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수복후의 고향 청주에서 塔洞이라고 하는 동네에서 잠시 어린시절을 보내게 되었었다. 거기엔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잊혀지지 않는 追憶이 있다.

전쟁으로 보낸 학년을 건너 뛴 채 3학년에 입학해서 학교에 다녔는데 한 학급학생수가 160명 정도였고 거의가 피난민들이었다. 미국에서 보내온 동화책과 생전처음 맡아보는 향기 좋은 美製 크레용등 구호물자 들을 받아쓰게 되었고, 교과서는 질 낮은 更紙에 인쇄된 책을 받아 배웠었다.

지금은 인사동에 가면 古書, 옛 물건 파는 곳에 더러는 볼 수 있다. 그때 그 시절 평양 사투리를 하던 무지 똑똑해보이던 친구들도 지금은 대한민국의 노년층이 되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동네 또래들은 누가 부르기라도 한 것처럼 마을 남쪽 언덕받이 작은 산등성이에 있는 洋館으로 달려가는 것이 일과였다. 학교에서 파하고 산 밑 비탈길에 올라서면 어린걸음으로 노닥거리며 걸어가면 십 여분 거리 되는 길을 길 양쪽에 늘어선 포플러나무 그늘을 징검다리처럼 건너면서 도달하면 洋館 울타리에 아카시아꽃이 만발했고 붉은 벽돌건물이 3棟 있었는데 가운데 건물은 우리들이 즐겨가는 ‘시온교회’였고 그 뒤로 넓은 클로버 꽃밭과 정원수 사이로 좀 더 큰 벽돌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은 신학생 언니들의 숙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건물은 온통 담쟁이로 덮여있고 뜰 앞엔 키 작은 채송화부터 잎 넓은 파초며 해바라기 까지 다투어 피어있어서 전쟁이 비껴간 곳 같았다. 시온교회 뒷산엔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우거졌으며 본관과 서쪽 선교사 숙소 건물로 통하는 구름다리도 예뻤다.

(그시절 푸른눈의 금발머리 선교사님들은 우리들에게 천사였다.)

아이들은 활짝 열려진 교회마당을 가로질러 작은 동산들을 치닫고 내달으며 숲속에서 산딸기도 따먹고 비온 뒤에는 버섯도 뜯어오고 매일이 어제와 다르고 재미있던 곳이었는데 지금 그곳엔 무엇이 남아있을까!

해질녘 쯤 되면 아이들은 본당으로 내려와서 남.여 할 것 없이 신학생들의 도움으로 재깔대며 목욕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 먹고 다시 교회로 가면 어김없이 성경공부를 하고 총천연색 活動寫眞을 보여줬다. 전기도 시간제 공급 이었는데 아마도 발전기로 상영을 한 것 같았다. 아이들은 그 작은 영사기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히 숨죽이고 신기한 체험을 하게되었다. (아마 그것이 戰後의 대한민국 어린이들에 대한 컴패션 활동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되는 영화가 있으니 ‘아합왕과 선지자엘리야’였다.

아합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妖艶한, 이방신 ‘바알’을 모시는 이방여인 이세벨을 아내로 삼고, 惡行을하여 하나님의 진노를 샀고, 요녀 ‘이세벨’은 바알신 제단을 쌓고 섬겼다.

天地는  먼지만 풀풀 나고 땅은 메말라 갈라지고 饑饉이오고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이 늘어갔다. 이에 아합은 선지자 엘리야에게 그 원인을 돌렸다. 하지만 엘리야는

“왕과 그 집안이 惡行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왕을 책망하고는 “무엇이 옳은지 가리기위해 바알의 거짓선지자들과 겨루자”고 제안하고 돌아갔다.

<갈멜산에서>

* 양쪽 제단에는 살진 소를 잡아놓고 둘레에 고랑을 내고 물을 길어다 붓고 먼저 바알의 거짓선지자들이 발바닥을 송곳으로 찌르며 피를 흘리며 ‘바알신이여 응답 하소서, 응답 하소서’ 하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외쳐도 사방은 누린내가 날정도로 아지랑이가 일렁거렸다.

*백발의 ‘엘리야’선지자가 먼지 날리는 대지위에 지팡이를 가로놓고 하늘을 우러러 기도 하고,또다시 하늘을 우러러 살피더니 엎드려 통곡하고 기도하는, 등 뒤로 삽시간에 사방이 어두워지며 구름이 몰려오고  툭,툭,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장대같은비가 쏟아지는데, 더더욱 기막힌 것은 제단의 번제물인 살진 소가 깨끗이 불살라지고 그 주위고랑의 물이 휘발유처럼 광채를 내며 타오름에야!

“와아!..와아! ...”아이들이 손뼉치고 환호성을 울렸다.

대지에는 맑은 물이 넘치고 백성들은 성을 에워싸고 ‘이세벨을 내 놓으라’고 고함치고 드디어 城樓에 올라선 이세벨은 성밖으로 굴러 떨어지고 그 주검위로 마차바퀴가 굴러 덮치는 모습을 보고 진저리쳤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이렇게 엄청난 힘은 어디서 오는 걸 까” 하나님에 대한 畏敬心은 어린 날 그 아름다운 聖殿<시온교회>에서부터 생겼으리라.

한때 아합에 대한공포와 사방에 적뿐인 외로움으로 광야에 나가 어느 굴혈에 몸을 숨기고 홀로 탄식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까마귀로 하여금 고깃덩이를 물어다 먹이고 그를 살리신 것은 그의 믿음을 보셨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에도 필히 하나님께서 세우신 엘리야는 있다. 비록 외로운 길일지라도 홀로 외치며 거짓을 밝히고 진실을 외치며 외로운 求國鬪爭을 하며 선지자의 사명을 다 하는 이를 우리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세울 것이다.

*이 땅의 모든 거민들도 깨어 경성하여 의와 용기를 갑주로 입고 대한민국 권력주변의 거짓되고 헛된 무리들을 모두 소탕하고 선진한국을 이룩하기 위하여 한마음으로 뭉쳐야 살 수 있다.

“이방신을 모시는 이세벨을 내 놓으라”고 외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