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에 대한민국에 입국했다는 28살 난 김수옥 씨는 “나는 작년(27살)에 먹고살기가 힘들어 23살 난 남동생과 함께 두만강을 건넜고 현재 대한민국국민이 되었다. 지금 내가 그곳에 있었더라면 회령도자기 공장의 말단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고 했다.
26~27살이 북한여성들의 결혼 적령기어서 나름 ‘잘 팔리는 때’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원래 북한 여성들의 결혼적령기가 23~24살이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부분 북한여성들이 군에 갔다가 제대되어 오는 남성들을 배후자로 삼는데, 남성들의 군 복무기간이 30살로 늘어났던 때가 있고, 워낙 저들의 제대 나이가 들쭉 날 쑥이어서 지금은 대개 26~27살이 결혼 적령기로 보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7살에 청진장마당에서 속옷장사를 했었다”고 말문을 연 김수정(37살)씨는 “내가 장사를 하던 2004년만 해도 처녀들이 장사를 하는 건 상상 할 수도 없었다”면서 “지금도 그러하지만 북한당국은 여성들이 장사하는 나이를 제한해 놓고 처녀들은 장마당에 얼씬도 못하게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름 곱게 생긴 애들은 장마당에서도 제일 값나가는 매대를 차려놓고 보란 듯이 장사를 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뉴코리아여성연대 이소연대표는 “2005년경부터 나이제한이라는 통제를 박차고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장마당을 휩쓸었다”면서 “특히 품을 적게 팔고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중국산 화장품장사와 한 컵에 500~700원씩 하는 커피장사는 주로 처녀들의 몫이었다”고 증언했다.
평양출신의 권경복 여성은 “평양시의 경우는 아무래도 처녀의 몸으로 장사를 한다는 건...통제도 있고...주변 환경 때문에 조금 힘들고...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겠기에 여러 가지 일, 특히 몸파는 일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여성에 따르면 그가 다니던 평양방직공장은 나름 배급도 주고 월급도 주는 편이지만 그것 가지고는 도무지 생계가 유지되지 않아 “한때 송신장마당, 경흥장마당, 그리고 옥류관 앞에 가서 돈이 있어 보이는 남자를 만나는 게 여공들의 추세였다”고 한다.
그는 계속해서 “지금 북한의 20대 초중반 여성들이게 과거의 정조개념은 사라진지 오래고 ‘돈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고 말하는 애들이 늘고 있으며”, “한강에 배 지나간 것처럼 흔적도 남지 않는 남자관계(성매매)가 무슨 대수이냐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군에 나갔던 여군장교들의 경우는 이른바 간부가 되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북한군4군단 28사단 해안포중대 부중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06년 제대되었다는 탈북자 한송화씨는 “그런대로 군에 가서 군관으로 근무했던 여성들은 상대적인 만족감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긴 하지만 제대되는 순간 다시 지옥으로 떨어져야 하는 인생의 희생자들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군에서 여군 장교가 되는 길은 본인충성심, 가족관계, 출신성분이 중시되던 과거와 달리 간부부 장교들과의 뇌물, 치정, 애교 등에 좌우되고 있다. 한 씨는 “나의 경우 19살부터 이른바 ‘군관학교대상’으로 부대간부부에 등록되는 순간부터 간부지도원과 부장의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했고 지어는 성추행과 폭행에 시달려야 했다”고 했다.
그리고 제대되는 순간 고향에 돌아와 당장 굶어죽게 된 어머니와 동생을 목격해야 했고 ‘간부후보생이니 군당학교가 제격이다’며 다시 치근거리는 군당 간부과 지도원들을 만나야 했고 이를 거부하자 공장노동자로 배치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아무리 탐문해 보아야 20대에 아름답고, 좋은 추억을 갖고 있는 탈북여성은 없었다. 어찌 보면 열악한 삶을 사는 북한여성들 가운데 20대 초중반을 사는 북한의 여성들이 가장 힘들고 지친 삶을 강요당하는지도 모른다. 젊었다는 것이 오히려 죄가 되고 예쁘고 어리다는 게 치욕의 조건이 되는 곳이 다름 아닌 북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외가 있다면 27살에, 아니, 그보다 더 일찍 노동당 고위간부로 등용되었을지도 모를 김여정이가 대표적 인물일 것이다고 탈북여성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아직 너무 어린나이에 최고통치자가 되어서 아직까지 나이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김정은이다. 북한주민들의 정서상 노동당부부장으로까지 신문에 소개된 김여정이 27살밖에 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황당해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간부를 무슨 나이순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27살에 부부장이 된 김여정을 북한주민들이 마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는 게 탈북여성들의 한결같은 생각이었음을 밝힌다.
김성주 기자
등록일 : 2014-11-2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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