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날이 갈수록 약해졌다. 그러면서 새롭게 '장마당 세대'가 등장했고, 탈북자 또한 급격하게 늘었다. 이와 반대로 북한의 권력층과 부유층은 김 씨 일가에 기생하기 바빴다.

북한 내 주민들의 특징이 3부류로 갈라지게 된 원인도 고난의 행군 이 후 부터다. 일부 사람들은 장마당 세대, 즉 시장을 만들어가면서 '개척파'로 성장했고 북한 구조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국경을 넘으면서 '탈북파'가 됐다. 반면 마지막까지 북한 정권과의 유착관계에 의지한 사람들은 '정권 순종파'로 불렸다.

'개척파'는 말 그대로 북한의 구조적인 문제를 알면서도, 그 체제 안에서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의미힌다. 밀수가 대표적인 개척파에 속하는데, 이들은 북한 정권이 비법(불법)으로 정하고 있는 것들을 어기면서까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밀수로 성공한 사람은 부유층보다 더 많은 부를 가지게 됐고, 이런 사람들을 일컫어 북한에서는 '돈주'라고 부른다. 돈주들은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사채를 빌려주면서, 새로운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시킨다.

개척파 중 일부는 중국과 연계해 북한 내부 소식을 밖으로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북한의 소식통들은 국경지대에 위치해 있으면서 그들만의 내부 연락망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사회, 문화적 변화를 외부에 돈을 주고 판다. 이런 소식통들은 대개 북한 체제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뉴포커스와 연계한 영국 텔레그래프의 재판과정 공개 또한 이러한 내부 소식통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한편, 탈북파는 북한 내부의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고난의 행군 이 후 북한 내 많은 사람들이 아사를 했고, 그 이후부터 북한 주민들은 국가보다 '개인, 가족, 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돈', 즉 자본주의를 경험한 북한 주민들은 북한 체제의 실패를 인정했다. 90년대말 이 후 부터 탈북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탈북파 중 일부는 중국에 숨어지내면서 노동을 하고,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줬다. 실제로 북한 내 탈북자 가족에게 그렇게 송금돼 온 돈이 큰 도움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는 항상 '북송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본격적으로 '북송처벌'을 강화한 2000년대부터 남한으로 들어오는 탈북민이 늘었다.

탈북파는 남한에서 '북한 실상 알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덕분에 북한 혹은 탈북민과 관련된 TV프로그램이 늘어났고,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남한과 북한의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에는 '정권 순종파'가 있다. 권력층과 일부 평양 부유층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고, 북한 정권이 지금과 같이 유지되길 바란다.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아서다. 북한 정권이 끊임없이 북한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조작된 영웅'을 만들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례로 북한 내 대학에서 수업을 하고 있던 교수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학생들에게 마지막 말로 '김정은을 끝까지 믿으라!'하고 사망했는데, 이를 두고 정권에서 '영웅'이라고 칭했다는 일화가 있다. 정권 순종파는 평양에 국한되는 이야기라고 탈북자들이 입을 모은다. 영웅 일화도 평양 내 사람들만 믿을 뿐, 타 지역에서는 이미 '유머', 즉 웃기는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순종파는 북한 체제와 김 씨 일가에 기생하면서 북한 내 대부분의 주민들보다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렇듯 90년대를 거치면서 북한에는 '개척파', '탈북파', '정권 순종파'로 나뉘게 됐다. 북한 내부에서부터 분열이 시작된 것이다. 탈북자들은 북한은 이제 '평양 대 지방'으로 나뉜다고 말한다. 탈북자의 분류에 따르면 개척파와 탈북파는 지방에서 활동하거나, 국경지대를 통하는 지방에 속하는 사람이고, 정권 순종파는 오직 평양 내 권력층이라는 것이다.

2014년 탈북한 오지헌 씨는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여러 미디어가 중국을 통해 유입되고 한국 드라마 등으로 북한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자각할 수 있게 되면서 평양에 대해 적개심마저 갖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평양 사람들은 지방 사람들과 심리적 거리를 두고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한다. 마치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부터 서로 균열이 날 수 밖에 없다. 특히 시장이 그런 균열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한다. 자본주의를 경험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평양 사람들은 왜 우리보다?'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 결국 말 그대로 '개척파+탈북파 vs 정권 순종파'의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북한 내에서 갈라진 3부류의 주민 특징은 결국 북한의 실패한 체제를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있다. 다만, 그 안에 비친 북한 체제의 민낯을 북한 정권만 보지 못하고 있다.

http://newfocus.co.kr/client/news/viw.asp?cate=C01&mcate=M1003&nNewsNumb=20150917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