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업무차 돌아오는 길에 바로 청계산에 올랐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잎들이 한창 신록으로 단장하는 중이었다. 누구도 그렇게 신선한 연두색의 어린 나뭇잎들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그 귀여운 어린 나뭇잎들을 모든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월요일인데도 여기 저기 돗자리를 펼쳐놓고 둘러앉아 벌써 점심식사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산 중턱까지 올랐다가 내려왔다. 정장에 구두를 신고 있었어도 봄의 향취에 취해 불편한 줄 몰랐다.

내려오는 길에는 라일락 향기가 진동하는 중에 흰 눈처럼 날리는 벚꽃의 무리를 보았다. 절로 큰 심호흡이 터져 나오는데 가슴 속에 쌓여있던 묵은 것들이 한 번에 씻겨 날아가는 것 같았다. 차의 창문을 열어두고 올라갔었는데 차 안에까지 봄의 흔적들이 날아 들어와 있었다.

이 좋은 자연 속에 취해 거닐다 보니 산 아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동료들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떠올라 문자 한 통씩 날렸다.

북한 주민들에게 4월은 그야말로 잔인한 달이다. 4월16일 김일성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쉴 틈도 없이 여러 가지 노역에 동원되어야 하고 각종 교시학습, 기념강연회 등에 참석해야 한다. 4월의 봄을 즐길 여유는 없다. 4월 25일은 인민군 창건일이다. 불쌍한 주민들은 선군정치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헐벗은 주민들이 인민군대에 돼지라도 잡아다가 바쳐야 하는 날이 바로 그 날이다. 여기에 4월 초의 개학, 한식 등까지 겹쳐 4월의 봄날은 온 줄 모르고 가버린다.

그나마 봄이 되면 먹을 것을 이러 저리 좀 더 구할 수 있어 정치범 수용소의 수인들에게는 다행히 한 가닥 살아남을 소망을 잡을 수 있다. 각종 나물이며 개구리라도 잡아먹을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는 북한의 주민들에게 봄의 향취란 생각할 수 없는 사치이다.

황량한 겨울이 지나고 봄의 들판은 새롭게 피어난다. 아직도 북한의 들녘은 황량한 독재의 겨울로 덮여 있는가? 자유의 바람, 봄바람이 한 줄기 또 한 줄기 북으로 간다. 머지않아 북한의 동토는 아름다운 봄의 들판으로 피어날 것이다. 자유의 꿈이여! 약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