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동맹 미국이 최근 우리의 주적인 북한과 급속히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인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한다더니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보는듯하다. 차가운 현실에도 한 줄기 양심의 빛은 있어야한다. 이번에 핵무기 카드를 들고 나온 북한에 미국은 휘둘렸다. 만일 핵무기카드를 들고 나온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인권의 카드로 맞섰다면 미국은 승리했을 것이다. 차가운 현실 정치의 바람 속에서 미국은 따뜻한 진실의 힘으로 맞섰어야 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듣고 뜨거웠던 부시대통령의 마음을 전 미국인들에게 전이시켰어야 했다. 섬뜩한 핵무기의 촉감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냉각시켜 결국 민주당의 승리를 안겨주었고 연쇄적으로 부시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탈북자들의 눈물과 짓밟히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들을 좀 더 보게 해주었더라면 미국인들의 뜨거운 정의감이 불타올랐을 것이다. 지금 호의적으로 나오는 북한이 금방이라도 핵을 전면 폐기할 것처럼 나오지만 앞으로 두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2.13 협상을 또 어길지라도 미국이 여전히 핵문제로만 북한을 상대한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핵무기로 인한 공포감만으로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공포감이 조성되면 사람들은 계속해서 타협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따뜻한 동정심과 불같은 정의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독일의 공습에 맞서 처칠은 영국인들의 불같은 정의감을 불러일으켰다. 런던이 불타고 파괴되는 가운데에도 영국인들은 공포감으로 무너지지 않았고 히틀러와 타협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비인간적인 히틀러의 태도에 맞서 뜨거운 정의감으로 뭉친 영국인들은 마침내 엄청난 군사적 위협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위대한 용기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번에 미국은 어리석었다. 차가운 핵무기 카드로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오히려 얼어붙게 만들 뿐이다. 인권의 카드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다. 미국이 과연 깨달을 것인가? 정의와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고 따뜻한 동정심이야 말로 불의에 대항하고자 하는 불굴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힘이다. 우리의 동맹 미국이 이 평범하고 소박한 가치를 저버리고 불의한 우리의 주적과 친구가 되려 한다.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전갈은 전갈이고 개구리는 개구리다. 양은 양이고 이리는 이리다. 그 속성을 감출 수는 없다. 마음에 가득한 것이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전제주의 국가의 수령이 민주주의 국민들과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지만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