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투표일을 며칠 앞 둔 시점에서 있었던 윤여준(尹汝雋)의 민주통합당 문재인(文在寅) 후보 지원 TV 연설이 장안의 화제가 되어 있다. 인터넷에는 유튜브로 방영된 윤여준의 TV 연설 녹화 내용을 50만명이 시청했다는 주장이 올라 있는 것을 본다. 도대체 이 같은 현상이 말해주는 진실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TV 방송을 놓친 필자도 유튜브를 통해 윤여준의 방송연설을 시청했다. 필자의 경우는 그 뒷맛이 굉장히 개운치 않다. 녹화 내용을 시청하면서 시종(始終) 필자의 머리를 짓누르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있었다.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과 공야장편(公冶長篇) 및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 鮮矣仁)”이 곧 그것이다.

“교언영색 선의인”이라는 대성(大聖) 공자(孔子)의 말씀은 “교묘하게 말하고 얼굴을 꾸미는 사람들 가운데는 어진(인•仁) 사람이 적다”라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 녹화된 윤여준의 TV 연설을 시청하면서 공자의 이 말씀이 필자의 뇌리(腦裏)를 떠나지 않았던 이유는 윤여준의 연설 내용이 그만큼 호소력(?)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연설 내용을 들으면서 필자는, 필자와도 옷자락을 스치는 기회가 적지 않았던, 그의 살아온 과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그가 살아온 인생 역정(歷程)이 그가 그의 장기(長技)(?)인 ‘교언(巧言)’으로 매끄럽게 꾸며낸 TV 연설 내용과 부합되느냐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마치 노류장화(路柳墻花)와 같았던 그의 인생 역정이다.

그는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생전인 1977년 언론계를 떠나 해외공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전두환(全斗煥) 대통령 시절 채문식(蔡汶植) 국회의장 공보비서관을 거쳐 전두환 대통령의 공보비서관, 의전비서관, 정무비서관을 역임했고, 1987년 6.29 선언을 거쳐 노태우(盧泰愚) 정권이 등장한 뒤에도 대통령 정무비서관과 정무1장관실 보좌관(차관급) 및 김재규(金載圭)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별보좌관을 거쳐 김영삼(金泳三) 정권에서는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과 환경부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1998년 여야정권 교체를 통해 민주당의 김대중(金大中) 정권이 등장한 뒤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정무특보를 거쳐서 한나라당의 전국구 후보로 16대 국회(2000-2004)에 진출했을 뿐 아니라 2002년에는 한나라당 중당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한나라당의 16대 대통령선거운동을 주도한 뒤 2003년에는 야당이 된 박근혜(朴槿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한나라당에서는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거쳐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본부장 직책을 수행한 경력의 소지자다.

그는 2008년에는 불교 정토종(淨土宗) 승려 법륜(法輪)및 ‘시골의사’ 박경철 과 함께 ‘’청춘콘서트‘라는 대학순회 ’대화(對話) 행사‘를 조직하여 “안철수(安哲秀) 정치인 만들기”에 골몰하다가 오히려 엉뚱하게 안철수로부터 팽(烹)을 당한 경력의 소지자다. 그러한 그가 이번에는 안철수와 문재인 사이에 건곤일척(乾坤一擲)의 18대 대선 야권 후보 단일화 레이스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던 작년 9월 이번에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여 문재인 캠프의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명함의 소지자가 되었다.

그가 1977년 해외공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대한민국에서는 1979년의 박정희 대통령 암살(10월26일),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출현, 1987년 6.29 선언과 노태우 정권의 등장, 민주정의당과 민주당 및 민주공화당 등 3당 통합을 통한 1993년의 김영삼 정권 등장, 그리고 1998년의 김대중(金大中), 2003년의 노무현(盧武鉉) 정권 등 두 차례의 ‘좌파정권’을 경유하여 지금의 이명박(李明博) 정권에 이르는 변화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윤여준은 이 같은 ‘변화’는 아랑곳함이 없이 박정희, 김재규, 전두환, 채문식, 노태우, 김영삼, 이회창,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등 10명의 ‘주인’을 번갈아 모시는 ‘해바라기’ 인생을 사는 누더기 인생역정을 살아 왔다. 이제 이 같이 “동가숙서가식(東家宿西家食)”의 걸레처럼 구겨진 그의 누더기 인생의 다음 ‘숙주(宿主)’는 과연 누가 될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법 하다.

12월12일 밤에 있었던 그의 TV 연설은 그로 하여금 그 동안의 ‘해바라기’ 인생을 가능하게 했던 비밀병기가 그의 ‘교언영색’ 기술에 있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교언영색’은 ‘선의인(鮮矣仁)’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이미 3천년 전에 대성 공자가 갈파(喝破)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타락한 민주주의는 그 같은 진리를 외면(外面)하고 있는 것이 어처구니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바로 내일 투표장으로 가는 이 나라 유권자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윤여준의 ‘교언영색’에 현혹되어 그들의 신성한 투표권을 그릇 행사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내일 투표장에 들어가면서 부디 공자의 “교언영색 선의인”이라는 경구(警句)를 한 번쯤 음미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