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북한의 디지털 인권입니다.

한국의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폐지를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북한 인권 토론회에서 한 말인데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외부 세계의 정보와 문화 유입을 막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권은 인간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고, 또 누려야 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런 기본권을 침해하면 그게 국가이더라도 용납될 수 없고 관련자는 책임을 지고 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본권에는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이런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김영호 장관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비판하면서 북한주민의‘외부정보 접근권’을  강조했는데요, 내용상‘디지털 인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인권’이 도대체 뭐냐, 이렇게 반문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디지털 기술, 북한에서는‘수자기술’이라고 표현하죠, 이 기술이 전자통신에 적용되면서 편리함과 효율을 가져왔지만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고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이건 인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북한의 보안당국이 주민들의 손전화 통화와 통보문을 도감청하고 길거리에서 손전화를 검열하는 게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 누구나 디지털 매체에 접근해서 영상과 사진, 음성을 올리거나 사용하고, 전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걸 막는 것도 인권 침해라는 겁니다. 그래서 유엔은 전자매체와 통신망에서도 인권이 보호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한번 볼까요. 이 법은 지난 2020년 12월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됐는데요, 북한 밖에서 만든 영상이나 편집물, 도서를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노래가 대표적인 사례겠죠. 이걸 TV나 라디오, 컴퓨터, 저장매체를 통해 보거나 유포하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걸립니다. 이 법은 외제 손전화기를 이용하거나 이 손전화기로 외부 정보를 시청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기고 외부 정보를 유포하거나 단체로 시청하도록 조장한 자는 최대 사형, 이용자는 최대 15년형에 처해집니다.

올해 초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도 비슷합니다. 괴뢰 말투, 그러니까 남한 말투로 쓴 손전화 통보문이나 전자우편을 주고받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 남한 말투로 된 녹화물이나 사진을 만드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이걸 어기면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해집니다. 유포자는 더 엄하게 다스리는데 최고 사형에 처해집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 모두 인쇄물도 금지하고 있습니다만, 요즘에는 북한 주민들, 특히 청소년들은 인쇄물 보다는 손전화나 컴퓨터, 저장매체를 더 많이 쓸 거 같습니다. 북한도 알판과 USB, 노트텔, 손전화기가 퍼진 지 꽤 되지 않았습니까. 특히 외부 정보는 인쇄물 보다는 영상물이나 라디오 방송이 압도적이겠죠. 그래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디지털, 수자 기술과 매체에 더 광범위하게 해당하는 법들로 보입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처한 상황을 깨달을 수 있도록 외부세계의 정보와 문화가 북한에 많이 유입되고 확산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 디지털 인권이 보호받고 존중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되겠죠. 코로나 사태로 전세계는 디지털 매체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됐습니다. 북한에서도 화상회의와, 먼거리 의료봉사, 원격교육의 중요성이 커진 것처럼 말입니다. 그만큼 디지털 인권의 중요성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