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유성룡은 없나?

최근 살신성인의 대명사로 애국심의 아이콘을 굳히고 있는 명량에서의 새로운 나라에 대한  충의 개념이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자아낸다.

사실 이순신이라는 애국애족의 화신이 우리에게 이처럼 감동으로 다가오기까지 그가 무관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유성룡이라는 충신의 지원이 없이는 우리역사에 23전 23승 불패신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필자가 이순신 다시보기  프로인 '불멸의 이순신'에서 전라좌수사로 김두수와 신립일파가 무리하게 추진했던 수군을 육군으로 합병하는 결정에 목숨을 걸고 궁궐로와서 이의 부당함을 고하는 장면은 실로 애국을 생각하는 현시대인들에게도 참으로  크나큰 감동인 것이다.

선조가 그의 결정이  군사전략차원서 잘못된 결정이라는 이 좌수사의 결언에 목숨을 거두겠다는 의지로 칼을 집어 들었을 때, 당시 좌의정 벼슬에 있었던 유성룡은 선조에게 충성된 무관의 충심을 헛되이 하기전에 자신부터 참할 것을 눈물로써 호소하니 선조가 칼을 베지 않고 후퇴한 것은 매우 상징성이 큰 사건이다.

이 절대절명의 순간에 유성룡은 "신하의 참된 충정을 이리 무시하는 군주를 소신도 더 이상 섬길 수 없으니 소신의 목부터 베소서."  라는 이 한마디는 지금 난세처럼 국가관이 희미해진 현대인들에게 뭉클한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와야 정상일 것이다.

물질주의와 개인주의에 매몰되어 분단국가의 불안정한 안보틀속에 갇히어 우리는 어쩌면 선조대의 조선보다 훨씬 더 많은 유성룡, 이순신을 필요로하고 있지만, 이리 저리 찾아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그런데 최근 추석명절후 평소에 그의 애국심에 감명받아 그의 자택을 방문해 시국담을 나눈적이 있다. 우리나라 초대 UN PKO사령관을 지낸 그의 자택서 태극기를 전면에 걸어놓고 이순신 안중근 박정희의 사진을 나란히 벽에 모시며 우국충정으로 이 나라에 진실과 정의보다는 위선과 사이비 논리가 득세하고 이런  무리들이 판치는 남남갈등의 대한민국을  항상 걱정하는 그의 모습도 그 당시 유성룡 이순신의 충심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 당시 이 어려은 선조의 결단을 뒤에서 도운 세자 광해군, 정탁, 이덕형의 균형집힌 충심도 더욱 빛이 난다. 필자는 이 대목서 전작권이양의 조기성과 부당함을 노전대통령에게 목숨으로 간하기보다는 잘못된 논리를 보충하려던 빗나간 고위층들의 부실하고 부끄러운 자세늘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동맹의 소중한 국제정치학적본질보다는 소인배적인 처세술로 국민들을 혹세무민한 그들의 죄과는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필자는 임란발발직전 수군을 육군에 복속할 것을 주장한 오판의 연장선에 이 문제를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임란이 발발하기 직전, 이순신 문제로 당파의 우두머리 윤두수는 유성룡에게 그를 버리고 자신과 함께하자는 윤두수를 나무라며    유성룡은"어심을 어지럽히는 신하와는 함께하지 않는다"는 그의 절개와 충심이 오늘따라 더욱 빛이 나는 연유는 과연 무엇인가?

어제 본 감동의 장면을 독자들과 함께 하고 싶어 비좁은 전철안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이 단문을 잘 읽어주길 바랄뿐이다.

2014.9.19 박태우 고려대 교수(박태우.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