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정착한 탈북 청년 ‘조셉 김’ 씨의 인생 역정을 다룬 ‘같은 하늘 아래(Under the Same Sky)’ 영문판이 미국의 크리스토퍼상(The Christophers)을 받는다.

이 상은 ‘인간 정신의 가장 높은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작품 활동을 한 작가, 영상 제작자, 감독, 작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45년 설립됐다. 크리스토퍼상 홍보담당 국장 토니 로시 씨는 김 씨의 책이 북한에서, 그가 직면한 역경을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주었고, 이것이 수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출간된 이 책은 ‘북한에서의 굶주림부터 미국에서의 구조까지’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1990년 북한에서 출생한 김 씨가 2007년 미국에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 씨는 ‘고난의 행군’ 시기 아버지를 잃었다. 어머니마저 실종되고 먹을 것을 찾아 중국으로 간 누나와도 연락이 끊기면서 이른바 ‘꽃제비’가 되었다. 2006년 북한을 탈출했고 중국 땅에서 유리걸식하다가 주변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정착했다.

현재는 미국워싱턴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오는 19일, 뉴욕에서 열리는 올해의 크리스토퍼상 시상식에 참가할 예정인 조셉 김 씨와 장시간의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기자: 도서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북녘의 청취자들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부터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조셉 김 : 감사합니다. 저는 함경북도 회령에서 많은 기간을 보냈고요, 그리고 가족은 아빠, 엄마, 누나가 계셨고, 어릴 적에 아빠는 굶어서 돌아가셨고, 누나는 중국에 팔려 가셨고요, 어머니는 북한에서 중국에 가려고 시도하시다가 보위부에 잡혀 가셨고요. 그 이후로 저는 북한에서는 ‘꽃제비’라고 하죠, 그 ‘꽃제비’생활을 1년정도 하다가 중국에 가게 됐습니다. 지금 조셉 김이라는 미국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을 떠나시게 된 이유는 뭘까요?

답변: 글쎄요. 딱히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일단은 북한에서 사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곳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기도 힘든데 사실 부모 없는 고아로, ‘꽃제비’로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삶이 아니었고요, 다음으로는 북에서 하루하루 빌어먹고, 도둑질 해먹으면서 어렵게 살았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미래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하지만 앞이 안 보이는 막막함, 그리고 절망... 당시에 어머니는 보위부에 잡혀 가셨고, 누나도 먹을 걸 구해온다고 중국으로 나갔고...

정말 앞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나도 중국으로 갈수만 있다면 거기 가서 누나를 만나고, 누나에게서 돈을 받은 뒤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서 어머니를 구해내겠다는 생각...정말 안해본 생각이 없었습니다.

또 그 당시 시장에서 음식 따위를 빌어먹는 것도 지쳤고...그러다 보니 북한을 탈출하다가 잡혀죽으나 그냥 앉아서 굶어죽으나 죽는건 매 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일단은 중국으로 가야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 같애요.

기자: 어린 나이에 탈북했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답변: 경비서는 군인들에게 돈을 주지 않고 무작정 도강하는 걸 '깡 도강'이라고 하는데요, 마침 겨울이라 두만강이 얼어있어서 무작정 얼음판 위로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요. 일단 그냥 뛰었던 것 같아요.

중국에 가기만 하면 그냥 모든 게 해결되는 줄 알았어요. 먹을 것도 많고...그래서 중국에 가면 누나를 찾지 못한다 해도 북한에서처럼 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것과는 너무나 다른 중국을 보았습니다.

사실 북에서 밥을 빌어먹을 때, 사람들이 밥을 잘 안주는 이유가 그분들도 살기 어려우니까 안주는게 아니라 못주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국 역시 빌어먹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는 북한과 같았어요. 어떤 면에선 북한사람들보다 더 이기적인 사람도 있었던 것 같애요. 

어린 마음이었지만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왜 먹을 것이 남는데도 밥을 주지 않을까? 내가 중국에 대해서 정말 잘못생각해 오지 않았나...그런 마음도 있었고, 일단 배고픈건 북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중국이 남의 나라고, 공안도 피해야 했던 현실이 가장 서러웠던것 같아요.

손에 쥔 돈도 없었고요, 친구도 없었습니다. 누나를 찾는다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혈혈 단신으로, 중국이라는 큰 땅덩어리 한가운데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기자: 그렇게 생활하다 미국에 왔죠?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답변: 그렇게 중국에서 생활하다가 나중에 한국인 선교사를 만나 중국에 있는 미국 영사관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때 미국 영사관에서 저를 배려해 한국TV를 놓아 주었는데 거기서 '신입사원'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어요. 그 드라마에서 봤던 한국 사회가 결코 쉬운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시간이 꽤 걸릴건데요, 핵심을 이야기 하면, 드라마의 주인공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공부하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는데, 온종일 일자리를 찾아다니고, 친구집에서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하는 모습 등이 눈에 밟혔어요. 

그렇게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그런 생각도 들었고 이왕이면 전혀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사회에서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그래서 미국을 선택한 겁니다.

기자: 미국에서의 소감은요? 충격적인 일 같은 건 없었나요?

답변: 충격이라든지 놀라움 등은 이미 중국에서 체험을 했기 때문에 크게 다가오진 않았던 것 같애요. 그리고 미국에서의 충격은 제가 중국에서 겪었던 충격에 대비가 안됐던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중국에서 생활할 때 살 빼는 약이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아니면 TV에서 나오는 상품 광고라든지, 사람들의 옷차림이라든지...미국에 첫 발을 들여놓으면서 놀라긴 했지만, 중국에서의 충격만큼은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기자: 지금 어떤 삶을 산다고 생각하세요?

답변: 제가 17살 때 미국에 왔거든요. 사실 무서웠고, 두려움도 있고, 언어도 안 통하는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마음의 여유도 없었구요.

지금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또 영어실력이랑, 성장되어 가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편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의 슬픈 과거도 조금씩 지우려고 해요.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정말 마음이 편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 평화, 사랑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미래를 꿈꾸기도 합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어린 마음에도 미국이 종교의 자유 등 개인의 자유가 주어지는 국가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지금 미국에서 10여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누리는 자유, 인간존중...이런 것들의 가치가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기자: 학교에 다니고 계시죠? 어떤 학교인가요?

답변: 워싱턴의 000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제 대학을 거쳐서 4년제 대학교에서 공부 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모르던 것을 알아가고, 또 배움에 대한 행복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들이 하루 안에 끝내는 '과제'를 전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해야 되거든요, 그래도 같은 점수, 성적이 나오는 게 쉽지는 않지만 물론 친구들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또 점수가 낮게 나오더라도 저는 제힘으로 해 나가고, 또 그 과정을 통해 성장 할수 있다는 만족함을 느끼고있어요.

또 공부를 즐기면서 하다 보니 그만큼 성적도 따라와 재미있어요. 과목도 참 다양한데, 국가안보 같은 과목은 신기할 만큼 재미있어요. 잠을 자다가도 공부할 생각이 나는게, 행복인거 같애요. 물론 배움이 곧 현실인것은 아니지만, 저는 미국이라는 다른 나라에 와서 다른 세상에 대해 이야기 할수 있다는 게 정말 멋진것 같아요.

기자: 이야기의 방향을 조금 돌려서요, 북한정권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답변: 어려서 북한을 떠나왔기 때문에 참 나쁜 정권이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공부하면서는, 국가란 존립의 원칙과 가치 등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엔 그런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도 북한을 국가로 취급하지 않죠. 주민들이 사람답게 살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하니 국가가 아니죠.

개인적으로 그곳에서 아버지가 굶어 돌아가셨고, 엄마와도 생리별 했으니 참 나쁜 정권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기자: 이 방송을 통해 고향 사람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다면요.

답변: 사실 그래요, 가끔 가다 만약 북한이 오늘 열린다면 저는 북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때 친구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플때도 있어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이곳 미국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노스, 싸우스' 하며 갈라서 부르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국민'이란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말고, 앞으로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요.

지금은 북한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저를 포함한 많은 탈북민들이 당신들의 고난이 끝장나기를 기도하고 있으며 미래의 북한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뿐 아니라 여기 미국 사람들도 절대로 당신들의 고통을 잊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요, 끝까지 잘 버텨내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정리 강주혁/ 번역 김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