 남북 긴장 완화를 앞세워 DJ再방북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5. 

3월23일 손석희의「시선집중」의 인터뷰 내용이다.

『북미 간에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이 내년 상반기 정도는 이루어지지 않겠나, 그렇게 보고 있다...그러한 여러 가지 해결문제를 위해서 제가 알기로는 라이스가 아마 공화당 후보로 미국에도 내년 선거에 나오지 않겠나...라이스가 6월쯤엔 북한을 방문하지 않겠느냐, 또 교차방문을 하지 않겠느냐』

『종전협정은 아마 금년 내로 이루어지지 않겠느냐...평화협정이라든지 이런 것은 후반기에 이루어 질 것이다...그런 것과 병행해 가지고 남북정상회담이 조율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북핵 문제 완전 해결을 위하고 또 평화 안정을 구축할 수 있다면 정상회담 필요하다...정상회담이 북미관계에서 6자회담 진전이 있으면 그와 병행해서 이것을 필요하다』

北核폐기 등 평화정착의 핵심전제가 누락된 상황에서 추진되는 소위 평화선언, 평화협정, 盧·金회담(세칭 남북정상회담)은 좌파정권 연장을 위한 수단이다.

평화협정은 연방제 적화의 사전단계로 북한과 좌익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對南적화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核폭탄을 머리에 이고 추진되는 평화협정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鄭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①『정상회담이 정략적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형식적 단서를 붙였을 뿐, ②미국의 對北유화정책에 대한 과대평가를 늘어놓으면서 ③北核폐기 등 전제를 달지 않은 채 사실상 汎여권의 對北정책에 동조했다.

물론 鄭의원이 예언한 라이스 6월 방북도 이뤄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된 미북(美北)이 아닌 북미(北美)라는 표현 또한 질색할 노릇이었다.

6. 

3월9일 한나라당 대선필승대회 발언은 걸작이다.

『올해의 대선은 평화와 통일이 주요 의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남한의 친북좌파세력은 2002년 대선에서 큰 성공을 거둔 감성동원 및 평화공세를 반복할 것이다』

『이상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대북문제를 가지고 장난을 쳐서 대선을 요동치게 하고 대선에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기도를 철저히 차단하겠다』

북한과 친북세력의 대선개입에 대한 鄭의원의 두려움은 4개월 뒤 한나라당 對北정책의 친북화·좌경화라는 작품(?)으로 체화된다. 결국 북한과 좌익의 협박(脅迫)에 변절(變節)해 버린 것이다. 조국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그의 변절은 더욱 심각한 사건이다.

7.

鄭의원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버렸다. 이미 오래 전 벌어진 일이지만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는 우익들이 벼르고 별러 온 고진화 등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그의 이념과 노선을 왈가왈부(曰可曰否)하는 것도 시간낭비다. 그러나 분명히 하고 넘어가자. 정형근 의원은 더 이상 보수, 우파, 자유, 애국세력에게 표를 구하지 말라. 그가 안식(安息)할 곳은 이제 汎여권이다. 친북좌익이다.

새로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