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북한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어머니, 언니와 함께 지옥 같은 북한에서 탈출한 김은주 씨의 목숨을 건 탈출 수기입니다

오늘 첫 시간에는 수기의 주인공인 김은주 씨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1997년 함경북도 은덕에 사는 열한 살 소녀 은주는 굶주림에 지쳐 쓰러져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나자 엄마는 가구와 이불까지 팔아 가족을 지켜야 했습니다.

더 이상 팔 세간도 남지 않자 엄마는 언니와 식량을 구하러 나진으로 떠났고 일주일 만에 빈손으로 돌아온 엄마는 탈진한 딸을 끌어안고 탈북을 결심합니다. 이렇게 죽을 바엔 가다가 죽더라도 이곳을 벗어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당시 굶주림과 추위 속에 일주일을 보내면서 김은주 씨가 가장 두려웠던 건 배고픔과 추위보다 버려졌을 지도 모른다는 데서 오는 외로움과 슬픔이었습니다.

김은주 : 사실 그때 당시 아사하거나 동사하거나 아니면 질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실제로 저희 아빠도 영양실조로 돌아가셨고.. 그러다 보니까 솔직히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다음은 내 차례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는데 나만 버려졌나 엄마가 나를 버렸나 하는 게 사실은 배고픔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외로움과 슬픈 마음이 더 컸던 거 같아요.

김은주 씨는 당시 유서라는 것이 뭔지도 몰랐지만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글을 썼다고 합니다.

김은주 : 물론 열한 살의 유서라는 개념이 뭔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 같다 라는 그런 예감, 그런 느낌 때문에 혹시 죽어서라도 엄마가 돌아온다면 내가 엄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혼자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 글을 썼었죠.

이후 김은주 씨는 목숨을 탈북 과정을 겪고 천신만고 끝에 엄마와 2006년 대한민국 땅을 밟았고 탈북과정에서 헤어진 언니와는 2년 뒤에나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은주 씨는 탈북자로서 자신을 다 드러내는 책을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겪은 일은 과거가 아닌 현재도 계속되는 일이기 때문에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주 : 현재 제3국, 중국이나 이런 곳에 있거나 혹은 북한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이기 때문에 탈북자로서 이런 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책임감이 우리에게 있다는 생각에 기회가 왔을 때 북한사람들의 삶, 그리고 탈북자들이 제3국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이야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김은주 씨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비영리법인인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탈북청소년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은주 씨는 북한에서 내일의 꿈도 희망도 접은 채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면 끝까지 잘 버텨내고 이겨내면 자신처럼 자유를 누리는 날이 올 수 있다면서 힘을 내시라고 부탁합니다.

김은주 : 북한에 있는 친구들도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 수 있고 나한테는 미래도 꿈도 없다라고 여겨질 때도 있겠지만 버텨내고 이겨내고 하다 보면 저처럼 또 많은 탈북자 분들이 이뤄낸 것처럼 자유를 꿈꾸고 자유를 누리면서 하고 싶은 것 하고 가고 싶은 곳 가 볼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힘들더라도 힘내시고 꿋꿋이 잘 버텨내시기를 바랍니다.

함경북도 은덕에서 서울까지 목숨을 건 북한탈출 수기 김은주의 ‘열 한 살의 유서’ 다음 시간부터 제1부 ‘1999년, 탈북을 결심하다’ 편 낭독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