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부당함에도 맞섰고 어느 교사보다 당당했다. 다른 기성세대와는 달랐고 항상 내 입장에서 나를 이해했다. 늘 학생들 편에 섰으며 늘 학생들과 함께 웃었다. 학창시절 내 기억에 남아있는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선생님들의 이미지다. 그런 그들이 법외노조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 5월 28일 헌법재판소는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직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대한민국이 '노동탄압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내 기억 속 기득권층의 부당함에 맞섰던 그들은 이제 스스로 기득권층이 되어 대한민국의 법마저 부정하고 있다.

1999년 전교조는 합법적 노조가 되었다. 참교육을 외치며 1989년부터 시작된 전교조 활동은 10년 만에 합법적 지위를 얻은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쟁의행위(파업, 태업 등)을 제외하고 단체교섭권, 사무실 지원, 조합비 징수 편의 등 다양한 혜택과 지원을 받고 있다. 응당 얻는 것이 있다면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반면 그동안 전교조의 행태는 어땠는지 되돌아 볼 것을 권한다. 한미 FTA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공무원연금개혁 저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 촉구 등 교육, 조합원의 이익과 무관한 정치투쟁을 일삼아 왔다. 노조의 역할과 무관한 활동이자 법에서 하지 말라는 것만 꼭 골라서 해왔다.

특히나 이번 교원노조법 위반 사안은 정치적 문제도 아닌 실정법 위반에 관한 문제이다. 9명의 비교원 조합원을 위해 6만 명의 조합원을 법외노조원으로 만드는 무리를 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9명의 비교원은 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몰아주었거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해직된 교사들이다. 이쯤이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어느 곳에 서 있는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헌재 결정의 불복을 보니 2010년 전교조 명단공개 사건이 떠오른다. 명단공개의 적합성은 차치하더라도 전교조 조합원 16명은 법원의 힘을 빌려 명단공개를 막아냈고 배상금도 받고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만을 수용하고 불리한 판결에 대해서는 생떼를 쓰는 등 어린아이만도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법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라는 것인지 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합법적 전교조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9명의 비교원들에게 조합원 자격을 취소하면 되는 것이고,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직원으로 채용하면 그만인 것이다. 무리한 요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법 테두리 안에서 활동 해달라는 것이다. 전 국민이 지키는 법을 전교조라고 지키지 않을 이유는 없다.

여전히 전교조 조합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교사들은 참교육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교육비리 근절 등 교육환경이 개선되었다고 믿는다. 전교조 강령 어디에도 정치투쟁을 권장하는 내용은 없다. 학생들을 위한 참교육과 교직원의 권리와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할 때 학생과 6만 조합원들을 위한 진정한 전교조가 되리라 믿는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본인의 역할에 충실할 때 진짜 참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1989년과 2015년의 교육환경은 천지개벽이라 할 만큼 많이 변했다. 내 기억 속 누구보다 당당했던 그들이 변화된 시대에 어울리는 참교육을 다시 실천하길 기다려 본다.

이진간 | 시대정신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