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재일동포 3세 젊은이들의 朝鮮人(조선인)학교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해방직후 在日(재일) 조선인 1세들은 일본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자비로 책상과 의자를 사들여 버려진 공장에 터를 잡아 ‘朝鮮(조선)학교’를 세웠다. 이 조선학교의 다른 별칭이 ‘우리학교’이다. 처음 540여 개가 넘던 학교는 일본 우익세력의 탄압 속에 이제 80여 개의 학교만이 남게 되었다.

김명준 감독은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의 교원, 학생들과 3년 5개월이라는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우리학교’의 학생들은 여느 10대들과 다름없이 명랑하고 밝다. 일본이라는 타국땅에서 朝鮮人(조선인)이라는 이방인으로 살아가지만 ‘우리학교’라는 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동포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기 위해 공부하고 운동한다.

영화를 보며 의아했던 점들이 몇 가지 있었다.

‘조선학교’ 즉, 우리학교의 아이들의 말투와 의복이 모두 北韓式(북한식)이라는 것이다. 여학생들은 북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복 저고리 차림이었고, 학생들의 언어는 북한식의 억양과 ‘동무’와 같은 북한 낱말들이 많았다.

결정적으로 놀랐던 것은 운동회 날 학생들이 祖國(조국)의 깃발이라며 북한의 人共旗(인공기)를 내걸었을 때이다. ‘조선학교’, 즉 우리학교 학생들의 조국은 대한민국이 아니었고, 北韓(북한)이었던 것이다.

왜? 언제부터 北韓(북한)이 재일 한국인 3세 학생들의 조국이 되었단 말인가? 그 의문은 잠시 후에 풀렸다.

처음 540개나 되던 조선학교는 일본 우익세력의 탄압 속에 모두 사라지고 이제 80여개만 남아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열악한 조선학교의 敎育財政(교육재정)을 상당 부분 北韓(북한)이 支援(지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독한 일본인들의 탄압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그들을 향해 도움을 손길을 내민 쪽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이었던 것이다. 생존의 기로에서 그들을 위로하고 도왔던 북한이 그때부터 그들의 祖國(조국)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학교’의 고급부 3학년 아이들은 졸업을 앞두고 모두들 祖國訪問(조국방문)을 한다. 물론 이 조국 방문은 北韓(북한)방문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일본의 항구에서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을 방문하는데 북한 현지인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는다. 이 조국 방문 이후에 학생들은 더더욱 북한을 祖國(조국)이라고 여기게 된다. 뿌리 없던 아이들이 북한을 깊이 자신들의 뿌리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은 모두 연출된 북한의 모습만을 보게 되고 북한의 실상을 모두 보지는 못한다.

학생들과 교원들은 모두 말한다. 자신들의 故鄕(고향)은 남쪽이지만 자신들의 祖國(조국)은 북쪽이라고... 이 대목에서 마음이 아팠다. 자유 대한민국은 일본에 엄연히 존재하는 자신들의 동포조차 끌어안지 못했구나 하는 자괴감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일본인들의 핍박 속에서도 한민족의 핏줄을 이어가고자 몸부림치는 저 어린 학생들을 품어주지 못한 대한민국의 품이 몹시도 아쉬웠다.

北韓(북한)에는 우리의 국군 포로들과 납북 어부들이 많이 있다. 中國(중국)에는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을 간절히 원하는 수많은 탈북자들이 있다. 日本(일본)에는 자신들의 뿌리를 지키고자 몸부림치다 결국 북한을 조국으로 받아들인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품은 얼마나 더 커져야 하겠는가? 우리의 同胞(동포)들을 품어줄 수 있는 넉넉한 대한민국의 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