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윤리학자이며 기독교 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버는 인간의 가장 치명적인 죄를 교만(hubris)으로 보았다. 제국의 지배자들에게는 맞는 죄의 개념이다. 강대국가의 지배자들에게 다른 피지배자들을 물건으로 다루고 자신을 신으로 승격시키는 교만이 가장 큰 죄악이다. 그러나 약소국가의 피지배자들에게 있어서는 교만(pride)가 아니라 자존심이 너무 없는 비굴함(과도한 자책감과 죄의식)이 가장 큰 죄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신과 같은 자신의 존재를 당연히 죄인시하고 지나치게 양심의 가책을 많이 받는 것이 노예들의 의식적 한계이다. 각 국가의 처한 입지나 각 개인이 처한 입장에 따라, 치명적인 한계나 죄질도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강자가 너무 자만심이 넘쳐서 탈인 경우가 있는 반면에, 약자가 너무 겸손해서 탈인 경우가 있다. 식민지 통치국가의 지배자들은 사과할 줄 모르는 교만한 영혼을 가져서 문제이고, 식민지 피지배국가의 노에들은 너무 양심의 가책을 많이 받는 죄의식이 많아서 탈이다. 기독교가 침투된 약소국가의 국민들은 지나치게 죄의식이 많아서, "내탓"을 찾는 죄의식에 젖어서 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억눌려 산 한국인들은 양심의 자책에 시달리거나 값싼 자비를 강한 지배자에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필자는 한국인들의 고질적 한계는 '값싼 동정(cheap sympathy)'과 '지나친 죄의식(excessive guilty feeling)'으로 본다. 악질적 정치지도자들의 매국과 망국 행각에 한국인들은 너무 후하고, 그들을 심판하는 데에 한국인들은 너무 싸구려 동정심을 적용시켜서 값싼 용서를 하는 수가 흔하다. 그리고 잘못된 일에 공연히 자신이 죄의식을 느끼는 노예근성이 한국인의 심성 속에 잘못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최대한 지도자들의 악행에 즉각적으로 혹독한 비판과 심판을 가해야 하며, 아무런 죄도 없는 자신들의 잘못만 찾아 자책하는 고약한 죄의식을 버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때 천주교회에서 "내탓이오" 운동을 벌인 것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필자는 취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갖는 전형적인 양심의 자책감과 죄의식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에서 일어난 조승희의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한국인의 집단적 사죄의식은 많은 측면에서 한국인의 고질적인 결함이 표출된 것이 아닌 것 같다. 버지니아텍에서 총격을 벌인 한국인 조승희가 비록 어린 시절에 미국에 이민가 국가적 측면에서는 영주권자이라서 미국인으로 보아 마땅하지만, 인종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인임에 틀림이 없다. '미국인' 조승희에 대한 한국인들의 집단적 사죄의식의 표출은 한국인들이 양심적인 인종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유익한 집단적 사죄행위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가 19일 조승희의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한국계 미국인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르포기사를 통해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 한인 밀집지역의 침통한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한인들은 9.11 테러 이후 이슬람계 미국인들이 겪었던 편견과 어려움이 자신들에게도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이런 피해우려현상은 1992년 흑인폭동으로 2천개 이상의 한인상점들이 문을 닫아야만 했던 LA지역에서 심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총기난사의 범인 조승희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이 부각된 것은 곧 다인종국가인 미국사회에서 한국인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것이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한국인 대부분이 조씨가 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강한 민족주의로 집단적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인 특유의 '집단적 민족주의' 때문에 '미국인' 조승희 개인의 총기난사를 '한국인' 전체의 수치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양심적 시민단체들은 조승희의 무차별 난사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촛불추모제를 벌이고 미국대사관에 한국인들의 집단적 조의를 전달하려고 한다. 몇몇 반미친북 광신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마음 속으로 비록 정신질환을 앓았다지만 한국인 조승희의 버지니아텍 학생 무차별 총기난사에 조의와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 한국인들의 이러한 죄의식과 조의는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한 노예의식에 젖어있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아직은 양심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심성은 신에 의한 심판이라는 기독교적 틀이 아니라, 양심의 가책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방 후에 한국인들은 심하게 서구화,, 산업화, 도시화 되었지만, 한국인 고유의 양심의 구조는 여전히 다 파괴되지 않았다. 죄의식이 지나쳐서 노예의식에 가까운 흔적을 보이는 한국인들도 있지만, 한국인들은 건전한 양심의 가책이 아직도 살아있다. 양심법을 중시한 한민족의 집단적 윤리의식이 합법성이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큰 이득을 한국인들에게 줄 수가 있다. 이번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에서도 한국인의 양심법은 혜택으로 판명될 것이다. 민족의 동질성(homogeniety)을 기반으로 한 양심사회에서 다민족의 이질성(heterogeniety)을 기반으로 한 이익사회나 법률사회로 한국사회가 완전히 변해버리면, 그 때에는 양심의 가책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 되고 합법적(합리적) 냉혹함이 가장 지혜로운 짓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국제사회는 본질적으로 철저하게 양심적 게임의 영역이 아니라 합리적 게임의 영역이라서,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발생된 조승희의 총기난사 사건에 집단적으로 양심적 반응(사죄의식)을 보인 것은 어리석은 짓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냉혹한 국제사회이고 미국사회라고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양심적 반응은 완전히 이해타산에 찌든 외국인들까지도 감동시키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이번 조승희의 총기난사에 대해 한국인들이 강한 민족주의로 양심의 가책을 보인 것은 한국인의 품위를 높인 집단적 행위이다. 조승희 때문에 한국인들의 이미지가 추락되는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집단적으로 사과하고 조의를 표하는 행위는 단일민족의식이 가진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주의를 반미에 사용하여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당하는 북한정권의 어리석음에 남한도 같이 빠질 이유가 없다. 반미친북 좌파세력이 노무현 정권에 핵심에 포진하여 미국에 눈먼 증오를 보여주면서 한미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지만, 대다수 한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인의 양심을 지키면서 조승희의 총기난사에 대해 미국인들에게 사과와 조의를 표하고 있다. 양심의 법을 믿는 한국인들의 고품격 심성이 조승희의 광란극을 덮고도 남을 것이다. 이번 미국 버지나아텍에서 발생된 조승희의 총격사건으로 망가진 한국인의 이미지는 한국인들의 집단적 사죄로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승희의 총기난사에 한국인들이 집단적으로 보여주는 조의와 사과는 결코 한국인들의 병든 노예의식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민족이나 국가가 충돌할 시에 냉혹한 이해타산만 소통한다지만, 그러나 양심의 목소리가 집단 간의 갈등에 통할 경우도 많다. 한국인들이 강한 민족주의 유대의식을 갖고 조승희의 총기난사에 사죄의식을 표하는 것은, 식민지 통치국인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비굴한 노예의식이 아니라, 전형적 한국인들이 가진 고품격의 양심을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한국의 좌파세력이 야비한 마음과 행동을 보여도, 한국인의 깊은 심성에는 인류를 사랑하는 파괴되지 않은 양심의 법이 지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