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정권의 변화를 보는 시각은 전문가마다 다르지만 히틀러나 마오쩌둥(毛擇東)시대와 같은 전체주의 적 狂信(광신)국가라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히틀러나 마오 시대에 국가를 개혁 개방하거나 민주화되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듯이, 오늘 김정일 정권하에서 평화나 민주화를 논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다.

중국이 개혁개방한지 20년이나 지났지만 그들은 휴대전화 개통조차 수령의 안전을 해친다는 이유로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는 김정일 정권 제거 이후에 가능하다. 스탈린과 히틀러와 마오가 죽고 난 후에 체제가 변화된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북한사람들은 다 아는데 대한민국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김정일에게 목매는 사람들의 부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과거 386시대에 친북 광풍 속에서 북한에 충성맹세를 하거나 북한을 추종한 과거 전력이 문제가 돼 북한에 엮인 사람들이고, 또 다른 부류는 착각 속에 만들어낸 햇볕정책의 허구성을 기회로 삼아 정권연장을 하려는 이익집단이 바로 그들이다.

이 두 세력은 북한의 실체가 폭로될 수록 수렁으로 빠지게 되고, 김정일 정권이 당장 붕괴되면 자신들의 기득권이 동시에 날아가는 사람들이다.

김정일 정권에 8조원 이상을 퍼주면서 평화를 정착시켰다고 거짓말을 해왔는데, 김정일은 핵무기를 만들었고, 일본정부는 압박과 협상으로 납치자 5명을 데려왔지만 한국정부는 그 많은 돈과 식량을 퍼주고도 납북자는 고사하고 국군포로 한 명도 데려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김정일의 핵무기는 방어용이요, 미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터무니 없는 북한 주장을 그대로 옮겨 그것도 논리라고 펴면서 국민들을 또 우롱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 양심이 남아있고 바른 소리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평가 받았던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평양을 방문해 김대중 정권의 햇볕을 계승하는 것이 마치 평화 전도사라도 되는 듯 자신을 포장하고 나섰다.

손 전 지사는 아마 평양에 빌붙는 2부류에 속하기를 작정한 모양이다.

햇볕정책 속에서 김정일 정권은 핵무기를 만들었지만 정작 인민들의 인권은 더 열악해지고 탈북자의 행렬은 날이 갈 수록 길어지고 있는 마당에 인권문제는 김정일이 무서워 한마디도 거론하지 못하는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니 뭔가 대단한 착각 속에 빠진 것 같다.  다 낡아 너덜거리는 햇볕정책의 반인권적 모순을 덮고 개인과 집단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손 전 지사의 의도에 쓴 웃음만 나온다.

국민은 이제 통일부가 눈먼 돈을 마구 북한에 퍼주고, 핵문제, 인권문제, 납북자 문제 어느것 하나 해결되는 것이 없는데, 하찮은 열차 시험운행과 같은 것을 대가로 퍼주기의 명분을 만드는 것에 신물이 나있고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다.

김정일 정권에 빌붙어 활로를 찾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라도 정신을 바로 차리고 남북한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과거의 전력이나 숨겨둔 이념 때문이 아니라면, 철저한 상호주의와 북한의 민주화, 인권해결을 위해 냉정한 대북접근을 해야 하고, 북한인민에게는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그들의 편에 설 줄 아는 진정한 진보가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이고 국민도 그것을 원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좌파신문인 ‘리베라시옹’은 그 어느 언론보다 김정일 정권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극좌파인 공산당마저도 김정일 정권을 비판하는데는 두번째 이기를 거부한다. 유럽의 좌파는 인권과 민주화의 상징인데, 대한민국의 진보는 김정일의 만행을 덮어두고 그와 타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니 세계가 웃을 수밖에 없다.

느닷없이 시류에 휘말려 평양을 방문해서 무엇을 얻겠는지는 모르겠지만 얄팍한 정권욕심에 양심까지 판다면 국민의 심판은 냉정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에게 목메는 대한민국의 불쌍한 사람들은 국민의 이익은 뒤에 두고라도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진보는 진보답게 김정일을 누구보다 강도 높게 비판할 줄도 알고, 그들(김정일과 그 추종세력)이 진정으로 인민의 편에 되면 뜨겁게 포옹할 줄 아는 것이 이 땅의 진정한 진보의 모습이다.

다 낡은 햇볕 보자기를 쓰고 뭔가 이득을 얻겠다는 헛된 망상은 이젠 역겨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