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張源宰) 박사의 근저(近著) <논어(論語)와 축구(蹴球)의 만남: 논어를 축구로 풀다>(서울; 북앤피플, 2014)에 인용된 논어의 한 구절이 특히 필자의 눈길을 끈다. 이 책 49쪽에 등장하는 “군자회형(君子懷刑) 소인회혜(小人懷惠)”가 그 대목이다. 장 박사는 이 대목을 인용하면서 그 아래에서 이 대목의 뜻을 “군자는 엄히 정죄(定罪)될 것을 마음에 두고, 소인은 적당히 양해(諒解)될 것을 마음에 둔다”는 것이라고 해설하고 있다.

장 박사는 그의 책에서 그가 인용하는 논어의 구절에 대해서, 자신과는 일면식(一面識)도 없다면서도, 1999년 <논어의 발견>을, 그리고 2009년 <새 번역 논어>를 펴낸 이수태(李洙泰: 1951～ ) 씨의 ‘해의(解義)’를 자주 등장시켜서 그 뜻을 해설하고 있다. 필자의 눈길을 끈 “군자회형 소인회혜” 구절에 대해서도 이수태 씨의 ‘해의’가 소개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인용된 이 특정 구절에 대한 이수태 씨의 ‘해의’는 지나치게 현학적(衒學的)이어서 그 본래의 뜻을 드러내는 데 혼선(混線)을 초래하게 되는 것 같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오히려 이 대목의 뜻을 풀이하는 데는 국어사전적인 뜻풀이를 쫓는 것이 정곡(正鵠)을 찍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즉 어떠한 범죄행위에 대처할 때 ‘군자’는 ‘제도’와 ‘질서’의 수호(守護)라는 ‘공공(公共)’의 가치를 중시(重視)하여 “법률상의 제재(制裁)”를 가하는 데 방점(傍點)을 찍는 반면 ‘소인’은 “인간적 정리(情理)”에 이끌려서 ‘개인’을 상대로 ‘인심’을 베푸는 데 연연(戀戀)한다는 점을 특히 지적하는 구절이 아니냐는 것이다.

장원재 박사의 저서에 거론된 논어의 대목 가운데서 특히 “군자회형 소인회혜”라는 대목이 특히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대목이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한 개의 사건을 즉각적으로 연상(聯想)시켰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되어 온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항소심(抗訴審)이 결심(結審) 단계에 와 있는 시점인 7월28일 이석기 통진당 소속 의원 등 7명의 ‘피의자’들에 대하여 천주교, 불교, 기독교 및 원불교 등 4대 종단 성직자들이 ‘선처(善處)’를 호소하는 탄원서(歎願書)를 제출한 사건이 그것이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최고의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 체제의 수호가 걸려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서는 마땅히 ‘회형(懷刑)’의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4대 종단 성직자들의 탄원서는 이들이 이 사건에 관하여 ‘회혜(懷惠)’의 차원에 국한하여 대처했음을 말해 준다. 4대 종단 성직자들의 사리판단(事理判斷)이 균형감각을 상실했음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특히 천주교의 경우에는 곧 있게 될 프란시스 교황의 역사적인 한국방문을 코앞에 둔 시점에 염수정 서울교구 추기경이 문제의 4대 종단 성직자의 한 사람으로 가담했다는 사실 때문에 특히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바라건대, 염 추기경 쪽에서 시각을 지체함이 없이 이 문제에 관하여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잠재울 수 있는 조치를 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