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충무의 뉴스초점> (도쿄) “북한이 납치해간 일본인은 13명이 아니라 30여명이 넘는다”는 주장이 일본 정부로부터 처음 제기됐다. 북한 김정일은 지난 2002년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1970~80년대 아랫사람들이 일본인 13명을 납치해온 사실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백 5명은 일본으로 돌려보내고 8명은 사망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북한에 납치당한 사람은 13명이 아니라 17명”이라고 주장하며 북한측에 생사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 그로 인해 일본-북한 수교 협상이 3년째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2일부터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북한인권 특별주간’ 행사에 참석한 사이카 후미코 북한인권대사는 13일 강연을 통해 “북한이 납치해간 일본 국민의 숫자는 17명이 아니라 아마도 30여명이 더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사이카 후미코 대사는 납북자 관련 국제회의 기조연설 가운데 “북한은 우리 국민들을 납치해간 사실을 속이지 말고 특정 실종자들에 대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일본과 북한이 공동으로 조사하자”고 제의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북한이 납치해간 일본인은 30여명” 이라고 밝힌 것은 사이카 대사가 처음이다. 한편 이 행사에 초청된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판무관은 “냉전시대 북한 공작원들에 납치되어간 일본인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북한 정권은 밝힐 때가 됐다”면서 “북한이 일본인을 납치해간 사실은 이미 국제기구들에 의해 밝혀져 왔으며 국제 범죄행위로 규탄받고 있다. 지금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응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비팃 문타폰 유엔 고등판무관은 또 “6자회담 참가국들이 협상에서 납북자와 북한 인권문제를 포괄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길 희망한다”고 밝히고, “6자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한 핵 문제지만 북한 인권에 관한 우려도 완전히 무시될 수는 없다”면서 “6자회담 협상에서 북한 인권을 다룰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름은 밝히지는 않았으나 “북한과 국경을 접한 나라가 탈북 난민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고 있다“며 “북한 정부에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을 처벌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2004년 유엔 고등판무관으로 임명된 비팃 문타폰 대사는 현재 북한 인권과 관련해 2번째 보고서를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인권조사를 위해 북한 방문을 몇 번이나 신청했으나 북한은 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미 국무성의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는 얼마전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주최로 유엔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북한인권 관련 토론회에서 북한 정부의 인권탄압 실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더욱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 한 바 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우리 인민 자신이 선택하고 지켜나가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 제도를 감히 변경시키려 하는 것 자체가 선택의 자유와 공민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다”고 미국과 일본을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대북인권결의안’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유럽 연합의 적대 세력이 조작해낸 정치적 모략의 산물이며 우리는 이를 단호히 배격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성명이나 비난 선전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평양의 몸부림 정도로 취급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아베 정권이 18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6자회담 5차 회의가 임박한 가운데 ‘북한인권 특별주간’을 설정, 일본인 납치와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 이슈로 들고 나온 것은 아베 총리의 치솟은 인기가 바로 일본인 납치문제, 북한 인권문제였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그런 자신의 강한 이미지를 더욱 굳혀 나가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와 함께 6자회담 복귀를 앞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ㅁ 국제저널리스트.www.usinsideworld.com 편집인 겸 발행인 ㅁ 나카가와 세이요 - 도쿄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