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黃長燁) 전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고위탈북자들은 이번 북미(北美)간, 남북(南北)간 회담에 대해 북한 문제를 더 위험하게 만들어가는 실패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탈북자들이 보는 북한문제 해결 방안의 순서는 우선 탈북자문제 해결→수용소 철폐와 인권개선→중국식 경제개방→개인우상숭배 독재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핵무기 포기, 순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핵무기는 개인독재 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 넘어가기 전에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모든 문제의 우선은 김정일(金正日)의 신변과 안전을 보위하는 것인데 핵무기가 그 핵심에 있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정답이다.

현재 북한은 심한 악성종양에 걸려 죽어가는 환자와 같은 상태다.

악성종양의 중심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있고, 수용소, 교화소, 핵무기, 마약, 위조화폐, 폐쇄경제, 광적 우상화, 등 온갖 못된 종양들이 북한이라는 나라를 괴롭히고 있다.

이런 종양들을 제거하려면 어느 한 곳을 수술해서는 해답을 얻을 수 없다.

모든 불법행위와 인권유린은 김정일 위원장의 세습독재와 부귀영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행위 근절은 김정일의 부귀영화를 포기하고 독재를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 된다.

예컨대 핵무기 하나만을 해결한다고 해서 북한 문제가 해결된다고 착각한다면 정말 무능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특히 핵무기는 북한정권이 절대로 놓을 수 없는 절박한 내부사정이 있고, ‘선군정치(先軍政治)’라는 군사파쇼독재 정치를 하고 있는 김정일 정권에 핵무기가 없다는 것은 자멸을 의미하는 것임으로 그들은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핵을 보유함으로 인해 조여오는 외부압력에서 벗어나고 장기적인 생존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외형상 핵을 포기하고, 실제적인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국제사회를 속이고 생존을 위한 경제지원을 받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북한은 장기적인 생존전략 차원에서 적극적인 외교를 펴고 있다. 우선 용도 폐기된 영변원자로를 내놓고 핵 포기 의지를 내보인 후, 추가로 발생되는 핵프로그램들을 검증하는 기간을 장기적으로 끌면서 시간과 돈을 벌려고 한다.

북한으로서는 적당한 량의 핵물질과 미사일만 준비되면 유사시를 대비해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무기들을 잘 숨겨놓으면 그 어떤 협상에도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끌고 갈 수 있다.

북한이 모든 국제관계를 핵으로 풀려는 것은 체제위협의 직접적 요인이 될 수 있는 인권문제와 경제개혁 문제를 빗겨가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수용소 등 인권문제로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할 경우 북한의 내부와해는 급격히 이뤄질 수밖에 없지만, 핵 압력은 오히려 북한내부를 결속시켜주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핵문제로 북한문제를 풀수록 북한은 대내외(對內外)적으로 수지맞는 장사를 할 수 있다.

때문에 핵문제 하나만의 해결은 오히려 북한 내부를 더 곪아 썩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최후의 순간에는 가공할만한 파괴력으로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

한국정부의 정신나간 대북(對北)정책은 더 논할 가치조차 없다. 차기 정권창출을 위해서라면 김정일과도 손을 잡을 준비가 돼 있는 친북좌파와, 퍼주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 정도는 충분히 기획할 수 있다. 한반도의 미래에는 안중에도 없는 두 집단의 이해타산을 한국 국민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남북한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

미국정부의 대북정책의 변화도 중대한 착각 속에 이뤄지고 있어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  북한문제는 근본해결의 문턱에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문제로 북한 문제에 집중할 수도 없고,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는 것을 감내해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북한 내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한 문제를 정확히 집어내는 전문가 집단이 이번 ‘6자회담’에서 소외된 것 같은 느낌이다.

미국은 금융제재로 북한의 급소를 제대로 찾았고, 일본의 대북제재는 북한정부로 하여금 견딜 수 없는 위기로 몰아넣었다. 조금만 더 압력을 가하면 북한도 꼼짝없이 모든 조건에 항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먼저 보따리를 풀어 압력수단을 해제하겠다고 하니 이런 무책임하고 비전문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핵 문제는 북한이 모든 것을 국제사회가 납득할만한 수준에 도달할 때 압력수단을 풀어도 늦지 않으며, 대북지원은 핵문제가 아닌 인권문제와 경제개혁을 조건으로 이뤄져야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는데, 가장 근본적인 수령독재 체제를 용인하면서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독재정권을 연장시켜 북한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외면함으로서 북한의 민주화에 큰 장애를 주는 것과 다를바 없다.

미국과 한국정부는 대북정책이 북한인민에게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북한체제를 변화시키는데 전략을 두지 않는다면 결국 김정일과 그의 군대만 살찌워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식으로 북핵 문제가 봉합된다면 곧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 북한문제가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다가올 수밖에 없다.

1994년 국제사회를 속인 제네바 핵 합의가 결국 김정일 집단이 핵개발을 하는데 시간과 돈을 벌어준 것과 똑같은 시행착오를 다시 한다는 것은 탈북자들과 북한인민들에게는 너무나 슬프고 긴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