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느끼는 기분이 오르가즘하고 비슷하다던데, 진짜예요?"

 나는 손가락 사이에서 돌리던 펜을 떨어뜨렸다. 질문을 하는 얼굴은 새침하게 입술을 다물고, 눈은 또렷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데스크 위에 놓인 서류로 눈길을 돌렸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에이. 전문가가 그것도 몰라요?"

 그는 내 앞에 놓인 네임플레이트(nameplate)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피식 웃었다. 「퓨너럴 코디네이터(funeral coordinator) - Y. Han」거기엔 그렇게 써있다. 이름은 직함보다 조금 굵은 볼드체. 그의 손장난에 조금 뒤로 밀린 네임플레이트를 다시 제자리로 밀어놓으며 말했다.

 "아직 죽어보질 않아서요. 돌아가신 분들이 얘길 해주실 리도 없고."

 그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마음이 상했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고집스럽게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빈 칸이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간단명료한 신분증명은 물론, 부고(訃告)의 초안과 묘비명까지 적도록 되어있는 서류는 몇 번을 보아도 이미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비어 있는 난이라고는 오로지 사망일자뿐이다.

 "흠, 이제 계약은 다 된 건가요?"

 "여기 사인만 해주시면 됩니다."

 금세 흥미를 잃은 듯한 목소리로 그가 물었고, 나는 서둘러 아까 떨어뜨린 펜을 주워 내밀었다. 정해진 자리에 사인을 하는 손가락은 희고, 불거진 마디도 없었다. 펜을 쥔 손가락에서부터 손목뼈가 도드라진 손목, 그리고 보슬거리는 분홍색 캐시미어 스웨터로 덮인 팔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그 사이 사인을 끝내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당황했고 그는 싱긋 웃었다.

 "그럼 또 봐요, 아저씨."

 내가 뭐라고 할 말을 찾기도 전에 그는 벗어두었던 코트를 집어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렸다. 반사적으로 따라서 벌떡 일어나자, 문이 닫히기 전에 손을 들어 팔랑팔랑 흔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문이 소리도 없이 닫힌 후에야, 묘지를 고르기로 한 날짜를 잡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왠지 맥이 풀리는 기분에 털썩 소리가 나도록 의자에 주저앉았다. 같은 사무실의 동료들이 궁금증이 역력한 얼굴로 흘끔거렸지만, 내가 내쉬는 한숨소리에 쉽게 농을 걸어오진 않았다.

 "이것 참..."

 팔을 뻗어 사인을 마친 서류를 집어 들다가, 첫 대면에 그에게 건넸던 내 명함이 서류 밑에 깔려 그대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날짜를 잡으려면 내가 연락을 해야 할 모양이다. 서류에서 개인 연락처가 적힌 곳을 찾다가 그의 생년월일 란에서 눈이 멎었다. 생각보다 깔끔한 글씨체로 적힌 글자와 숫자들을 보다 잠시 가늠해보았다.

 ...스물세 살인가.

 죽음을 준비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였다.

『a memorial day』

 내가 이곳에서 일한지도 벌써 5년째다. 일생 최후의 이벤트인 장례식을 준비하는 곳. 이곳에는 웬만한 시민공원만한 부지에 장례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물론 묘지까지도. 여기서 우리가 하는 일은 묘지를 고르고, 관을 사고, 기타 장례비용을 계산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돕는 것이다. 언제 갑자기 죽음을 맞는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St. Francesca Hospice』

 나는 삼일 전 이곳을 찾아온 특이한 손님이 주소지라며 적어놓고 간, 낯익은 이름을 들여다보았다.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요양원이다. 지난 삼일 동안, 그는 우리 심심한 사무실의 최대 화젯거리였다. 안내데스크의 여직원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장례식 때문에 왔노라고 밝힌 그는, 외양으로 보아 동양인 같다는 이유로 나에게 맡겨졌다. 내가 여기서 일하기 시작한 뒤로 한국인은 물론 동양계 손님은 모두 내 담당이었다. 식장에서 곡을 하거나, 부득불 삼베로 된 수의를 입혀야겠다고 고집하는 문화는 이곳의 다른 직원들에게는 많이 낯선 것이기 때문이다.

 "사기 당한 거 같지 않아?"

 "글쎄. 그럴지도."

 아까부터 그의 서류와 전화기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나를 넘겨다보던 동료가 말했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무료한 나머지 기발한 장난을 생각해냈던 것인지도 모른다. 시한부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병동에 있다고 보기에, 그는 지나치게 젊고 화사했다. 나는 그가 입고 왔던 분홍색 스웨터를 떠올렸다. 그와 오래 마주 앉아있었던 나는 그 분홍색에 눈이 자극받아, 그날 하루 종일 시야에 분홍빛이 어른거릴 지경이었다.

 "전화해봐야 그런 환자 없다고 할 걸."

 여전히 관심을 끊지 못하는 동료가 빙글거렸다. 내기라도 벌일 모양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진짜건 아니건 알아보기는 해야 했으므로.

 

 「레슬리씨는 오늘 외출이 불가능한데요.」

 전화를 받은 것은 병원직원이었다. 원래는 개인병실마다 각자 전화가 있지만 1분가량 벨이 울려도 받지 않으면 스테이션(station)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그쪽의 설명이었다. 그의 퓨너럴 코디네이터라고 신분을 밝히자, 비슷한 연장선상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베푼 친절이다.

 아무튼 지금 방에도 없고, 오늘 병원 밖으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해서 내가 직접 가기로 했다. 메모를 남겨달라고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미 전화에다 면회를 가겠다고 말한 뒤에 생각이 났다. 내 행동이 조금은 어이가 없어 차를 몰고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 혼자 헛웃음을 웃었다. 왜일까, 어쩌면 막상 가서 만나보니 다른 사람이더라는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 아저씨?"

 그러나 그는 거기에 있었다. 오며가며 지나쳐 보기만 했지 들어와 보는 것은 처음인 병원은 병원이라기보다 휴양지에 세워진 리조트 같았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 들어간 실내 도서실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자 더욱.

 "나 만나러 온 거예요?"

 나를 발견하자 눈을 둥그렇게 뜨는 그의 행동에, 우리가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존대도 하대도 아닌 애매한 말투 또한 그랬다.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좀 그렇고. 나가요."

 앞서 나가는 그의 뒤를 따라 나가보니, 건물 뒤편의 작은 카페테리아 앞에는 분수대까지 있었다. 오가는 말소리는 조용하고 웃음소리가 섞여 들린다. 나는 어쩐지 함부로 들어와선 안 될 비밀의 정원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내 앞에서 도로록 소리가 날 만큼 눈동자를 움직여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머리위로는, 한낮의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

 "아, 묘지를 직접 고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말이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목이 잠긴 것 같아 나는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고 있는 그 때문인 것도 같다.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아, 맞다. 그렇구나-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만들고 웃었다.

 "친절한 분이시네."

 "...네?"

 "그걸 알려주러 직접 왔어요?"

 이렇게 된 것이 내가 베푼 친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별다른 이유도 생각나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왜 여기까지 온 걸까. 나도 궁금했다.

 "괜찮으면 지금 보러가요."

 "아, 직원분이 오늘은 외출이 불가능 하다고 하던데."

 "외출일이 아니라 혼자는 못나가지만 보호자가 있으면 괜찮아요."

 보호자라. 난 한번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요. 외출준비 하고 올게요.

 오래 같이 있을 친구들 만나러 가는 건데, 예쁘게 하고 가야 첫인상을 좋게 남기죠."

 재잘대듯 말하고는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게 보고 있다가 비로소 깨달았다. 맙소사. 가로세로 열 맞춰 있는 무덤가. 자신의 자리 양 옆으로 자리 잡고 있을 망자(亡者)들을 그는 '친구'라고 부르고 있었다. 문득 한기가 끼쳐와 나는 팔뚝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분수대에서는 물방울이 햇살을 받아 빛을 내며 떨어지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

 

 "아...좋다."

 그는 양팔을 벌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행동으로만 보아서는 그의 주변에 꽃이라도 잔뜩 피어 향기를 전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흰 화강암의 십자가뿐이다. 이곳에는 봉분(封墳)을 만들지 않는 평평한 묘지들 주변으로, 사철 푸른 나무와 때마다 색이 바뀌는 나무를 보기 좋게 적절히 섞어놓은 숲이 이어져 있었다. 사이사이엔 산 사람들을 위한 휴식처까지 마련되어 있어 겉에서 보기에는 공원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이 부근의 주민들은 이곳에서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한다. 그러나, 어쨌거나 묘지인 것이다.

 "예전부터 여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나 가끔씩 여기로 산책도 나오고 그랬었거든요."

 내 차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그는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뜬 표정을 지었다. 자리가 비어있는 묘지가 어디인지 알아보기 위해 사무실에 잠시 들리는 길에도 그는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나와 함께 나타난 그를, 호기심 많은 직원들이 예의주시 했음은 말 할 것도 없다. 묘지를 돌아보던 길에 멈춰 서서 그가 말했다.

 "몇 군데나 더 남았어요?"

 "세 군데요."

 "와, 큰일 났다. 지금까지 본 데도 다 마음에 드는데."

 사탕과 캐러멜 중 어느 것을 먹을까 고민하는 아이처럼 그는 아랫입술을 조금 내밀고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내 일에 만족하지만, 평범한 직업은 아니다 보니 일하다보면 별별 종류의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다 결정하고 대금까지 치른 묘지를, 옆에 묻힌 사람의 이름이 예전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구와 같다며 바꿔달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장(火葬)한 유해의 재 한 줌을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번화가의 중심에 뿌려달라고 유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즐겁게 기다리는 죽음이라니.

 나는 작게 고개를 흔들고 다음 곳을 안내하기 위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이상하리만치 피곤했다. 신경들이 모조리 곤두섰다가 수그러들기를 반복한 것처럼. 빨리 끝내고 그를 돌려보낸 뒤 쉬고 싶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내 뒤로 서너 발자국쯤 쳐져 따라오며 그가 말했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여긴 겨울에 좀 춥더라구요."

 그는 외출준비를 한다고 들어가서는 연녹색의 브이넥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왔다. 막 돋아 오른 풀잎 같은 색이었다. 나는 이전에 그가 걸쳤던 꽃잎 같은 분홍색을 떠올리고, 그의 옷장을 상상했다. 그의 옷장에는 또 어떤 색의 옷들이 걸려있을까. 아직 털이 다 마르지도 않은 병아리의 노랑이나 햇빛에 익어가기 시작하는 사과의 불그레한 빛도 좋을 것이다. 그에게서 추운 겨울의 무채색은 잘 상상이 되질 않았다.

 "여깁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해드리고 싶은 곳이죠."

 다음 묘지에 다다라, 나는 뒤로 돌아서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 약간 둔덕이 진 위쪽이라 풍경도 좋고, 산책로에서 떨어져 있어 더욱 조용하고 한가하다. 무엇보다 그의 바람대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이었다. 아침에 해가 뜨면 저녁에 질 때까지 그림자가 들지 않는.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조심조심 내딛는 발걸음을 지켜보다가 나는 놀라 그에게 달려갈 뻔 했다. 그가 갑자기 털썩 쓰러지듯 누워버린 것이다. 팔다리를 대자로 벌리고, 비어있는 묘지 바로 그 자리에.

 "괜찮으세요?!"

 "음? 아아, 괜찮아요."

 그가 눈을 뜨고 있는 것을 보고서야 간신히 놀란 가슴이 진정되었다. 무릎을 짚으며 몸을 반쯤 수그린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가늘게 눈을 뜬 그는 나를 쳐다보고는 손짓을 했다.

 "한발자국만 뒤로."

 "네?"

 "아저씨가 가려서 하늘이 안보여요."

 그는 내가 비켜서자 그 자리에 누운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무나 태연한 표정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연녹색 셔츠가 잘 자란 잔디위에 녹아들 듯 어울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 영원히 누워 있을 건데, 어떤 풍경이 보이는지 봐둬야죠."

 그는 멀뚱히 서있는 나를 보고 웃었다. 나는 갑작스럽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 자신에게 깜짝 놀라면서도, 미처 이유를 생각할 틈도 없이 팔을 뻗어 그를 붙잡아 일으켰다. 다소 우악스러운 내 손길에 몸을 일으키면서, 그는 그다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아저씨. 내가 이상해요?"

 통제 불능이 된 나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담담한 목소리였다.

 "아니면. 불쌍해요?"

 나는 계속해서 대답하지 못했다. 내 얼굴이 어떤 표정을 하고 그를 마주해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화가 나면서도 슬펐다. 목적도, 원인도 불분명한 감정의 덩어리였다. 꾸역꾸역 올라오는 미지근하고 물컹한 그것들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에게, 그는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볍게 뺨에 닿아왔다.

 "되게 착한사람이네."

 쌍꺼풀도 없이 선명한 눈매가 가볍게 휘어진다. 말랑한 찰흙반죽 위에 조각칼로 섬세하게 그은 듯한 눈이었다. 모든 것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는 생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쉽게 죽음을 이야기 하는 지. 그는 옅은 붉은색의 입술로 웃으며 말했다.

 "이런데서 일하기 힘들겠어요. 정이 많아서.

 이별이 많은 곳이잖아요. 여긴."

 나는 그의 손을 붙잡아 내리며 뜻 없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다. 그의 말처럼 친절하지도, 착하지도, 정이 많지도 않은 사람인 내가 왜 이렇게 휩쓸려 어지러운지. 아직 내 손 안에 잡혀있는 그의 손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놀랍도록 차가워서 더 놓을 수가 없었다. 마주 잡힌 손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던 그가, 장난기어린 표정을 지으며 손을 악수하듯 두어 번 흔들었다. 그리고는 영화속의 숙녀처럼 턱을 들고 도도한 자세를 취해보였다.

 "Mr. Han. Y는 어떤 이름의 이니셜이죠?"

 "윤수."

 "만나서 반가워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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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emorial day』

 나는 수선화를 땅에 옮겨 심었다. 호스피스 직원에게 전화를 받은 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환자마다 가지고 있는 사망 후 핫라인(Hot-line)에 내가 가장 먼저 적혀있다고 했다. 그 전날 까지 나와 수선화를 기르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하던 그였는데도, 나는 이상스러울 정도로 놀라지 않았다. 막 퇴근을 한 직후였지만, 전화를 끊고 다시 사무실로 나온 나는 운반 팀에게 연락을 취해 함께 그곳으로 갔다. 나를 알아본 간호사가 내게 수선화 화분을 전해주었다. 그의 부탁이었다는 말과 함께.

 Leslie. G. Joo

 나는 그의 이름 아래에 수선화를 심었다. 이전에 피었던 꽃들은 벌써 지고 없었지만, 봄이 돌아오면 다시 잎이 올라오고 꽃이 필 것이었다. 그리고 1년에 한번쯤은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그의 말 또한 매번 내 안에서 그의 기억으로 피어날 것이다.

* a memorial day : 기일(忌日)

* 퓨너럴 코디네이터(funeral coordinator)라는 직업은, 우리말로 찾자면 '장의사'겠지만. 실질적으로 하는 일이 다르기도 하고, 장의사라는 말의 어감이 껄끄럽기도 해서 그대로 표기했습니다. 퓨너럴 디렉터(funeral director)는 우리나라 같은 장례문화에서는 없는 직업이겠지요.

* 네임플레이트 : 책상위에 얹어두는 명패(名牌)

  스테이션 : 간호사들이 모여 있는 곳

  다이영 : die young. 요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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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어. 하지만 지금 너는  살아있어."

우리가 지금 살아있으매, 최상의 가치를 두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작가의 동의를 얻어 인터넷에서 옮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