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맞은 소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그남자 '마사유키'에게는 일이 전부였다.  프로젝트마다 대성공으로 이어졌고 새내기 팀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며 삶의 표상이었다.

그에게 가족은 비비고 들어가 볼 자리가 없었다. 아내는 그림자같고 아이는 낯설었다. 항상 있는자리에 그린듯이 있어주는 공기같은 존재들이었다.

혼자 펄펄솟구치는 성취감에 축배의 밤들은 이어졌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믿기지 않는 어이없는 또다른 상황이 설정되어 있었다.

"아니야 , 아니야 그럴리 없어.. 뭔가 잘못 된 거야"

"설마 그럴리가!.."

어느날, 도심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다. 전혀 생소한, 한번도 와 본적없는 거리 한 모퉁이에서 갈곳을 잃고 외치는 절규였다.

"자 지금부터 제가 보여드리는 물건들을 잠시후에 순서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손수건 한장,동전한닢,손목시계,전철표한장 을 파일로 덮었다.

그는 진땀을 흘리며 수무고개처럼 그 물건들을 기억해냈다.

"저의 아버지께서도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하셨습니다. 진행을 늦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분노와 절망으로 거꾸러지며, "아니야, 내가 왜,  설마 "하고 외쳤지만 시시각각 지워져가는 그의 기억들을 붙잡아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지막 기억의 등불이 꺼지기전에 애써 만든 도자기찻잔에 '미에코'(아내의 이름)를 새겨두었다. 이 것 만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들과의 결별이었다.

내가 왜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자신이 가장 높은 가치를 두고 전력 질주 했던 일이 있기나 했는지, 깨끗이 지워진 기억을 더듬더듬 더듬으며 첫사랑(아내)소녀를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幻想)

요양소 뒷숲에서 부시시일어나 돌아오는 그는 이미 살아숨쉬는 죽은자(忘者)였다.

"여보.."  남편을 찾아나선 요코의 옆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전혀 낯모르는 얼굴의 '마사유키'.

"저를 아세요?"

"................."

"기차역으로 가시는가요?"

"................" 두눈 가득 눈물을 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따라 걷고있다.

어디서부터 인지 화면을 흐리며 눈물이 볼을타고 흘러내렸다. 엔딩자막이 다 올라가고도 관객들을 울린것이 송구스러운지 좀 천천히 밝아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눈물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옛날 얘기 중 에는 도깨비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좋이 쓰였다.

[길 가던 나그네가 길을 잃어 밤새도록 도깨비하고 싸우다가 새벽닭 울때서야 지쳐 잠이들었는데 훤한 낮에 깨어서 보니 커다란 나무등컬을 끌어 안고 잤더라]는것 등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순간 헛되고 헛되고 헛된것에 홀려서 허황한 꿈을 꾸고 있지는 않는가.

돈과, 명예와 富를 생의 최대 가치로 삼고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번쯤은

"이대로 좋은가 " 생각해 볼 때다.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서 났으며, 무성한 열매또한 어디에 갈무리 할 것인가 !

자신이 죽어 땅에 묻히기도 전에 전혀 생소한 곳에서 절규하지는 말아야겠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니, 대한민국 사람으로 죽어, 대한민국땅에 묻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