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불과 3일을 앞두고 남북 간 합의된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연기시킴에 따라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무엇을 믿고 북한과 협상ㆍ거래를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국내외에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다시 한 번 북한정권의 실체ㆍ본질ㆍ속성(屬性)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국제도의(道義)ㆍ규범이나 남북 간 합의 등은 안중(眼中)에 없이 언제라도 눈앞의 이익에 따라 좌충우돌 식으로 행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특히 새로 구축된 김정은 정권도 과거 김일성ㆍ김정일 정권과 기본적으로 동류(同類)임을 깨닫게 해 준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연기 이유로 삼은 가장 큰 구실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은 성명에서 검찰의 수사를 “동족대결 책동” “반민족적” 등으로 비난하면서, “화해와 단합, 통일을 주장하는 진보민주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마녀사냥극을 벌리고 있다”고 강변했다.

 

 북한은 ‘종북세력’을 대남전략의 핵심 고리로 삼고 있기에, 이들에 대한 우리 公安당국의 수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행태를 보면, 남한에 1차적으로 ‘종북정권’ 곧 용공(容共)ㆍ연공(聯共)정권을 세운 뒤, ‘낮은 단계 연방제’를 거쳐 ‘고려민주연방제’로 적화통일하려는 목표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우리로선 종북세력이 대한민국의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체제전복(顚覆) 세력이기에 검거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통일부가 “북한이 어떤 변명으로도 이산상봉 연기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反인륜적”이라고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단호 대처” “(北 도발 위협에 대해)국제적 제재(制裁)와 단호한 응징(膺懲)”을 강조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체제와 안보 문제에 관한 한 남북 간에 상호 양립 불가능한 모순과 대립요인이 존재하는 것이 오늘의 냉엄한 현실이다. 구조적으로 남북관계에 근본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대북전략과 정책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우선 북한정권의 불가측성(不可測性)을 고려해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의 생존과 안보를 위해 올인해야 한다. 북한은 탄두 소형화를 통한 핵ㆍ미사일 공격력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우리는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韓美동맹에 의존하는 불안한 상태다. 더욱이 북한은 막대한 양(2,500~5,000t)의 화학무기 등 可恐할 무력을 보유한 호전(好戰)세력이다. 최근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통해 재확인된 사항이다. 국방ㆍ안보문제를 이상적(理想的)ㆍ낭만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전작권전환 再연기와 韓美연합사 유지 조치는 이런 점에서 매우 타당하다.

 

 다음, 내부의 적(敵)인 종북세력 척결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이들은 이번에도 남북관계 경색 원인을 우리 측에 돌리려 한다. 북한의 대남전략은 탓하지 않고, ‘평화’ ‘민족’ 이라는 이름 아래 대한민국을 북한전략에 복속시키려 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를 무너뜨리고, 역사를 ‘좌편향’으로 왜곡하며, 친공(親共)ㆍ종북활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둔갑(遁甲)시키고 있다. 나라가 正常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김정은 정권이 김일성ㆍ김정일 정권의 대남 혁명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최근 개성공단 재가동을 둘러싼 화해 제스쳐는 위장평화 공세임이 드러나고 있다. 다행히 與野도 “북한 규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체제와 안보, 인권 등의 문제에는 政派를 초월하여 일치단결하는 관행을 길러 나가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실체를 다시 한 번 재인식하면서 국가안보와 대북정책 전반에 새로운 심기일전(心機一轉)과 再점검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konas)

 

홍관희 (재향군인회 안보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