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조간신문 1면에 눈에 띄는 사진 한 장이 실려있다. 철창 속에 갇혀있는 수많은 남녀들의 사진이다. 철창 밖에서는 선풍기 한 대가 이들을 향해 돌아가는 중이다. 무더운 날씨로 보이는데 공간이 비좁아 사람들은 모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다.

지난 해 8월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탈북자 400여명의 모습이다. 이들은 모두 자유 대한민국 행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탈북자들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지난 해 8월부터 지금까지 수개월째 여전히 그 철창 속에 수감되어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한국행 입국협조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금 신속한 한국행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국내 탈북자 지원단체 연합체인 ‘탈북난민 강제송환저지 국제캠페인’에 관여하고 있는 정베드로 목사는 “최근 한국 정부가 무슨 이유에선지 비행기표를 얻어 입국을 기다리던 난민까지 한국으로 데려가지 않고 비행기표 제공도 거부하기로 한 데 대해 탈북자들이 항의 단식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한국 대사관 직원들이 단식 중인 탈북자들을 면담하고 단식농성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한국행에 대한 어떠한 확답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고 한다.

한국 대사관의 이런 미지근한 태도 때문인지 이들 대사관 직원들이 다녀간 직후 오히려 태국 정부 관련부처의 고위 관계자가 탈북자들에게 ‘단식을 중단하지 않으면 모두 강제 북송시키겠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에 충격을 받은 탈북자 가운데 3명이 실신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 대사관 직원들의 방문이 오히려 탈북자들에게 엉뚱한 불이익을 만들어 내는 꼴이다.

남자 100명과 여자 314명 등 400여명의 탈북자들은 목숨을 걸고 김정일 독재의 지옥에서 탈출해 나온 사람들이다. 탈북자들은 엄연히 헌법상 대한민국의 국민들이다. 또한 그들 모두는 대한민국행을 원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민족의 화해와 동포애를 떠벌리는 이 정부는 신속히 이들을 낯선 이국땅의 그 좁은 철창에서 건져 내야 한다.

한국 정부의 미지근한 태도에 태국 정부도 강경한 모습을 보이자 탈북자들은 지금 모두 강제북송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다.

‘북송을 하려거든 차라리 우리의 시체를 갖고 가라’고 외치는 탈북자들의 절규에 대한민국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목숨보다 귀한 자유를 찾아 죽음의 땅을 벗어난 저들의 외침에 모든 자유인들의 양심은 뜨겁게 반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