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중 가장 무서운 것은 중앙당 검열이다. 북한에서는 중앙당 집중지도라고 부르는데 말만 들어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운 검열이다. 중앙당 검열은 김일성 의 생명이 위험한 지경에 처했던 1950년대 말에 생겨났다. 본래는 3년마다 하기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수령의 독재체제에 위험을 느낄 때마다 수시로 행해진다.
중앙당 검열은 주로 지식인들 사회에 집중된다. 대학이나 문화기관, 연구소, 대규모 공장, 도시급 행정기관, 내각의 성들이 중앙당의 집중지도를 받는다. 중앙당 검열은 두세 달 동안 계속된다. 검열기간 동안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숨도 크게 못 쉴 만큼 긴장한다.
검열기간의 마지막 한 달은 매일같이 부서별로 비판회의가 열린다. 비판회의에서는 자기의 사상과 사업체의 결함을 찾아내어 신랄하게 비판해야 한다. 만일 남들이 자기비판을 납득하지 못하면 납득할 때까지 며칠이고 계속된다. 자기비판(자아비판)과 호상비판(상호비판)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동안은 온몸의 살이 마르고 뼈가 녹아버리는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중앙당 검열의 마지막은 검열총화 회의다. 중앙당에서 간부들이 내려와 직접 회의를 지도하면서 재판관 노릇을 한다. 검열총화 때는 각 기관마다 여러 사람이 비판을 받고 쫓겨난다. 출당 당하고 철직되어 탄광이나 벌목사업장으로 가는 사람들의 명단이 발표되면 길고 무서웠던 석 달간의 중앙당 집중지도가 끝이 난다.
중앙당 집중지도가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나도 중앙당 검열에 걸려 많은 대중들 앞에서 집중비판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살아남기는 했지만 얼마나 무서웠던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내 꿈에 등장해 나를 몸서리치게 만들곤 한다.
북한의 검열 중에서 남한사람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숙박검열이다. 북한에서는 국가적으로 큰 행사가 있거나 외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때면 각종 암해공작을 미리 막고자 야간 숙박검열을 한다. 야간 숙박검열은 경찰은 물론 경찰대학 학생들까지 모두 동원되어 벌어진다. 사람들이 깊이 잠든 한밤중, 아주 작은 소리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깨어 문을 열어주면 두 명의 경찰이 그림자처럼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와 방이며 변소, 베란다를 철저히 살핀다. 집안에서 잠을 자던 식구들은 모두 일어나 공민증(주민등록증)과 출생증(미성년자의 주민등록증)을 내놓는다. 경찰은 공민증과 출생증의 사진과 실제인물을 일일이 대조한다.
한 번은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함흥 해군대학의 교수로 있는 큰아들이 출장차 평양에 왔다가 우리 집에 들렸다. 궁금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숙박검열이 들이닥쳤다.
안전원이 큰아들에게 물었다.
“왜 숙박등록을 하지 않고 여기서 자는 거요?”
“방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인민반장 집에 가서 숙박 등록부를 받아오지 못했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숙박 등록부를 작성해서 안전부(경찰)에 가서 승인을 받겠습니다.”
“그럼 출장 증명서를 보여 주시오. 평양시 출입증도 따로 가지고 왔소?”
큰아들은 얼른 증명서와 출입증을 내밀었다. 그래도 경찰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국가보위와 수령옹위 규정을 잘 지켜야 할 군사대학 교수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거요? 지금 당장 우리를 따라 안전부로 갑시다.”
경찰은 소좌 계급장을 달고 있었는데 중좌인 우리 아들이 그 앞에서 쩔쩔맸다. 만일 그에게 잘못 보여 위반사실이 해군대학 당위원회에 통보되면 호된 비판을 받게 될 테니 어떻게든지 그 순간을 잘 넘겨야 했다. 북한의 숙박검열은 엄격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집 두 딸은 모두 결혼해서 평양시에 살고 있다. 그러나 구역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 자고 가려면 인민반장한테 보고를 하고 숙박 등록부를 작성해서 안전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엔 어떤 예외도 없다.
또 하나 남한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도서 검열이다. 그것도 책을 출판하기 전에 내용을 검열하는 게 아니라 일반 가정집에 있는 책을 검열한다는 것이다. 이런 검열을 하는 나라는 아마 북한 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반당 반혁명 행위로 출당이나 철직, 처형된 사람의 책이나 글은 모조리 불 태워 없애거나 먹으로 지워버리거나 찢어버려야 한다. 만일 그가 수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으면 그의 얼굴을 칼로 긁어내거나 먹으로 지워버리고 찢어버려야 한다.
실제로 황장엽 비서가 남한으로 망명한 후 북한에서는 황장엽이 쓴 글이나 책을 불태워 버리고 그의 사진을 긁어내느라 일대 소동이 벌어졌었다. 황장엽의 여독(남아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없앤다고 황장엽의 가족과 친척은 물론이고 그와 조금이라도 연을 맺은 사람은 모두 찾아내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 버렸으니 그의 책을 태우고 사진을 긁어내는 일쯤이야 말해 무엇 하랴.
도서 검열은 반동서적이나 사진 삭제작업이 제대로 되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도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높고 당성이 강한 일꾼들로 도서 검열조를 만들어 평소 노리고 있던 집을 불시에 들이닥쳐 도서 검열을 벌인다. 도서 검열조는 집안의 모든 책을 샅샅이 뒤진다.
책을 갈피갈피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책 속의 수령의 사진 상태까지 점검한다. 이때 만일 수령의 사진이 훼손되거나 더럽혀져 있으면 큰일 난다. 또 집안에 걸린 수령의 초상화도 검열한다. 만일 초상화에 먼지가 앉았거나 유리가 더러울 때 역시 큰일을 당한다. 가정집에서 갖고 있는 책은 원칙적으로 출판 검열국의 검열 승인 도장이 찍혀 있어야 한다.
또 국가에서 출판된 것이 아닌 외국 책은 절대로 갖고 있을 수 없다. 나는 모스크바 국립대학의 연혁이 적힌 아주 얇은 소책자(브로셔)를 갖고 있다가 호된 곤욕을 치렀다. 아마도 러시아 사람이 방문 기념으로 준 것이었을 텐데 하도 얇아 책들 사이에 꽂아놓고 까맣게 잊어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채 열 쪽도 안 되는 소책자가 도서 검열조의 눈에 띄어 검열 도장이 없는 외국 출판물을 갖고 있었다고 해서 1년 내내 당에서 호된 비판을 받았다.
북한에만 있는 검열로 ‘20호 검열’이란 게 또 있다. ‘20호’란 ‘머릿니’가 비문화적이라고 해서 붙인 새 이름이다. 수돗물이 잘 공급되지 않는 북한에서는 머릿니를 비롯한 이가 흔하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머릿니가 서로 옮겨 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일주일마다 20호 검열, 즉 위생 검열을 한다. 학생들의 머릿니를 잡아내고 머리에 하얀DDT 가루를 뿌려준다. 그러면 그토록 번성하던 이가 한동안 잠잠해진다. 대학교수라고 해서 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요일마다 정치 강연을 들으러 대학 강당에 모이면 앞자리에 앉은 교수의 양복저고리 위로 꼬물거리며 기어가는 이를 어렵잖게 본다.위생 검열에서 보는 것은 이뿐만 아니라 몸의 때도 해당된다. 하지만 더운 물은커녕 찬물조차 받아쓰기 어려운 처지니 몸의 때를 없애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위생 검열에서 지적을 당하면 한바탕 곤혹을 겪어야만 한다.
교수 김현식의 수기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 중
등록일 : 2014-12-0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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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을 마귀의 공격에서 구원하시는 유일무이 피난처시다. 예수를 버리는 것은 곧 마귀에게 영구노예로 자청함이고 그것들과 함께 불못에 던져짐을 자취하는 미련한 짓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로 드려지도록 넘치는 감사와 찬송으로 간구와 소원을 올려 응답받아 누리자.
예수 그리스도의 빛의 힘으로 어둠을 몰아내는 은혜를 넘치는 감사찬송으로 구해 받아 누려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할례로 마음판에 새기시는 성령의 은혜를 넘치는 감사찬송으로 구해 받아 누리자.
예수 그리스도의 성령의 나타남은 그 열매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